따릉이 예찬
하나. 327분
일주일 동안 따릉이를 탄 시간 327분. 요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딴짓은 '따릉이 타기'이다. 내 뇌의 일부분은 따릉이를 위해 쓰인다. 언제, 어떤 코스로, 어떤 차림으로, 누구와 탈 것인가에 대해 나는 매일 궁리한다. 퇴근길에 시청과 종로를 가르지르며 탈까? 아님 새벽에 정릉천 or 중랑천을 따라서 탈까? 아님 그냥 자전거 도로를 따라 모르는 동네로 멀리 멀리 가버릴까?
둘. 51.84km
일주일 동안 이동거리는 51.84km. 자전거를 타면 걸을 때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다. 걷기의 시선은 164cm(내 키)의 눈높이에 머물 뿐이며, 길을 공유하는 행인들의 진로 방해와 함께한다. 자전거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다.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면, 크게 타인의 진로 방해를 받지도 않는다. 어찌보면 같은 시간, 더 많은 것들을 보고 싶은 욕심에 자전거를 탄다. 시야를 가리는 빌딩이나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풀스크린으로 정면과 측면의 세상을 구경하기 위하여.
셋. 시시각각
온세상이 시시각각 바뀐다. 출퇴근길 사람들의 걸음속도가 바뀌었고, 그사이 하늘색이 바뀌었고, 빛의 온도가 바뀌었고 도시 소음이 바뀌었다. 매일 자전거를 타지만 매일 다른 풍경을 만난다. 어느 하나 같은 하루가 없고 어느 하나 같은 장면이 없는데, 우린 너무 빨리 스쳐 지나간다. 자전거 속도보다 빠른 마음으로, 그보다 더 빠른 목적의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