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한 이야기>그 250번째 단추
처음이 되어
나는 누군가의 처음이자 마지막.
그리고 당신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일.
친구를 사귀었다. 친구 하자고 말한 적은 없으나 커피 한잔에 창밖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가 되었다. 앞으로도 오래 볼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친구였다. 뭔가 나와 비슷한 '깊이'와 '너비', 내가 살아온 '기쁨'과 '슬픔'의 궤적을 엇비슷하게 지나왔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이.
친구와의 대화 끝에는 '처음이야'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처음이라는 말이 이상하게 고마웠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늘 좋은 감정과 함께하고 그렇기에 우연히 듣는 칭찬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돌이켜봐도 처음이 들어간 말들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이런 질문 받아본 적 처음이에요', '이렇게 좋은 인터뷰 처음이에요', '처음 만났는데 이렇게 편한 적은 처음이에요', '이 비밀을 들려준 적 처음이에요', '이런 단어 들어본 적 처음이에요', '보자마자 좋았던 적 처음이에요'
삼.
얼마 전에는 큰언니에게 서울 구경을 시켜주려고 인사동부터 삼청동까지 쭈욱 걷다가, 미술관과 갤러리를 따라 골목을 마구 거닐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처음이야, 이렇게 서울이 다르게 보인 적은' 그 말은 내게 '유레카'와도 같았다. 이제껏 한번도 서울을(고향인 제주도에 비해) 좋게 바라본 적이 없었던 언니였는데, 그런 언니가 서울을 조금씩 맛보기 시작했다. 언니에게 내가 첫 서울을 선물해준 셈이다.
그러고보니 나의 첫 서울 또한 삼청동이었다. 대학 친구가 내 손을 이끌고서 정말 이쁜 동네가 있다고 구경시켜주었던 곳이 바로 삼청동이었다. 그때의 동화같은 하루를 기억한다. 작은 마당이 있던 조그마한 한옥 카페. 그곳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올려진 와플을 맛있게도 먹었다. 이런 골목, 이런 카페, 이런 와플. 스무살에 처음 서울을 구경하기 시작한 촌년이었던 내게는 생소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처음은 이렇게 기억 속에 오래오래 담겨있다. 단 한 번뿐이기에 소중하다. 내가 누군가의 처음이듯이, 당신 또한 나의 처음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