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차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브런치 도전기
2021년 스타트업에 입사해 이제 4년 차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요령이 없어 시간을 낭비하기도, 결과보단 끝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던 시기도 거쳐, 돌이켜보면 괜찮은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고자 나름의 노력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와 느끼는 점은 제가 했던 노력은 증명할 수 없고, 그래서 지금 갖춘 능력도 확신하기 어렵다는 건데요. 결국 나를 증명해야 하는 순간엔 내 캐파를 타인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구체화하고, 이를 위한 소소한 기록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글을 쓰며 기대하는 점은 아래와 같아요.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이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자 합니다. 저는 저로 NN 년을 살아왔으니 스스로 대한 많은 데이터가 쌓여있지만, 인간은 계속 바뀌기에 가끔은 모순된 데이터들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글쓰기를 통해 기대하는 점 중 하나인데요.
최근 읽은 [메타인지, 생각의 기술]이라는 책에서는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판단하는 노 왓(know-what)을 통해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문제의식을 촉발하고, 이를 통해 개선점을 찾는 종합적 인지 과정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면접 단골 질문이기도 한 나의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구체화하려고 합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만족을 느끼는 순간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동료들과 서로의 생각을 나눌 때가 있습니다. 좋은 UX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고,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0명의 디자이너가 있다면 10개 그 이상의 솔루션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주니어 디자이너들이 혼자 일하는 것을 걱정하고, 피드백의 부재에 위기감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현 회사에 동료 프디가 여럿 있지만 각자의 프로덕트를 담당하는 구조로 더 많은 디스커션을 나누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는데요. 그래서 이런 갈증을 일정 부분 글쓰기가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합니다. 제 생각을 먼저 공유함으로써 이에 대한 여러 배경의 디자이너 혹은 다른 직군 분들의 생각을 들으며 더 폭넓은 관점을 알고 싶다는 사심도 있습니다.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고 개인의 커리어를 예쁘게 쌓는데 도움이 되는 일만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숙한 UX 조직에서 이상적인 '문제 정의-실험-데이터를 통한 검증' 이터레이션을 통해 짜잔 하고 제품을 성공시킬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저의 경험으로는 특정 고객사의 요구사항만을 위한 기능을 릴리즈하거나 당장의 매출을 위한 소모적인 업무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제품 성장을 위한 방향과 격차가 있다고 느낄 때 현타가 오기도 했어요. 이런 류의 현타를 극복하는데 작던 크던 커리어 성장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에서 느끼는 위기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느낌..) 또, 한때 작가를 꿈꿀 만큼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풀어내는 과정을 좋아하기도 합니다.(잘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냥 좋아하는 영역) 그런 점에서 종종 찾아올 현타의 완충제 혹은 유익한 취미로서 글쓰기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러한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결국 꾸준히 나의 생각을 글로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스스로 계획적이고 실행력이 좋다고 자부하지만, 지속하는 의지가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글쓰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해 뒀습니다. 동료 프로덕트 디자이너 두 분을 섭외해 글쓰기 스터디를 만들었습니다. 의지는 약하지만 책임감은 강한 스스로에게 정기적인 약속을 잡고 할당된 과업을 해야 하는 상황은 글쓰기를 지속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많은 생각을 나누길 희망하며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