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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딛우 Aug 28. 2024

그냥, 불쑥 떠올려지는 것

뒤늦게 모난 구석이 조금 무뎌지는 기분

대문자 J인 내 일상에 갑작스러운 약속은

극히 드물지만, 번개가 가능한 손에 꼽는 친구 중 단연 1등, 한 명이 있다.


그 친구의 연락에 퇴근 후 밤 시간을 제공하는 날이면, 종종 친구는 나를 위한 선물을 주섬주섬 담아 싸 들고 온다.


어느 날은 예쁜 텀블러를 색색별로, 어느 날은 악몽에 시달리는 날 위해 귀여운 무드등을,

어느 날은 여행에서 짬 내어 산 선물을, 어느 날은 귀엽게 사과나 자두, 복숭아 몇 알,

어느 날은 화장품을 잔뜩, 굳이 만나지 않는 날엔 불쑥 톡을 보내 회사 근처 카페를 미리 검색해 두곤 커피를 결제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며칠 전,


친구 : 언니 요 근래 컵 산 거 있어?

나 : 컵? 마시는 컵? 아니?

친구 : 오홍 구래 구럼 알겠어 일단 내일 모해

나 : 내일 회사만 가지모

친구 : 그래 그럼 내가 밤에 들를게

나 :  그랩!


이번엔 예쁜 컵이다. 자기 거 주문하면서 같이 샀단다. 하나는 아이스용, 또 하나는 찻잔까지.




늘 신기했다.

생일도 아닌데, 이렇듯 누군가를 떠올리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별것 없이도 불쑥 전해주려는 마음이 말이다.


태어나길 '나'밖에 모르던 나는 상당 부분 많은 것들을 꽤나 여러 번의 계산을 통해 표현해야 했다.  


그러다 이 친구와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나도 모르게 확인하고 싶어진 것들이 있다.

나는 어떻게 마음을 전하고 있는지를.


마음을 나누는 것을 아주 못하는 편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표현의 방법이 서툴고 평소에 행하지 않아서 어려운 것들이 있었다.


그러다 이 친구와 가까워지며 나만의 마음을 나누는 법을 고민해 보게 되었고, 찾아가는 과정에서  닮고 싶은 것들을 취했다.


이 친구처럼 일상에서 번번이 불쑥 무언갈 전하는 것은 내가 정말 할 줄 모르던 것이었는데.


지금의 나를 돌이켜 보면 조금씩 잘 변해가고 있는지, 아직은 일방적이거나 서툰 부분이 있겠지만 뒤늦게 모난 구석이 조금 무뎌지는 기분을 느끼기도 하며.


무심코 좋은 사람에게 떠올려진다는 게 새삼 다행인 일이구나 싶어 감사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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