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계절 속에서

무너질 수 없어서 우리는 버틴다

엄마와 우리의 시간


엄마의 악재는 언제까지일까?

이 질문을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르겠다


작년 5월부터 엄마는 여러 수술을 연달아 겪었다. 그 힘든 시간을 겨우 지나고 연말이 되던 즈음

또 한 번 넘어지셨다. 무릎 수술을 앞두고 진행한 건강검진에서 위내시경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양아 이상하다고 대학병원을 권유받았도 우리는 또다시 병원을 갔다


대학병원에서 진행한 조직검사 결과는 '선종'

다행이다라고 우리 가족들은 모두가 한숨을 돌렸다. 물론 제거 후 재검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이 모든 ㅇ리이 그저 하나의 과정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봄이 시작되는 3월

엄마는 선종 제거 수술을 받으셨다

일주일 뒤,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 나는 가지 못하고 남동생이 병원에 갔다.

괜히 마음이 불안해 전화를 걸었다. 떨리는 동생의 목소리에 나는 그때 눈치를 챘다


" 엄마.. 위암이래."


그 한마디에 심장이 그대로 내려앉았다.

결국 우리가 두려워하던 일이 우리에게도 닿은 것이었다


지난 몇 달을 떠올려보면, 너무 많은 일들아 한꺼번에 엄마를 덮쳤다, 넘어지셔서 갈비뼈 골절과 깨진 앞니로 임플란트, 임플란트를 하는 과정 중 다시 넘어지셔서 어깨 조각조각 골절, 그리고 넘어지신 충격으로 뇌 MRA 결과상 뇌경색이 지나간 자리가 있다고 하여 추가로 검사한 치매검사로 이후 진단받은 치매증상까지

여기에 이제는 위암이라니, 왜 이렇게 한꺼번에 , 왜 엄마에게만 이런 일이 이어지는 걸까.


위내시경으로 제거했던 선종 안에 암세포가 포함되어 있었고, 침범 깊이도 있는 상태라고 했다

다행히 아주 진행된 단계는 아니었지만, 추가 절제 수술이 필요한 상황으로 설명을 들었다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CT 검사를 진행하였고, 결과는 다행히 '전이 없음'으로 나왔다


전이가 없다는 결과는 아주 큰 위라고 되었는지 모른다

여전히 두렵지만, 그래도 방법이 있다는 사실에 우리 가족들은 안도했다.


하지만 엄마의 지속된 현재의 상태에 대한 똑같은 질문 " 그래서 내가 위 수술을 한다고?",

"위에 뭐가 생겼다고?"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묻는 엄마를 보면서 치매 증상이 더 깊어졌음을

실감한다. 설명을 해드려도 금방 잊고 다시 반복되는 시간들이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돌이켜보니 최근 몇 달 사이 엄마의 몸무게는 10킬로나 줄어 있었다.

왜 더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그저 수술과 회복의 과정이라고만 생각했던 시간이 이제 와서는

자책으로 남는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생각한다

그때 건강검진을 했기 때문에 지금 이 단계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만약 그 시간도 놓쳤다면 우리는 더 큰 절망 앞에 서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남은 것은 수술과 회복 견디는 그 이후의 시간들이다

어쩌면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간호하고 돌보는 일 함께 시간을 견디는 일. 그 모든 것들이 이제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몫이 되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동안 엄마가 우리를 그렇게 열심히 키워오지 않았던가

아프고 힘들어도 곁을 지켜주던 원더우먼일 우리 엄마

늘 당연하게 우리를 돌봐주던 사람

이제는 우리가 그 자리에 서야 할 시간이다

엄마의 시간이 힘겨운 계절을 지나고 있다면 우리는 그 옆에서 함께 버텨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언젠가는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꽃이 피고 따뜻한 봄날 우리에게는 버티는 계속 속에서

무너질 수 없어서 우리는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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