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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의그녀 May 23. 2022

4번째 회사에서 보내는 3번째 달

그리고 28번째 맞는 늦봄과 초여름까지

1. 제목을 보면 꼭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 같지만 아쉽게도 이 글은 일기에 가깝다. 그래서 카테고리도 일기 쪽으로 쏘옥 넣었다. 이력에 대한 글을 쓰려다 보면 영영 글을 못 쓸 것 같아 이렇게라도 28살 5월의 기록을 남겨본다. 


2. 에디터를 그만둔 지 벌써 3달이 다 되어간다. 지난 직장 생활을 통틀어도 에디터를 했던 350일 남짓 되는 기간 동안 쓴 글이 더 많을 거다. 그렇게 글을 써댔으니 질릴만도 하지 싶다. 사실 대학내일 때는 회사에서 하는 프로젝트 외에도 글을 쓰는 외주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병행했다. 내 손가락은 자판에서 춤추느라 바빴고, 손목은 평일과 주말 가릴 것 없이 혹사 당했다. 자소서나 포트폴리오도 글의 일부이니 2021년 한 해는 정말 다양하고 많은 글을 써내려갔다.  


3. 그러다보니 사적인 글은 쓰고 싶지가 않더라고. 그래서 1년 간은 기록이 듬성듬성하다. 기록으로 남기진 못했지만 내 27살은 정말 반짝 반짝 빛났는데, 내가 반짝 반짝 빛났기보다는 내 주변이 온통 반짝였다. 공덕에 있는 회사를 다녀서 4계절이 반짝였다. 봄에는 분홍색, 여름에는 초록색, 가을에는 주황색, 겨울에는 하얀색으로 반짝 반짝한 숲을 거닐며 회사를 다녔다. 숲을 가기 위해서는 강을 건너야하는데 자전거로 가로 질렀던 한강은 지치지도 않고 반짝였다. 빛나는 강을 건너 울창한 숲을 지나 다니는 회사라니. 글로 적고보니 동화가 따로 없다.ㅋㅋ 소회를 적으려다 보니 이전에 있었던 일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현재를 적으려고 글쓰기 버튼을 눌렀는데 미처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작년이 못내 아쉬워서 몇 자 적을 수 밖에


4. 아무튼 3개월 간은 글과 휴작기를 가지다보니 자연히 브런치에 뭐라도 적고 싶어졌다. 이제는 자전거 대신 지하철을 타고, 나무가 우거진 숲 대신 빌딩이 줄줄이 선 강남에서 회사를 다니지만. 그래도 나의 28살이 이렇게 날아가는 것 같아 아쉬워서. 


5. 3개월을 꼬박 기다린 이유는 내가 글을 다시 찾을 때까지 조금 기다렸다. 성급히 글을 썼다가 또 글에 냉큼 질려 버릴까 봐. 28살은 27살보다는 많이 남겨두고 싶다. 그러지 않으면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을 그냥 그냥 흘려보낼 것 같아 무서울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간다.


6. 아무튼 서론이 길었다. 이게 본론인데 왠지 제일 짧을 것 같아. 나는 지금 그렇게 궁금했던 에디터를 한 번 겪고 다시 마케터로 돌아왔다. 오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문장으로 토해낼 수 없는 그 답은 시간이 대신 해결해줬다. 성격이 급한 내가 참고 또 참고 또 다시 생각하고 또 고민해서 지낸 1년 동안, 그 귀한 1년이라는 시간을 건너서 다시 돌아온 마케터는 내가 클원에 있을 때와 확실히 다른 마음가짐을 선물해줬다. 아무튼 지금은 여러가지 고민 없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나날을 살아가고 있다. 사랑스러운 우리 서비스를 더 사랑스럽게 만드는 일을 열심히 고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쁜 날을 지내고 있다. 이전에는 못느꼈던 제품에 대한 애정을 느끼면서 다닐 수 있어서 좋다. 멋진 팀을 만난 것 역시 귀하다.    


여전히 아침은 졸리고, 출퇴근 길은 지치지만, 이제는 월요일이 죽을만큼 싫지는 않다. 더 이상 나에 대한 불안으로 힘든 날들에서 작별했다. 내가 더 강한 사람이었다면 내 삶이 조금 더 평탄했을까? 그건 모를 일이지만 수도 없이 흔들리는 지금의 나도 괜찮다. 이제는 미래의 내가 기대된다. 내일, 다음 달, 내년까지 나한테 펼쳐진 짧은 미래부터, 먼 미래까지. 주님이 내게 준비한 길이 궁금하다. 아무튼 6월의 나는 5월의 나보다 조금은 더 성장하길 바란다. 5월의 나보다 조금 더 성장한 6월의 나는 동료들에게는 조금 더 큰 힘이 되길. 내 몫을 잘 해내는 사람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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