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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Feb 28. 2024

파묘 3부

숨은 그림 찾기


 파묘는 영화 내외적으로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군데군데 숨겨져 있다. 그것들을 알아차리거나 찾아보는 것도 나름의 희열을 주는 관전 포인트이다. 일단 오컬트 장르는 미스터리하고 신비하면서 과학으로 설명이 어려운 초자연적인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러기에 청자인 관객을 스크린에서 몰입 시 키위 해서는 소재의 비중의 상당히 크다. 식상하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사람들의 삶과 연관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범주의 키워드를 찾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오컬트 장르가 연출의 진입 방벽이 여타의 영화보다는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파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은 이러한 부분에서 개코인 것 같다. 딱 매력적인 이야기들의 소재들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도 파묘라는 키워드가 처음 들으면 상당히 낯설게 느껴진다. 근데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이것이 사실은 멀지 않은 근간에서 일어나기도 하고 일어날 수도 있는 소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장재현 감독은 이 좋은 재료에 조미료를 꼼꼼하게 뿌려 놓았다.



  파묘의 무덤을 옮기거나 고친다는 사전 정의에서 느껴지듯 이 작업은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에서 가장 연관되는 존재가 바로 무당이다. 이들은 죽음과 삶사이에 전달자로서 역할을 한다. 산자에게 길흉을 점쳐주고 망자에게는 위로와 원을 풀어주는 존재이다. 그래서 파묘의 이야기에는 무속신앙이 자연스레 따라서 나올 수밖에 없다.


 영화 속에서는 토속신앙과 일본의 무속신앙을 적절하게 버무려서 펼쳐내고 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각각의 다름을 대칭하여서 이야기에서 녹여 놓았다는 점이다. 먼저 귀신의 존재는 한국 같은 경우는 원한을 품고 있는 존재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달래주면 해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의 귀신은 이와는 달리 아무 이유 없이 가까이만 가면 해를 가한다. 그 형태를 표현하는 부분도 차이가 있었다. 국내는 대게는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일본은 괴기한 외형으로 연출된다.


 스포가 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래서 후반부의 빌런인 일본의 귀신에서 차용된 오니와 누레온나 등은 꽤나 섬뜩함을 준다. 특히 잠깐 스쳐 지나가는 정도이지만 누레온나라는 뱀은 소름이 돋는 존재였다. 여자사람의 머리에 몸통은 뱀의 모습을 가진 이 요괴는 일본 민담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주로 강가나 바다에 살며 300m나 될 정도로 크다고 한다. 설화 속에서는 아름다운 여성의 형태로 나타나 남자들이 눈에 보이면 아기를 들어달라고 부탁한다고 한다. 아기가 품에 안겨지면 갑자기 몸이 돌덩이처럼 무거워지고 결국 종국에는 움직일 수없게 된다. 이러한 상태가 되면 남자를 잡아먹는다고 이야기 속에서 표현한다.



  이러한 누레온나가 파묘한 자리에 있었던 것은 전반부와 후반부의 변곡점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언가를 감추고 있던 것이 실체가 드러남으로 이어지고 어찌 보면 이 존재는 보험장치로 쇠말뚝의 존재인 오니 형태의 장군을 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그럼 자연스럽게 후반부 이야기의 메인이 되는 존재에 대해 논하면 이 또한 일본의 귀신의 형태이다. 오니라는 일본 도깨비를 일부 차용하여 가져왔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일단 우리의 민담에서는 장난스럽고 인간을 놀리는 것을 즐기는 존재인데 오니는 큰 뿔과 공포스러운 눈빛을 가진 피도 눈물도 없는 난폭한 괴물이다. 영화 후반부의 등장하는 그 존재에 이러한 부분이 잘 살려져 표현되어 있다. 사실 오니의 등장의 기점으로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연출과 고증을 하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존재에 오니 뿐만 아니라 세키가하라 전투를 활용하여 살을 더 붙여 더 섬뜩함을 살려낸다.



 세키가하라 전투는 일본 역사상 엄청난 의미 있는 전쟁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전쟁의 스케일도 컸고 이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하였다. 파묘는 이 전투의 장수로 1만의 적을 베어지만 패장으로 참수당한 존재를  활용하여 사건의 전개를 한다. 후반부에 김고은가 대치하는 장면에서는 긴장감이 상당하게 느껴져서 정리를 하는 이 시점에도 그 잔상이 떠오른다. 확실히 후반부의 공포의 분위기를 압도적으로 조성시키는 존재임에 틀림없었다.


 이러한 죽은 존재들의 비교 대칭 외에도 중간자 적인 이들에 대한 묘사의 차이도 알고 보면 재미났다. 영화 속 김고은이 연기한 무당은 앞서 말한 대로 죽은 자의 원망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면서 달래줌으로 승천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기에 무작정 그 존재들을 배척하기보다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파묘 속 원흉의 파편으로 나오는 일본의 음양사들은 중간자의 느낌은 무당과 유사하지만 망자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듣고 이해하기보다는 사로잡거나 약점을 찾아 자신들의 목적의 수단으로 이용화한다. 그로 인한 업보는 생각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네들의 민담 속 귀신들과 비슷한 거 같다.


  파묘에 숨은 그림 찾기 중 알면 오 하는 감탄사가 나오는 것이 있다. 바로 이름이다. 극 중 사건에 해결을 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사실은 독립운동가들에서 가지고 온 것이다.  김고은이 연기한 이화림은 조선의용대 여자복무단 부대장을 역임한 사람이다. 암살의 안옥윤 캐릭터의 모티브가 되는 존재기도 한다. 다음으로 최민식이 연기한 김상덕은 일본과 중국을 오가며 독립운동을 하였고 조선청년독립단을 만들어 활동하였다. 유해진이 연기한 고영근은 대한제국 군인으로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조선인들을 암살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도현이 연기한 윤봉길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일왕의 생일날 도시락 폭탄 투척 사건의 인물이다.



 영화 외적인 부분으로 비하인드에는 캐스팅 부분을 이야기하면 흥미롭다. 장재현 감독은 화림역에 김고은 배우를 간절히 원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파묘에 그녀의 연기를 보면 이러한 생각이 납득이 되기는 한다. 아무튼 섭외과정에서  감독의 전작에 출연한 박정민 배우가 스카우터가 되었다. 한예종 동기인 그가 김고은에게 연락하여 장재현감독이 너를 간절히 원한다. 그리고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출연을 고려해 봐라고 하였다고 한다.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선택의 계기는 아니었지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만약 김고은이 아닌 화림은 상상이 안될 것 같다.


 파묘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그리고 흥미로운 소재 마지막으로 장르 장인의 집요한 디테일의 구성의 삼박자가 완벽한 작품이다. 그러기에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각각의 매력이 달라진다. 왠지 한번 다시 꼽십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백점 만점의 백점은 아니지만 근래에 커트라인을 넘기는 영화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높은 점수의 작품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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