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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Feb 27. 2024

파묘 2부

장르 장인


 장인이란 숙련된 기술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파묘에도 이러한 단어가 어울리는 인물이 있다. 바로 연출자인 장재현 감독이다. 충무로의 일관적인 장르를 고집하는 연출자는 많지만 드물게  존재한다. 그리고 그중 오컬트라는 카테고리에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감독은 장재현이 유일무이할 것이다. 과장을 보태어 이야기하자면 이러한 장르에 강점을 보이는 연출자는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과거에는 식스센스의 나이트 샤말란이 요즘은 겟 아웃의 조던 필 정도가 연상될 정도로 드물다. 장재현 감독은 데뷔작인 검은 사제, 사바하, 파묘까지 쭉 일관되게 같은 길을 가려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데뷔작에서는 구마의식을 그리고 그다음 작품에서는 사이비 종교를 이번 영화에서는 땅과 무속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것들이 그냥 흥미와 자극적인 소재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몰입감과 긴장감의 요소로 작용된다.



  개인적으로는 장르는 다르지만  박찬욱의 복수 3부작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명확하게 본인의 메시지를 담고 인상적인 연출들을 각각의 작품에서 보이기에 그런 생각을 하였다. 약간의 바람이 있다면  파묘와 함께 장재현의 그동안의 연출작을 트롤리지로 구성하여 묶어 블루레이로 출시하면 좋을 것 같다. 아마 그를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꽤나 반응이 강하게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장재현 감독의 데뷔작인 검은 사제들은 그의 한예종 졸업작품으로 만든 12번째 보조사제라는 단편을 장편으로 각색한 영화이다. 사실 이러한 작업이 쉬운 것이 아니다. 단순히 부가적인 살을 붙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물 간의 개연성 디테일 함을 잘 녹여야 한다. 그는 모태신앙의 기독교 집사임에도 불구하고 각색작업을 위해 3년간 성당을 다니며 가톨릭에 대한 취재를 하였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엑소시즘을 다른 원서인 '로마예식서'도 직접 읽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동안 해외에서는 이런 구마의식이 영화의 소재로 활용되었지만  국내에서는 아마도 최초이지 않았나 싶다. 물론 내 기억에 더듬어서 틀린 수는 있지만 전에 있었다 한다면 이만큼의 임팩트를 주는 작품은 아니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장재현 감독은 단순히 신선한 소재만으로 흥미유발만 하는 어그로꾼은 절대 아니다. 정말 꼼꼼하게 조사한 것들이 장면들과 전문적인 단어들 사이에서 보인다. 그리고 개연성과 디테일을 파악하게 된다면 봉준호 감독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 파묘의  바로 전작인 사바하는 장재현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 공포 장르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좋았었던 영화였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곡성정도를 제외하고 비교 대상의 영화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몰입감을 준다. 그것이라는 존재를 통해 형성된 분위기의 공포는 소름이 돋는다. 강렬하게 관객의 시선을 꽉 붙잡으면서 더불어 미스터리함 속에서 숨겨진 의미가 한 꺼풀식 벗겨지는 전개가 주는 긴장감에 어느 순간 매료되고 만다.


 특히 나한의 공간에서 경전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보인 탱화를 마주하는 장면은 와라는 소리가 입안에 나오면서 감탄이 절로 된다.  강렬하면서 아름다운 종교예술에 경외감이 든다. 사실 사천왕을 배경으로 한 벽화가 거의 없다시피 하여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수개월이 걸친 작업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장면만큼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극 후반부 나한이 그것을 마주하는 씬이었다. 그것이 나한을 바라보면서 수인을 하는데 그 속에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캐릭터의 감정이 너무나도 잘 느껴졌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내가 믿어야 할 것은 어떤 것인지를 고뇌하는 장면은 곡성이 자연스레 연상되었다.  두 편의  영화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관객들에게 수많은 생각을 던지게 만든다. 사바하의 그것과 곡성의 아쿠마의 존재가 대표적이다. 영화를 보면서 그래서 그것은 미륵인 거야 부처인 거야 아님 악인 거야 정의 내리지 않았다. 다만 필연자로의 존재의 의미만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너무나 여운이 오래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사바하 이후 차기작인 파묘는 여전히 그가 오컬트 장인으로서 보여주었던 매력을 여지없이 드러낸 작품이다. 일단  음양오행, 이름 없는 묘, 혼령, 동티, 도깨비불, 쇠말뚝이라는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야기는 그 각각의 파트마다 흥미로우며 개연성 또한 잘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브리지가 되는 사건 사고들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잘 표현하며 장면 장면마다 긴장감을 꽉 잡아 주고 있다. 지속적으로 중복 언급을 하지만 그만큼 뇌리에 잊히지 않는 대살굿 씬은 정말 대단했다.


 대살굿은  타살굿이라고 하는데 동물을 죽여서 신에게 바치는 굿거리로 액운을 막는 게 목적이다.  재물로는 돼지를 사용하고 영화 속에서는 파묘를 하기 위한 인부들도 돼지띠의 남자들이 여한 다는 부분도 설명해 준다. 대살굿에 유래는 황해도 지방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무당이 무속음악에 맞춰 신칼을 들고 신명 나게 춤을 추면서 접신을 하는 것인데 영화 속에서의 김고은의 연기는 실제 전문가들이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장면의 연출에는 고집스럽고 집요하게 고증과 조사를 하는 장재현 감독의 특성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용하다는 무당에게 3년 정도 자문을 받아가며 연출 준비를 하였고 현장에서도 배우의 몸짓 춤선까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병원에서 빙의가 된 이도현 배우를 두고 무당 동료들이 모여 제주도식 굿 중 하나인 도깨비 놀이를 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도 만담을 하면서 내뱉는 대사와 분위기가 정말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장재현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는 점이다. 보통은 무섭고 두려움을 조성시키기 위해 점프스케어를 활용한다. 장면의 전환 과정 갑작스럽게 큰 무서운 소리를 활용하여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려 키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효과는 명확하게 사람들에게 공포감과 긴장감을 준다. 하지만 대게는 안 좋은 공포영화들은 점프스케어가 주객이 전도되어 과하게 표현되기도 한다. 이점에서 장재현 감독은 기존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이러한 효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절제한다. 파묘에서는 국악기인 장구와 북으로 스산한 분위기에서 무언가 일어날 거 같은 느낌으로 고조시키다가 음향을 정지시키는 등과 같은 강약조절을 한다. 이러한 부분으로 배우들의 대사가 더 잘 전달되고 연기에 몰입이 되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 경문을 읆는 것들을 음악처럼 활용하는 부분도 색다르고 신선하게 보였다.



  파묘는 장재현이라는 존재의 구심점에서 파생된. 열매가 아주 맛나게 익어져 우리의 입으로 들어온다. 그것이 주는 긴장감과 몰입감 그리고 흥미로움은 도파민을 자극시킨다. 그렇게 중독되어 빠져들다 보면 기대치가 높아져 때로는 실망감도 따라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장인은 끝없이 공부하고 준비하고 디테일하게 설계를 한다. 어떻게 해야 하지 더 맛깔난 영화를 만들어낼지 말이다. 거기에는 요행도 없다. 단순히 종교적인 소재를 통해 오락적인 연출로 관심을 유발시킬 수 있지만 장인은 사명감과 진정성을 놓지 않는다. 그래서 파묘는 곱씹어 먹어봐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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