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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Feb 26. 2024

파묘 1부

선명한 매력

 지나치게 선명한 것을 바라보면 부러움이 생긴다. 내게는 명확함이 부족하다. 뚜렷하게 뭔가 드러내기에 우유부단한 성격이 발목에 잡힌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헷갈린다. 삶의 선택의 연속인데 이러한 약점은 불이익으로 표출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이 있지 않는가 나 또한 그 범주에 벗어나지 않는다.


우연히 그 고유의 색깔과 개성을 보게 된다면 이상하리 눈길이 가게 된다. 동경의 시선 사이에서 나의 열망은 가끔은 집착이 된다. 그래서 흔적들을 따라도 가보고 생각을 해본다.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을까라는 분석을 해본다. 그러다 보면 그것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 때로는 그것들이 내가 가지지 못한 명확함을 일부를 채워준다. 취향이라는 카테고리 내에서 말이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도 뚜렷하고 명확하게 매력을 뽐내는 나의 애정이 담긴 연출자의 작품이다.




 이야기 시작은 미국 LA에서 출발한다. 표면적으로는 누가 보아도 부가 넘쳐 근심걱정이 없을 것 같은 집안이 있다. 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하나의 공통된 이해할 수 없는 문제가 균열을 내고 있다. 이 집안에 직계 남자들에게는 알 수 없는 환청에 시달린다. 그로 인해 아버지는 정신이 나가있고 장남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자살을 한다. 그리고 차남의 아들인 내외에는 반복되는 유산을 겪는다. 우여곡절 끝에 출산한 가문의 실질적인 장손 또한 집안의  불행의 기운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유 없이 울음을 그치지 않고 상태가 불안하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남 박주영은 한국에서 용하다는 화림과 봉길이라는 두 무당을 부른다. 화림은 일단 미국에 당도하여서 먼저 아기의 상태를 살핀다. 그리고 이 집안의 가족들을 만난다. 그녀가 내린 판단은 묫바람이 문제의 근원이고 이것을 해결하여야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거라 한다. 묫바람은 산소가 훼손되어 그것으로 자손들에게도 나쁜 영향이 가는 것을 말한다.



 할아버지의 산소를 파묘를 하여 이장이나 화장을 하기를 화림은 주영에게 권한다. 가족들의 반대가 있어 망설였지만 결국 자신의 아기를 지키기 위해 그녀의 답을 따른다. 파묘를 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필요했고 화림이 풍수지리에 능한 지관인 상덕과 장의사 영근을 불러 이 작업에 합류한다. 상덕은 작업 전 의뢰인인 주영의 집안과 내력과 파묘를 하려는 이유에 대해서 물어본다.


 하지만 무언가 솔직하지 못하고 미심쩍은 행동을 하는 차남의 모습에 불안한 감정을 가진다. 그래도 어마 어마한 보수에 일단 묫자리를 보러 간다. 강원도 고성의 으슥한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가는 중 상덕은 사람의 묫자리와 상극인 여우 떼를 목격하는 등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느낀다. 눈앞에 마주한 묫자리는 초라한 비석과 주변이 부잣집의 조상의 산소라 보기 힘들었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고 토양의 맛도 본 상덕은 단번에 이곳이 악지이고 자신이 일평생 본 땅 중 최악이라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불길함으로 인해 그는 파묘제안을  거절한다. 하지만 주영이 자신의 아기를 살려달라는 부탁을 외면하기 힘들었고 화림이 대살굿을 파묘와 같이 진행하는 방법을 제시함에 마음을 돌린다. 결국 파묘와 함께 굿판을 벌이면서 작업을 완료한다.


 꺼낸 관은 개봉을 하지 말고 화장을 하기를 의뢰인이 부탁한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비가 내려 진행을 하지 못한다. 비가 오는 날에 화장하면 영혼이 좋은 길로 가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주영에게 설명한다. 잠깐 파묘한 관을 영근과 친분이 있는 병원 영안실에 보관하게 된다. 그렇게 모든 것이 잘 마무리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영치한 곳에 관리자가 고급스러운 관을 보고 유품을 훔치기 위해 열어본다.


  이로 인해 나와서는 안 되는 존재인 조상귀가 악귀로 형태로 빠져나간다. 그렇게 악령이 된 조상귀는 자손들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가족들을 찾아간다. 결국 이로 인해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며 그의 불길함은 파묘를 작업한 일행에게 까지 해를 끼친다. 화림은 원흉인 조상귀를 잡아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을뿐더러 더 큰 흉이 일행들에게 찾아온다.



 

  사실 이 작품이 개봉하기 전부터 상당히 기대가 많이 되었다. 바로 장재현이라는 감독의 존재 때문이다. 오컬트라는 장르에서 독보적으로 자기 색깔을 보였다. 데뷔작인 검은 사제들도 인상적이었지만 그 뒤 나온 사바하는 감탄이 나오며 여운이 가시지 않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 파묘 예고편을 보고 나서는 다시 전율이 돌면서 개봉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래서 개봉하자마자 바로 관람을 하러 갔다.



 일단 영화를 보고 나온 입장에서 기분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파묘라는 소재자체가 대게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전통신앙에 대하여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보는 내내  보이는 디테일함에 사전조사와 준비가 많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 나오는 대살굿이니 묫바람이니 도깨비놀이등은 상당히 전문적인 느낌이 들었다.


 파묘의 매려적인 부분들에는 배우들의 캐스팅도 있다. 출연진 면면히 다들 연기 한가닥하는 포스가 있어 자연스레 본전이상은 할 거라 생각은 했다. 하지만 좋은 배우가 많다고 해서 상수처럼 영화의 완성도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조화와 극의 캐릭터 배분이 되지 않아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 나는 경우도 있다. 근데 파묘는 확실히 배우의 매력이 돋보이는 부분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에서는 김고은 배우의 연기가 돋보였다. 무당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소재로서의 가치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어찌 보면 무속신앙 속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들 사이의 중간에서 조율을 하는 존재이기에 입체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화자이면서 동시에 청자가 되어야 하기에 쉽지가 않는 연기이다. 자칫 접근을 잘못하여 캐릭터를 설정하여 연기한다면 오히려 흐름을 깨기 십상일 것이다.



 하지만 파묘 속 김고은 배우는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로 화림이라는 인물을 잘 살렸다. 분위기를 잡는 톤과 날카로운 눈빛은 엄청 안 몰입감을 주었다. 특히 극 중 대살굿을 하며 굿판을 벌이는 화림의 모습은 정말 무당의 포스가 느껴졌다. 그을린 숯을 얼굴에 칠할 때는 조금 과장 보태면 스크린을 씹어먹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같이 연기한 최민식 배우도 그녀를 보고 투잡 하는 거 아니냐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


 사실 이러한 개성 있는 캐릭터를 잘 살리는 건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알 수 있다. 은교나 차이나타운 같은 작품들은 특히나 더 이러한 부분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차이나타운의 일영이라는 캐릭터는 상당히 매력이 있었다. 아무튼 어찌 보면 그녀의 연기의 스펙트럼에 없던 오컬트라는 장르에서도 몰입감을 주는 포스를 보여준다는 것에 다시 한번 이 배우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김고은 배우 외에도 대한민국에 두말할 것 없는 대배우인 최민식의 연기도 좋았다.  그가 연기한 김상덕이라는 캐릭터가  땅을 파는 지관이라는 점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키포인트가 되는 역할이다. 그래서 작품의 후반부는 상덕이 중심적으로 극을 이끄는 화자가 된다. 근데 이번 영화를 보면서 더 그의 연기에 놀라웠던 부분이 많았다. 캐릭터를 잘 살려낸 것은 두말할 것 없을 정도로 완벽했고 내가 눈길이 갔던 것은 호흡이다.



 최민식은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압도적인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가 나온 작품은 믿음 가고 실망시키지 않는다라는 확 식을 가지고 있었다. 근데 이번 작품은 본인이 독보적인 연기를 하면서 돋보이는 게 아니었다. 적당한 호흡을 하면서 힘조절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로 인해 같이 출연한 배우들의 매력이 살려지는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어찌 보면 이러한 부분 때문에 극 초반 김고은이 연기한 화림이 화자로서 몰입을 살리는 포인트를 잘 수행할 수 있게 한 것 같았다.


  유해진과 이도현의 연기도 좋았다. 최근 멜로까지 섭력한 유해진은 정말 다채로운 색깔이 있는 배우이다. 때로는 웃음기 가득하지만 가끔은 섬뜩하면서 진중한 연기도 가능하다. 부당거래나 이끼에서는 캐릭터들이 강렬하고 인상적이었었다. 파묘에서는 장의사로서 극을 메인으로 이끌고 가지 않지만 적재적소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영화 초반부 이장을 하는 과정에서는 상당히 공부를 하며 준비를 한 것 같은 느낌을 느꼈다.



  이도현은 오월의 청춘이나 스위트홈에서 저 배우 괜찮은데 생각을 하였는데 더 글로리가 화룡정점을 찍어주었다. 그래서 괜스레 더 그가 이 영화 속 내공 있는 배우들과 잘 조화로웠으면 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들러리로 붕뜨고 죽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금강경의 축문을 온몸에 문신을 한 포스나 중반부 빙의가 되는 신등은 전혀 밀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병원에서 도깨비놀이를 하는 장면에서는 와 섬뜩하였다.


 내게는 너무나 하나부터 열까지 매력포인트들이 많은 작품이었다. 상당한 몰입감과 오컬트 장르에서는 봉테일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꼼꼼한 연출도 끝내준다. 하지만 역시나 동전의 양면처럼 아쉬운 포인트들도 존재한다. 아마도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중반까지는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압도적인 분위기와 전개에 감탄이 나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감독의 전작인 사바하와 나홍진의 곡성만큼이나 오밀조밀한 긴장감이 관객들에게 몰아친다.


 근데 후반부의 변주는 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장재현이라는 감독을 좋아하고 오컬트 장르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관객이라면 실망감이 든다. 어찌 보면 앞서 비교한 작품 중 사바하와 곡성이 찬사를 받았던 것은 모호함과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공포의 매력을 보여준 영화이다. 그에 반해 파묘는 중반까지는 비슷한 결을 유지하다 후반부는 너무나 명확하게 의도와 실체를 보여준다. 그에 대한 반감을 가지는 관객들도 꽤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장재현 감독은 파묘에서는 그동안 보이지 않은 대중성을 녹여 한층 더 오컬트 장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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