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한 유망주
유망하다는 단어가 주는 매력은 확실히 크다. 하지만 그 비중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개인적으로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을 좋아한다. 게임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다양한 것들을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이 커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에 대한 정보를 찾고 더 나아가 분석을 하기도 한다. 하나의 구단을 이르고 있는 구성원들은 다양하다. 백전노장의 베테랑들도 파릇파릇한 유망한 신인들도 그리고 그 중간애 위치한 이들도 있다.
이런 팀에서는 한때는 기대받고 주목받았던 유망주들도 꽤나 많다. 하지만 그들이 꽃을 피우고 만개한 선수가 되는 것은 소수이다. 어느 적정 지점에서 한계에 부딪치거나 도태되는 상황이 일어나 잠깐의 주목으로 그쳐지게 된다. 이에는 자의적인 부분도 발행되지만 의도치 않은 조건들이 발목을 잡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유망주가 클지 발전할지 점쳐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된다. 하지만 예측과 다른 결과로 흘러간다면 실망감이 꽤나 커진다.
유한하지 않는 삶에서 우리는 죽음을 직면하게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남아있는 이들에게 이별이라는 슬픔을 선사한다. 그리워하고 추억하다 완전히 놓아주기까지는 시간이 꽤나 걸린다. 원더랜드라는 이러한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서비스 중 하나이다. 한 사람이 죽기 전 인간으로서의 정보를 빅데이터 화하여 저장한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가상의 사이버 공간에서 살아있는 것 같은 것 형태를 보이면서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바이리라는 여성이 있다. 유능한 커리어 우먼으로 성공한 인생을 사는 그녀에게는 아주 귀여운 딸 바이지아가 있다. 바이리는 현재 고고학 탐사를 위해 해외에 있고 그녀를 대신 어머니 화란이 양육을 전담으로 하고 있다. 바이지아는 틈만 나면 엄마에게 화상통화를 거리며 재잘거리면서 응석을 부린다. 그런 그녀를 할머니는 탐탐치않게 보며 자제를 시키고자 한다.
장면은 전환되고 사랑스러운 한 커플이 등장한다. 그들은 같은 항공사에서 일을 하며 만나게 되었고 현재는 남자친구인 태주는 우주정류장에 있다. 매일 아침 여자친구인 정인의 모닝콜을 알뜰살뜰 챙기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운 한쌍이다. 그녀는 태주가 멀리 있어도 사랑에 대한 믿음은 굳건하다. 정인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동료직원에게 당당히 남자친구를 소개하기도 한다.
원더랜드라는 서비스를 관리하는 두 명의 남녀가 있다. 해리와 현수가 이들이다. 혜리는 원더랜드의 서비스의 창업부터 한 인물로 보인다. 그리고 현수는 유능한 상사인 그녀만큼이나 꽤나 능력이 있어 보이는 직원이다. 그리고 남몰래 선배인 해리를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인다. 어느 날 우연히 원더랜드 서비스에 그녀의 부모님을 마주하게 되고 남자친구인척 연기를 해준다. 그것이 그리 나쁘지 않으며 뭔가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녀가 원더랜드 서비스에 대한 애정하는 마음을 느끼게 된다.
남아있는 자에게 다시 만나지 못하는 이별에 정말 큰 도움이 된다. 거기다 빅데이터화 되어 만들어진 객체의 존재는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원더랜드는 취합된 정보를 세밀히 분석 계산하기에 오류를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독 한 명의 존재가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서 통제가 되지 않는다. 해리는 이 존재에 대해 시스템 내부의 에러를 발견하여 고치는 프로그램의 인간형 모습인 성준에게 관찰을 지시한다.
유독 불안정한 존재는 바로 바이리였다. 사실 그녀는 불치병으로 이미 사망하였고 생전에 미리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한 것이다. 어릴 적 꿈이었던 고고학자라는 설정을 요청하였다. 이런 바이리의 죽음을 어머니인 화란은 알고 있었고 가상의 존재로 다시 나타난 원더랜드의 서비스 속 그녀가 낯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미 떠나간 딸의 존재를 대체하는 가짜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손녀인 바이지아는 바이리의 죽음을 모른다. 그러기에 원더랜드 서비스 속 존재와 소통하는 것이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 화란의 고향으로 돌아가 친척들 사이에서 바이리의 존재를 잊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럴수록 바이지아는 원더랜드 서비스의 존재에 집착을 하게 된다. 이 모녀의 관계와 같은 상황인 이들이 있다. 바로 태주와 정인이다. 남자친구의 태주는 현재 병원에서 콤마상태이다. 기약 없이 잠을 자고 있다. 그런 그가 그리워 정인은 태주에 대한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하였다.
그것이 돌아올지도 모를 남자친구를 기다리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근데 어느 날 기적처럼 태주가 깨어난다. 너무나 기쁜 마음이 들지만 한편으로 원더랜드 속 또 다른 남자 친구의 존재도 신경 쓰인다. 태주는 오랜 기간 혼수상태에 있었기에 뇌에 손상이 갔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다. 사회 활동을 위해서 재활과 적응이 필요하였다. 너무나 꿈꾸었던 상황이지만 예전 같지 않은 태주의 모습에 정인은 지치고 힘들어한다. 오히려 원더랜드 속 태주가 자신에게 인제 더 익숙하다. 이러한 상황에 혼란이 오고 그녀는 괴로워한다.
한편 바이리는 성준이 관찰하여 보지만 여전히 행동이 예상밖이고 불안정한 상태를 보인다. 그래서 현수는 해인에게 삭제 후 다시 만들기를 제안하지만 그를 이미 경험한자로서 반대를 한다. 결국 좀 더 지켜보기로 하지만 점점 시스템의 경계선에 다가가 흔들려지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설상가상 손녀를 위해 고향으로 같이 돌아가려는 화란은 원더랜드 서비스 해지를 요청하였다. 바이지아는 자신과 엄마의 사이를 막는 할머니를 막는 것에 반감이 들어 떠나기 위한 공항에서 도망치게 된다. 그런 딸의 상황을 알게 되고 바이리는 원더랜드의 경계선을 넘으며 시스템의 에러를 유발하게 된다.
만추라는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다. 그 특유의 쓸쓸하면서 여운이 길었던 멜로 영화는 내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의 작품이었다. 언젠가 저 영화의 배경인 시애틀에 가서 애니와 훈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연출한 김태용의 차기작이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또 얼마나 나를 설레게 만드는 영화를 만들어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오랫동안 맴돌았다.
만추 이후 9년 만에 상업영화인 원더랜드로 돌아온다는 것이 너무나 반가웠다. 그 사이 만추의 애니를 연기한 탕웨이와 김태용은 결혼을 하기도 하였다. 여기저기 매력적이게 보이는 포인트들이 많았다. 캐스팅 또한 내가 좋아라 하는 수지, 박보검, 탕웨이, 공유, 정유미, 최우식이라는 정말 화려한 출연진이었다. 그래서 개봉하자마자 기쁜 마음으로 예매를 하여 극장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항상 기대가 크면 그만큼 채우기는 쉽지가 않다. 정말 좋은 재료들이 준비가 되었는데 뭔가 만들어진 요리는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다. 각기 따로 노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설정자체는 개인적으로 좋았었다. 왠지 HER의 연장선에서 더 나아간 AI세계관이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에도 나타날 거 같다는 생각이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더불어 원더랜드 공간의 태주와 바이리의 씬들이 나올 때마다 색감도 꽤나 좋게 보였다.
그리고 나름 바이리의 서사에서 느껴지는 감정적인 부분들의 울림도 빌드업이 잘돼서 터져주는 것 같아 몰입이 되었다. 정인이 현실과 원드랜드 속 태주에 대해 갈등하고 고민하는 모습들도 공감이 되었다. 만약 정말 나라면 어떤 감정이 들까라는 생각이 들며 은근히 그녀를 따라가는 시선에 흥미로운 매력을 느끼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장점이자 크나큰 단점이 멀티캐스팅이다.
분명 영화 전반의 힘을 주는 것은 바이리에 대한 서사이다. 그에 관객들을 시선을 붙잡아 놓고 갑자기 정인과 태주로 전환하는 이야기 줄기가 정신이 없다. 그래서 산만하게 느껴지면서 바이리에 대한 몰입도 흩트려 놓는다. 뭔가 선택과 집중이 갈피를 못 잡고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어 하는 느낌이었다. 중반에 진구와 정란의 이야기는 굳이 들어가지도 않아야 하는 부분을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다.
그리고 원더랜드 전반의 설정에 대한 안내자로 등장한 해리와 현수의 존재도 크게 비중이 느껴지지 않으며 미미하게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인지도 있고 비주얼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했으니 이쁜 그림과 적절히 이야기 분배를 하고자 의욕이 충만하다. 과장해서 3분의 1 정도는 덜어내도 아무 이상이 없을 정도로 나는 곁가지의 이야기가 의미 없이 많게 느껴졌다.
더욱더 아쉬운 점은 배우들의 연기들은 대부분 꽤나 좋게 느껴졌다. 탕웨이는 두말할 것도 없고 수지도 안나 이후 이두나 등의 작품등에서 자신에게 맞는 캐릭터를 만나 연기력이 급상승한 느낌이 들었는데 원더랜드에서도 꽤나 좋은 인상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탕웨이가 연기한 바이리의 엄마인 화란을 연기한 니나파 우의 연기도 정말 좋았다. 마지막 절정에서 터져주는 감정선에서 눈물이 왈칵했다.
좋았던 부분들도 있었지만 내가 만추 때 느꼈던 유망주가 포텐셜을 터뜨려주는 느낌은 아니었다. 분명 나는 이 이상의 잠재력을 보일 수 있다고 확신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잘하고 싶다가 가끔 좋은 방향으로도 이끌어가지만 때로는 과욕으로 무색무취가 되기도 한다. 실망감이 듦에도 그래도 한번 더 기대를 해보려 하며 원더랜드 이후에 등장할 작품을 기대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