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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Jun 27. 2024

원더랜드 2부

대체


 원더랜드를 보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대체이다. 다른 것으로 대신한다라는 사전적인 의미로 나는 영화를 보면서 각각의 캐릭터들이 부재된 것들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 하는 것 같아 보였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많은 이로운 것들을 가져와주었다. 여러 방면에서 편의성을 주면서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다. 그러기에 비어진 것들 사라진 것들이 쉽사리 대체된다.


 영화는 이러한 행태 속에서 현재의 모습에 살짝 앞서간 미래의 시점을 보여준다. 인간에게 영원한 이별 끝이라는 것이 통상적으로 죽음이라 생각한다. 진정한 부재이며 되돌리수 없는 슬픔이다. 이 상실이 주는 아픔은 인간의 삶에 꽤나 긴 시간을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원더랜드의 설정은 이 죽음이라는 부재를 대체하고자 한다. 한 인간의 삶의 흔적을 빅데이터 화하여 AI가 분석하여 거의 현실에 맞게 구현한다.



  물론 원더랜드라는 가상의 사이버공간이라는 점은 환경적 제약은 있다. 그럼에도 이별의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서비스로 보인다. 특히 바이리와 바이지아와 같은 관계에서 긍정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나이와 별개로 이별은 항상 우리에게 무거운 슬픔을 던져준다. 그렇지만 미처 피어나지 못한 새싹들에게는 더더욱이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이 든다.


 처음은 바이리 죽음을 일시적으로 감추기 위한 목적의 시작한 원더랜드 서비스였다는 점을 부각해 보여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영화가 최종 목적지에 도달 아서는 단순히 시간 벌기용이 아닌 더 단단하면서 각인시키게 만든다. 표면적으로 이 서비스가 대체재로서 작용되어 단순히 구멍을 메꾸는 것 같아 보이지만 아니다. 내가 꽤나 좋아라 하는 원피스의 한 대사가 이에 알맞은 설명이 될 것 같다.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심장이 총알에 뚫렸을 때?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맹독 버섯 수프를 마실 때? 아니.. 사람들에게서 잊혔을 때다..


-원피스 닥터히루루크의 대사 중..-


  사라진다는 것이 잊히지는 않게 되는 것이다. 원더랜드에 대한 존재를 인지하고 바이지아가 보이는 의외의 담담한 반응이 이를 반증한다. 반면 이러한 대체의 서비스가 물음표가 지어지는 캐릭터들도 있다. 정인과 태주의 모습이다. 영화는 어떠한 이유인지 설명을 하지 않지만 혼수상태인 태주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가 돌아오기를 한없이 기다리는 정인의 모습도 비쳐준다. 이들 간의 관계의 상실은 명확히 죽음이라 할 수 없지만 그에 준하는 상황이다.


 정인은 돌아오지 못할 것 같고 이별할 것 같은 존재인 태주에 대한 불안감이 들었을 것이다. 이것이 원더랜드 서비스 신청까지 가게 되었을 것이다. 처음은 반신반의였겠지만 어느새 그녀의 삶에서 익숙하게 스며들었고 오히려 현실 속 태주보다 더 이상적이고 자상한 남자친구로 느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혼수상태를 극복하고 일어난 기적이 양가적인 감정이 들면서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뇌를 다쳐 감각을 잘 느끼지 못하는 태주는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껍데기의 외피만 자신의 추억 속 인물 같아 보인다. 연이은 사고를 일으키는 그를 바라보면서 정인이 다시 기댈 곳은 원더랜드인 것이다. 어찌 보면 선택의 폭이 커진 인간에게 주어진 시련인 것이다. 리얼과 페이크 속에 나를 더 충족시키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이 된다. 영화가 던지는 철학적 메시지인 것이다.


 대체라는 것이 주는 것은 어찌 보면 우리에게 본질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 부분적인 것이다. 하지만 삶은 유한하고 인간의 육체는 나약하다. 그것이 결여된 인생을 무한하고 이성적인 것이 보완해 준다는 것에서 솔깃하게 느껴진다. 자연스레 매혹당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그 선택에 대한 것은 개개인이 어느 가치에 더 비중을 두는 것에 있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길은 영화의 끝에 정인과 같다고 생각이 든다. 아무리 이상적이고 결여되지 않는 것들이 좋지만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존재에 대한 열망이 아직은 내게 더 큰 것 같다.


 원더랜드는 상당히 잔잔하면서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이야기함에 틀림없는 영화 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을 그리 깊이 들어가지 못한다. 오히려 벌려놓은 것들을 정리하지 못함이 아쉽다. 충분히 역량이 있는 연출자와 배우진들이지만 그러한 점이 선뜻 이 작품에 대한 완벽한 호감이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나의 기대가 너무 크기에 너무 박한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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