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월드컵 경기장(1부)
삶에서 흥미로운 취미거리가 있다는 것은 소소한 축복이다. 세월을 머금고 늘어난 나이 속에는 무료함과 지루함이 한가득이다. 그래서 열의라는 것은 진작에 식어버린 지 오래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는 새로운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가끔은 사춘기 소년처럼 반항하고 싶은 마음에 의도적으로 해보지 않은 것들에 눈길을 두어본다. 하지만 그 신선함은 찰나이고 지속되지 못한다. 공허함이 찾아와 외롭게 내 몸을 감싼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나는 나의 과거의 행복에 대한 복기를 하여본다.
내가 좋아한 것들 그 시절 나를 설레게 하였 던 것들을 찾아본다. 나는 유독 보는 것을 좋아한다. 스크린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상인 영화를 좋아하고 하얀 종이 위에 여러 활자들이 놓여있는 책을 읽는 것을 즐긴다. 모두 다 정적인 것들이었다. 그 속에서 뭔가 활력이 느껴지는 것들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가 내가 꺼낸 것이 스포츠라는 키워드였다. 그 와중에도 유독 추억이 있는 것 축구라는 카드를 집었다.
대부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우리는 국가 대항전이 있으면 한마음으로 관심을 가지는 종목이다. 우리에게 꿈은 이루어진다는 문장의 짜릿함을 준 2002년의 월드컵의 잔상은 잊을 수가 없다. 그러기에 가장 대중적이면서 호감이 큰 스포츠 종목이 축구가 아닌가 싶다. 내게 이 공놀이는 더 깊이 정감이 있는 것은 고향 울산과 연관성이 크다. 나의 어린 시절 할머니집 인근에는 축구장이 있었다. 울산 공설운동장이라 불리는 이곳을 매번 지나치며 뭔가 가슴이 울리는 쿵쾅 거림을 느꼈다.
그래서 아버지를 졸라 홈경기를 자주 갔었다. 당시 경기장에서 현재의 울산 레전드라 불리는 선수들을 많이 포진되어 있었다. 가물치 김현석 , 영리한 플레이어 정정수, 꽁지머리 김병지, 멀티플레이어 유상철 까지 그 시절 울산현대의 축구는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그렇게 스며들어간 매력에 자주 공설운동장을 직관을 하며 이 팀을 응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울산현대의 공설운동장의 시절이 저물어가고 새롭게 문수구장의 시대가 되었다. 아쉽게도 멀어진 거리감에 직관은 잦아들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경기가 있는 날이면 티브이로 꼬박꼬박 찾아서 보았다. 하지만 아쉬움이 팀의 성적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1996년 이후 2005년 우승을 하면서 별을 2개 달았다. 매번 울산은 리그 순위표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우승의 문턱에서 미끄러져 준우승을 한 적이 빈번했다. 너무나 아쉽게 놓쳐버려서 아쉬움이 가시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올해는 다르지 않을까 않을까 하면서 기대하였지만 결과는 항상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결국 울산을 떠나 그 지역 연고팀에 정을 붙일 유혹을 받았었다.
하지만 2002년의 밈이 반복되듯 꿈은 이루어졌다. 2022년 세 번째 우승을 하였고 연달아 다음 해도 별을 달게 되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공허함을 달래줄 것은 울산 현대의 축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였다. 목표를 하나 세우게 되었다. 다시 한번 직관을 가서 현장의 열기를 느끼면서 삶의 활력을 얻어 가자라 생각했다. 더불어 홈 직관부터 아니라 K리그 전구장을 모두 돌아보자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을 떼어보았다.
다시 시작되는 나의 직관의 어디로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홈인 문수월드컵 경기장을 하는 것도 괜찮았지만 뭔가 새로운 곳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 경기일정을 보니 나의 구미를 끌리게 만드는 매치가 있었다. 아마 이 경기장에서 직관하면 적어도 나의 의지를 표명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굳어진 마음으로 제주도 비행기 표를 예약하였다.
제주도라는 도시는 위치적 특성이 있어서 그런지 뭔가 국내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곳을 목적지로 정해 놓도 떠날 때마다 마치 해외여행을 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뭔가 더 설레는 감정이 든다. 주머니 사정이 그리 여유롭지 않기에 웬만한 당일치기가 가능하다면 피곤을 감수하려 하였다. 하지만 하필 낮경기가 아니라 저녁시간이었고 공항 근처에 숙소를 예약하였다. 이왕 1박 2일이 된 거 경기와 더불어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제주의 맛집들도 함께 즐기면 좋을 것 같아 열심히 검색을 해보았다.
SNS와 유튜브 등으로 필터링이 거쳐진 곳들이 몇 곳 추려졌다. 일단은 동선상 크게 무리가 없는 선에서 계획을 짜게 되었다. 가방에는 노트북과 카메라 삼각대 여벌의 옷 그리고 우산과 우비를 챙겨갔다. 더불어 충전기에 뭐 이것저것 넣으니 백팩이 빵빵해졌다. 일찍 일어난 새가 한입이라도 더 먹듯이 나 또한 아침 비행기로 예매를 하였다. 이른 시간이기에 그래도 사람들이 조금은 덜하지 않을까 싶었었다. 하진만 웬걸 꽤나 많은 이들이 탑승 수속을 받고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보였다.
만석의 비행기가 하늘 위로 청아하게 날개 짓을 하면서 이륙하였다. 이내 구름 속으로 숨어들어 하얀 뭉게구름이 시야를 가득 채우면서 있었고 나는 그것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떠나는 것은 이 공백의 색에 무언가를 채우는 거겠지 이번 제주 원정의 직관이 내게 선사해 줄 색이 어떨지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이내 잠시 미루어 두었던 잠을 청했고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었다. 적당히 사라진 피로감에 떠진 눈이 파란 파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조각만 한 도시의 구조물들이 아래에서 보인다. 드디어 도착하였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미소가 지어졌다.
수화물을 위탁하지 않아 다른 이들보다 먼저 게이트를 나왔다. 제주의 상징인 돌하루르방이 눈에 보이며 북적거리는 공항 인파에 여행의 즐거움이 느껴졌다. 일단 계획했던 첫 코스를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제주도 여행에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용이함에도 불구하고도 난 장롱면허라 그 선택의 제약이 있었다. 일단 이곳에서 첫 일정은 미처 무거워진 눈꺼풀을 가볍게 만들게 위한 카페인이 한가득인 커피를 마시고자 하였다.
네이버를 통해 검색해 놓은 매장에 위치와 경로를 체크해 두었다. 버스가 도착하고 자리 한편을 차지하여 앉았다. 약 40분간을 머물러야 하는 공간이기에 어깨를 짓누른 가방을 내려놓았다. 덜컹덜컹 여러 정류장을 지나치면 제주의 냄새를 마주한다.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하였다는 것을 파악하고 하차벨을 눌렀다. 지도 앱을 켜고 확인하였으나 무언가 잘못된 느낌이 든다. 예상 도착 시간과 차이가 있는 것이다.
당황스러움과 혼란스러움에 발길을 돌려 제자리로 다시 찾아가기 위해 위치파악을 해보지만 틀어진 일정과 긴 버스 배차 시간에 선택을 해야 하여야 했다. 포기를 하고 다음 일정으로 가던지 아니면 혹시나 하는 도박으로 그냥 고하는 것이었다. 나의 무게의 추는 결국 다음의 계획을 우선하기로 하였다. 다시 버스를 검색하여 승차를 하였다. 달리는 차창 밖을 바라보며 뭔가 놓친다는 감정이 들었고 아쉬움에 한탄이 나왔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위치 때문에 해산물을 바탕으로 한 요리들이 많다. 그래서 바다의 맛을 즐기기가 참 좋은 곳이다. 하지만 공교롭게 나는 생선을 먹지 못한다. 비릿한 냄새에 자극이 거부감이 들어서 어릴 적부터 기피하였다. 그래서 내게 제주도의 매력이 일정 부분 감소된다. 해산물들을 걸러내고 남은 음식으로 내게 강렬한 인상은 준 것은 바로 고기국수이다. 제주도 특유의 국수 요리이며 고명으로 돼지고기가 올라가는 형태이다.
이 섬의 도시를 대표하는 향토의 음식 중 하나이다. 제주도에서 벼농사가 잘되지 않았다. 그로 인해 보통 조나 보리 같은 것으로 이를 대체하였다. 그래서 쌀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소사가 있을 때 국수를 해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에 고기국수가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의 원천이 되었다. 거기다 다른 지역에 비해 돼지고기 문화가 더 발달된 것도 한몫을 하였다.
유래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면 일제강점기 때에 건면 제조공장이 들어서면 밀음식 문화가 발달하였고 미군정 때에 또 보급품으로 밀이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국수문화가 보편화되었고 그나마 가축으로 기를 경제성을 가지고 있는 돼지고기가 여기에 가미된 것이다. 보통 멸치로 육수를 내는 것과는 달리 뼈를 고와 육수를 내는 것이 일반적인 국수와는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원래는 산남지역 현재는 서귀포시라 불리는 곳에서 출발하여 서귀포 고기국수라 부르기도 하는 이들도 있다.
돼지 뼈를 우려 육수로 사용한다는 점 은 일본의 돈코츠 라멘과 유사점이 있어 보여 이 음식과 함께 연상된다. 하지만 같은 듯 묘하게 다른 느낌이 든다. 일본의 돈코츠 라멘이 육수가 걸쭉하고 찐한 맛이며 이에 면이 적절히 간에 베어져 나온 맛이다. 반면 고기국수는 조금은 국물이 간이 덜된 느낌이고 심심한 맛이 나는데 상대적으로 고기의 풍미는 더 크게 느껴진다. 서도 다른 객체의 음식으로 매력이 있음은 확실한 것 같다.
제주도에 오면 고기국수를 먹지 않음은 마치 부산에서 돼지국밥을 먹지 않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의 해산물을 피한 선택의 정당성은 더 커진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 경로를 재차 확인하며 이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마음먹었다. 드디어 하차할 정류장에서 벨을 누르고 내렸다. 도보로 약 5분 거리를 걸어가 상호명의 간판이 보인다. 국시트멍이라 불리는 이름이 참 특이해 보였다.
국시는 국수라는 방언이고 트멍이라는 틈이라는 제주도 사투리이다. 국수 틈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일단 점심때라 웨이팅이 조금은 있었다. 요즘은 웬만한 맛집이라면 대기 관리 기계가 있는데 이곳도 있었다. 일단 번호를 등록하고 매장 앞 벤치에 앉아있었다. 한 2팀 정도가 내 앞에 있어 보였는데 내 앞은 한 가족단위 고객으로 보였다. 제주도 현지인인데 점심 외식으로 나온 느낌의 이었다. 본의 아니게 들리는 대화 소리에 그렇게 유추가 되었다. 그래도 현지인이 이렇게 방문하는 집이라니 뭔가 맛의 신뢰가 가는 것 아닐까 생각하였다.
5분 정도 기다리니 입장이 가능하였다. 가게 내부는 카페의 분위기의 인테리어 보였는데 뭔가 언밸런스 한 느낌이 콘셉트인가 싶었다. 안내해 준 자리에 앉아 고기국수와 음료수를 주문하였다. 비가 오다 그쳤다 하는 날씨에 습함에 목에 갈증이 났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릇에 이쁘게 돼지고기 고명이 얹어진 음식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일단 국물부터 한입 먹어보았다. 담백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큼지막하고 널찍한 고기가 육안으로도 벌써 포만감을 준다. 근처에 있는 김가루와 고춧가루를 뿌려 넣었다. 돼지국밥의 국물과 묘하게 비슷하게 느껴지만 조금 더 가볍고 깔끔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속으로 조금 치는 집이구나 나 검색 잘하였다는 생각을 하였다. 면발은 굵기가 얇아 뚝뚝 끊어지지만 적당히 면치기 하기 좋은 식감이었다. 고명으로 얹어진 고기는 야들 야들하면서 입안에서 풍미를 터트려주었다.
특제소스에 살아내 살코기 위주로 돼지 전지와 후지를 사용한다는데 입안에서 적당하게 잘 찢겨서 만족스러웠다. 간은 그리 세지 않고 적당한 염도가 느껴졌고 전체적으로 요소요소마다 밸런스가 잘 맞는 느낌이었다. 엄청나게 파격적인 맛은 아니지만 든든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그리고 면을 먹고 나서 괜스레 밥을 말아먹고 싶은 것은 국밥에 익숙해진 나의 습성이 아닌가라는 웃음이 슬며시 나왔다.
모자라지 않은 양의 음식에 정신없이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그릇을 비웠다. 예로부터 고기국수는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유래에서 먼가 이 한 끼가 나의 제주방문을 반겨주는 느낌이 들었다. 시원한 사이다 한잔으로 입가심을 하고 다시 놓아둔 가방을 찔끔 매고 나왔다. 계산을 마치고 나왔는데 그새 꽤나 대기하는 고객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는 울산의 유니폼을 입은 이들도 있었다. 들어내지는 않았지만 오늘 승리의 응원을 위해 든든히 한 끼 먹고 오시라 혼자만의 미소를 날려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