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군 Oct 18. 2020

코로나에 살고있다.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마주하다.

변화라는 단어는 항상 낯설다. 나의 삶은 올곧은 직선은 아니지만  샛길이 없었다.  견딜만한 시련과 고통 속에서  그렇게  삶에 흘려져 갔다. 그래서 단조롭고  반복의 시간들이  대부분이었다. 나의 시간에 새로운 것들이  침범해지는 것은  두려움이었다.


 뜻하지 않는  변수  그것은   정말  공포다. 어떤 파도가 덮쳐버릴지  모르기에  나는 그것이 무섭고 싫다. 하지만  그  피하고  싶은  것이  올 한 해 나에게  찾아왔다. 코로나 이 세 글자의  단어가  세상을  끔찍하게 잠식시켰다. 나의 단조롭고 평탄한 순환고리가  끊어지고 삶의  수많은 관계들이 무너졌다.


사람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고 그 마스크 속에서 하나 둘   웃음을 잃어갔다. 갑갑함과  매일  보고되는  포스러운 확진자 수 속에  움쳐드린  시간은  지속되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늪속에서 나는 많은 것들이  내 곁을 떠나가고 있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단축된 근무시간 속에 자연스레 얇아진 지갑에  고민을 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줄고 줄어든  삶에 선택의 폭은 나를 예민과 짜증으로 몰아넣었다. 쌓인 스트레스 속에 불면증이 찾아왔고  술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매일 소주 한 병에  취해  쓰러져진 삶은 나를 스스로 피폐하게  만들었다. 쓰린 속과 지독한 두통은 하루의 시작에  끊임없이 찾아왔다. 그로 인해 건강은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Y와의 이별 이후  힘들어했던 내 모습으로 돌아갔다.


사람을 만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스스로 더  고립시켜버린  시간 속에서 외로움과  쓸쓸함이 지레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왈칵 눈물이 터져 나올 때도  잦아졌다.  마음이 무너지니  관계의 울타리도 망가졌고  그렇게 나의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나갔다. 오직 내가 하는 외출은   출퇴근 일뿐이었다.


쌓여가는  배달음식의 잔해와 소주병들과 캔맥주들.  지긋지긋하게 질질 끌었던  시간을 나는 또 반복하고 있다. 돌아갈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알지만  체념하지 못하였다. 코로나라는 변수에 나는  기대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아픈 게 아니라고 나만 불행한 게 아니라고 이성의 끈이 눈앞에 있지만  흘려버린 미련이라는 선을  다시 붙잡고 있었다


창문 사이비치는 하늘은 깨끗하였고  햇살은 너무 따사롭다. 모든 것이 영원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아픔과 슬픔 잠시 지나쳐가는 것이라는 머릿속으로 되뇌어 본다. 청소를 해야겠다. 아직 쓰린 숙취가  머리를  부여잡고 창문을 열어본다. 늦은 거 아니겠지 나는... 

작가의 이전글 혼자일 수밖에 없던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