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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수밖에 없던 이유
한 편의 시를 읽고
by
김군
May 2. 2020
문득 책을 펼쳐 쏟아지는 글자의 모음 속에 감정이 온전히 몰입될 때가 있다. 드문 일이 자만 오늘 나는 그랬다. 좋지 않은 일들이 많았고 놓아야 하는 것을 지독스럽게 붙잡고 있던 근래의 나였다.
몰아치는 나쁜 감정의 찌꺼기들은 나를 공허하고 피폐한 공터로 만들고 있었다. 모든 것이 싫었다. 왜 나는 이렇게 모자란 것이고 왜 이렇게 무능하여 잃어버려야 하는 것일까
끝도 모를 우울함은 증폭되고 삶을 잠식시키고 있었다. 사랑을 하고 싶다. 모든 것을 좋아하고 모든 것을 왜곡되게 바라보는 그 감정을 찾고 싶다. 하지만 난 하지 못한다. 두렵고 못난 나의 모습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오늘 문득 마주한 한 편의 시가 너무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나의 섬에서 더 이상 혼자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지만 꿈틀거리는 의욕이 생겼다. 날이 좋다 햇볕을 마주하고 사람의 온기를 마주 하러 가야겠다.
이용채 혼자일 수밖에 없던 이유 中
나를 사랑한다고 다가오는 사람에게선
내가 물러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서면
그가 물러났다.
나에게서 물러선 그에게 다시 다가서면
그가 부담스러워 나를 피했고
내가 물러섰는데도 다가오는 이는
내가 피하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늘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더 아름다웠던 것을
내겐 늘 곁에 있어 줄 수 있는 이보다
내가 곁에 있고 싶은 이가 필요했던 것을..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나 지지 않고
나를 만나고 싶다는 사람만이 자꾸 만나지는 어이없는 삶...
그러기에 나는 언제나 섬일 수밖에... 돌아보면 늘 섬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섬이 왜 우는지 아무도 몰랐고
섬이 왜 술잔을 자꾸 드는지 아무도 물어주지 않았다.
파도는 오늘도 절벽의 가슴에 부딪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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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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