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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금이옥 갈비탕 솔직 리뷰

오픈런 이유가 있었다

by 김군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있다. 나는 내세울 만한 구석이 많은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 속담의 틀에 비춰보면,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나는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훈련을 어릴 때부터 받았다. 어린 시절에는 그것이 참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 습관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아침이 일찍 시작되면 선택지가 많아진다. 하얀 도화지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 고민할 시간도 생긴다. 사실 하루에 주어진 프레임 안에서 이런 여유를 누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일찍’이라는 단어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이 좋다. 이렇게 내면화된 습관은 어떤 순간에 특별한 역량으로 드러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오픈런’이다. 이제는 말하고 기록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전 세계로 확장되었다. 그래서 나만의 작은 공간으로 간직하고 싶은 장소들이 세상에 노출된다. 예전처럼 느긋하게 즐기기는커녕, 아예 방문조차 어려워지기도 한다. 더 빨리 움직이고 먼저 선점해야 한다. 그래서 오픈과 동시에 입장을 목표로 하는 행동이 ‘오픈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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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적막 속 미처 광명의 시간이 시작 되기도 전에 나는 움직인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공백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오픈런에 성공하는 것은 꽤나 쾌감이 있다. 달리기가 빠르지 않은 내가 순위권에 들어가 입상을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일찍일어난 새가 된 나는 시상식대 위에 기어코 올라간다.


이번에 방문하게 된 공간도 이런 나의 능력을 십시일반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이다. 11시에 오픈을 한시간이 채 가기도 전에 마감이 된다. 이런 짧은 영업시간을 하는 곳에 대한 호기심은 정말 참지 못하게 만든다. 어떤 메뉴의 음식을 판매할까 궁금했는데 갈비탕 하나가 전부이다. 이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직접 확인해보고싶다.


일단 갈비탕은 예나 지금이나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음식이다. 소고기 , 그리고 갈비부위를 활용하여 만든 이 기름진 국물요리는 매력적이다. 고기를 쉽게 먹기 힘든 과거에는 손님들을 대접하는 메뉴기도 하였다. 그런 맥락에서 잔칫집들에서 요즘은 보기 드물지만 갈비탕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깔끔하지만 깊고 진하고 고기의 씹는 식감이 대중들에게는 호감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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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옥’이라는 상호를 본 순간, 괜히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매장을 방문하기 전,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버스를 타기엔 가까웠고, 걷기엔 약간 먼 거리였다. 딱 중간쯤 되는 거리에서 고민이 됐다. 시소처럼 마음이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결국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오픈런을 하기 위해 이른 아침에 출발했다. 그래서인지 날씨는 선선할 것이라 예상했다. 걷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이나 망상에 잠기는 일은 꽤 유쾌하다. 버스는 편하지만, 그 편안함이 너무 찰나 같았다. 걸어서 가는 길은 금이옥이라는 곳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 같았다. 도착 목표는 오전 10시 이전. 거리는 대략 30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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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쯤 잡으면 넉넉하겠다 싶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사부작 사부작 걸으며 상상을 펼쳐본다. 갈비탕이 테이블 위에 놓이면 어떻게 먹어야 더 맛있을까,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의미 없는 생각들이 스쳐지나가는 사이, 어느새 매장 앞에 도착했다. 정확히 오픈까지 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

내가 당연히 첫 번째일 줄 알았는데, 앞에 두 명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매장 앞에는 대기할 수 있는 의자가 몇 개 준비되어 있었고, 다행히 자리는 남아 있었다. 10분쯤 지나자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줄이 점점 길어지는 모습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이 맛에 오픈런을 하는 것 같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오전 11시가 되자, 직원의 안내에 따라 드디어 입장이 시작되었다.

자리 한편을 잡고 앉았다. 별도로 주문할 필요는 없었다. 이곳의 메뉴는 오직 갈비탕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 직원이 김치와 재래기, 물통을 가져다주었다. 고소하고 아삭할 것 같은 재래기를 보자 군침이 돌았다. 참지 못하고 한입 먹었는데, 꽤 맛있었다. 더 궁금해졌다. 이 집의 자부심인 갈비탕은 과연 어떤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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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이런 설렘은 생각보다 빨리 끝난다. 아이러니하게도, 가끔은 기다림이 조금 더 이어졌으면 싶을 때도 있다.모락모락 김을 내뿜는 갈비탕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마치 골프채처럼 생긴 갈비가 수북이 쌓여, 그릇에서 넘칠 듯했다. 요즘 갈비탕에 갈비대가 두 개 들어가는 게 보통인데, 이곳은 무려 일곱 개나 됐다.


조심스레 갈비대를 집어 들어 한 입 베어물었다. 고기는 잘 삶아져 질기지 않았고, 부드럽게 분해됐다. 평소 갈비탕을 먹을 때면 뼈에 고기가 남거나 이 사이에 끼는 일이 잦았는데, 이 집 갈비는 스르륵 떨어져 먹기 편했다. 국물도 한입 떠먹어보았다. 기름기가 적고, 깔끔하면서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국물 속엔 숙주와 당면이 들어 있었는데, 쌀국수 같은 느낌도 났다. ‘이 자신감은 믿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만3천 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한 맛과 양이었다. 그래서 숟가락이 멈추지 않았다. 계속 먹어도 고기가 줄지 않았다. 고기에 질식할 정도로 푸짐했다. 국물엔 간장 맛이 은은히 배어 있었다. 밥을 말아 먹기에 딱 좋았다. 김치와 재래기도 조연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마치 잘 짜인 악단 같았다. 강하게 치고, 살짝 빠졌다가, 다시 터뜨리고, 여운을 남기는 구성. 한 끼 식사가 입 안에서 다채롭게 연주되었다.

바닥을 보이며 식사를 마칠 즈음엔, 잘 대접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 일어난 새가 정말 맛난 벌레를 잡은 기분이었다. 이곳의 짧은 영업시간이 괜히 배짱이 있는 게 아니었다. 긴 웨이팅이 충분히 보상받을 만한 공간이다. 모두 한 번쯤 도전해보길 권하고 싶다.


� 위치 및 운영 정보

주소: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143길 2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재료 소진 시까지 (금/토/일요일 휴무, 포장만가능)

주차: 주차장 보유 (공간 협소)


� 이 집을 추천하는 이유 (추천 포인트 정리)

� 포인트✨ 상세 설명

�️ 오픈런 필수

오전 11시 오픈, 한 시간 내 완판! 일찍 가야 먹을 수 있어요.

7대 갈비 구성

보통 2~3대 갈비 제공 → 이 집은 무려 7대! 푸짐 그 자체

깔끔한 국물 맛

기름기 적고 담백, 숙주+당면으로 국물맛이 더 살아있어요

맛있는 반찬

재래기, 김치 모두 수준급! 주연 못지않은 조연의 활약

가성비 최고

13,000원에 이 정도 구성이라니! 한 끼의 품격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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