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난자카츠 등심 타레가츠 솔직 리뷰
나는 대부분의 선택 앞에서 주저하며 멈칫했다. 무엇이 더 마음의 무게게가 무거운지 판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그래서 우물쭈물하다가 시간에 밀려 어영부영 선택하곤 했다.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우유부단하다’고 말한다.
나는 이 표현에 꽤 잘 들어맞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선택에서 주저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가끔은 생각이 미처 개입하기도 전에, 본능처럼 튀어나오는 선택들도 있다.
그중 하나가 메뉴 선택에서 차수를 제거하는 순간이다. 뚜렷한 목적 없이 우선순위 없이 나설 때면, 여과되지 않은 음식들이 툭 튀어나온다. 그 가운데 유독 자주 떠오르는 메뉴가 있다.
바로 돈가스다. 거친 표면의 바삭한 튀김옷 사이로, 촉촉한 육즙을 머금은 속살은 실망을 준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뭐 먹지?” 하는 고민 속에서, 돈가스는 언제나 압도적으로 치고 나온다.
괜히 쉬는 날이면, 집에서 혼자 밥 먹는 일이 꺼려진다. 밖에 나간다고 해도 혼밥인 건 마찬가지지만,
고요함보다는 백색소음 속이 덜 외롭다. 오늘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거리로 나왔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선택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후보들 중 가장 끌린 메뉴는 돈가스였다. 그래서 나는 결국 돈가스를 골랐다.
자주 즐겨 먹는 음식이다 보니, 생활 반경 안에 준수한 가게들이 이미 리스트화되어 있었다. 공통적으로 맛은 좋지만, 스타일에 따라 차이가 있어 지금 내 혀가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봤다.
크게 나누면 경양식과 일본식,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각자 뚜렷한 색깔이 있다.
먼저 경양식은 1960~70년대, 한국의 초기 양식 문화 속에서 등장했다.얇게 펴진 고기를 눅눅한 느낌이 도는 튀김옷에 입히고, 달짝지근한 소스를 얹어 내놓는다. 어릴 적 가족과 외식하며 자주 먹었던 음식이라 익숙하고, 추억을 소비하는 감성적 요소가 크다.
반면 일본식은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다. 고기는 두껍고 육즙이 풍부하며, 등심과 안심 등 부위별로 메뉴가 나뉜다. 생빵가루를 사용해 튀김의 바삭함을 극대화하며, 소스는 진하고 묵직하다. 소금이나 와사비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고,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정제된 인상이 강하다.
감성이냐, 깔끔한 정갈함이냐. 우선 1차 경합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치열한 고민이 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허기가 몰려오던 순간, 기다릴 인내심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웨이팅이 적을 것 같은 일본식 돈가스 집을 골랐다. 그렇게 내 발길이 향한 곳은, 조금은 뜻밖의 장소였다. 바로 시장 한복판이었다. 시장이라는 공간과 정갈함을 추구하는 일본식 돈가스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매장 앞에 도착하면, 그런 이질감은 거의 사라진다. 각 구역이 저마다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조화롭다. 주말이라 웨이팅은 감수해야 했기에,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미리 도착했다. 입구 앞 대기명단에는 이미 몇몇 사람들이 이름을 적어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 역시 이름과 전화번호, 주문할 메뉴를 수기로 남겼다. 오늘 내가 찾은 곳은 대구 방천시장 안에 있는
‘보난자카츠’라는 가게다. 간판도 없고 중심가에 자리한 것도 아니지만, SNS에서 꽤 인지도를 쌓은 곳이다.
처음 방문했을 때 기대 이상으로 만족했던 기억이 있어, 그 이후로 내 맛집 리스트에 올려두었다.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자, 종업원이 차례대로 손님을 안내했다. 내 이름이 불리자 자리로 이동해 착석했다.
매장은 다찌 형태의 구조였고,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은은한 조명 아래, 눈앞에 조리 과정이 펼쳐지는 오픈형 주방이 있었다.
메뉴는 입장 전 대기명단에 적어두었기 때문에, 따로 주문할 필요는 없었다.나는 등심 타레카츠와 생맥주를 주문했다. 메인이 나오기 전, 백김치와 장아찌 그리고 손을 닦을 수 있는 따뜻한 수건이 함께 나왔다.백김치를 먼저 맛봤는데, 아삭한 식감이 마치 피클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장아찌도 간이 알맞고, 맛이 꽤 좋았다. 기다리는 동안 눈앞에서 펼쳐지는 조리 과정을 지켜보았다.튀김옷을 입히고 기름에 튀기는 동작들이 분주하면서도 간결했고, 그 자체로 볼거리가 되었다. 잠시 멍하니 있던 순간, 직원이 미소된장국을 내주었다.
야채와 돼지고기로 만든 국은 구수한 냄새로 코끝을 자극했다. 묵직하면서도 깔끔한 된장국이 식전에 든든한 윤활제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인 메뉴인 등심 타레카츠가 나왔다. 타레카츠는 간장 베이스 소스에 튀긴 돈가스를 담가 내는, 일본 니가타 지역의 향토 음식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얇게 썬 돼지고기를 바삭하게 튀긴 뒤, 달콤짭짤한 간장 소스에 통째로 담가 밥 위에 얹어 먹는 덮밥형 돈가스 요리다. 정갈하고 아기자기하게 플레이팅된 요리는 일본의 감성을 잘 담고 있었다.가지런히 놓인 등심 돈가스 아래, 포슬포슬한 계란이 밥 위를 살포시 덮고 있었다. 나는 세팅된 접시 위에 등심을 하나둘 덜어냈다.
접시에 옮기고 나니, 노란색의 계란과 타레소스에 절여진 밥이 더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먼저 덜어둔 돈가스를 먹어보았다. 바삭한 튀김옷 사이로 육즙이 스며나오고,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을 즐겁게 했다.이번엔 계란 이불을 걷고 그 아래 밥을 함께 떠서 먹어보았다. 달큼하면서도 짭조름한 소스와 고소한 계란이 잘 어울렸고,
따로 먹어도 충분히 맛있었다.
타레카츠를 자주 먹는 편은 아니지만, 간장 베이스가 과하면 짠맛에 눌리는 경우가 있어 실망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곳은 간이 아주 적당했다. 그래서 무척 만족스러웠다. 밥과 함께 돈가스를 다시 먹어보니,
맛의 조화가 더욱 뛰어났다. 느끼함 없이 깔끔하고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입가심으로 주문한 맥주를 마시며, 탄산수를 시킬까 고민했던 시간이 아쉽게 느껴졌다.
청량한 맥주가 기름기를 씻어내 주며, 다시 한 번 타레카츠의 맛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수저가 쉴 틈 없이 오가며 맛있게 식사를 이어갔고, 어느새 그릇의 바닥을 마주하게 되었다.
들어올 때는 1등이 아니었지만, 나갈 때는 가장 먼저였다. 오늘도 참 맛있는 식사를 했다.
부드럽고 육즙이 터지는 등심가츠는 만족스러웠고, 달콤하면서 짭조름한 타레소스도 매우 훌륭했다.
경양식의 정서가 살짝 녹아든 일본식 돈가스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한 끼였다.
이곳은 분명 누군가에게 기꺼이 추천할 만한 공간이다.
� 주소
대구광역시 중구 달구벌대로 446길 28 1층
⏰ 영업시간
- 11:30 – 20:00
- 브레이크 타임 15:00 – 17:00
- 라스트 오더 19:55
- 휴무 : 월요일 (인스타 공지 확인)
� 메뉴 & 가격
- � 등심 타레가츠 14,000원
- � 오키나와 생맥주 6,000원
✨ 추천 포인트
1. 포근한 스크램블 계란 + 달콤짭짤 타레소스 조합이 ‘히트’라는 후기
2. 튀김옷이 바삭하고 육즙은 꽉 차 느끼함 ZERO
3. ‘오픈 키친’ 바석—조리 과정 직관 재미 UP
4. 김광석거리 초입 위치로 식사 후 산책 코스까지 원-스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