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양에 놀라고, 인심에 감동하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여유가 있고 잘되는 집안은 베푸는 마음도 넉넉하다는 뜻이다. 나는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10년 가까이 매장에서 일하며 판매·유통업에 종사했다. 하지만 내가 몸담았던 매장들은 대체로 매출이 좋지 않았다.
늘 시간에 쫓기듯 업무에 시달렸고, 동료들도 믿음과 신뢰보다는 경쟁자로 여겨야 했다.
각자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눈치를 보며 일했다. 이런 환경에서 인심이 날 리 없었다. 고객을 응대하면서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쌓여가는 마음의 무게는 불편함으로 이어졌고, 그 불편함은 반복되었다. 그 고통스러운 굴레는 ‘곳간’이 채워져서 끝난 것이 아니라, 내가 일을 그만두면서 비로소 멈췄다. 이제는 동료를 험담할 일도, 인상을 찌푸릴 손님도 없다. 가끔 옛 동료와 연락을 나누면, 그 번뇌의 굴레는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아무튼 오늘 ‘곳간의 인심’이나 ‘내 마음의 짐’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다.
오랜만에 일을 쉬게 되니 시간의 여유가 생겼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한동안 고민했다.
‘놀아본 사람이 놀 줄 안다’고들 하지만, 집과 회사만 오가던 내게는 공허한 백지에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도 이 막막함 속에서 몇 가지를 시도해봤다. 그중 하나는 좋은 공간과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일이었다.
오늘은 그 여정의 한 걸음으로 오랜만에 본가로 향했다. 부모님의 잔소리도 있었고, 울산에서 장사가 잘돼
‘곳간의 인심’이 넉넉할 만한 한 공간에 가보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동안 일을 하며 업무 외적으로 쓸모 있는 능력은 거의 쌓지 못했지만, 그래도 검색 능력만큼은 제법 늘었다.
덕분에 괜찮은 장소를 곧잘 찾아냈고, 그 결과에도 꽤 만족해왔다. 이번에 가볼 공간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수고스럽지만 직접 움직여보기로 했다.
첫 만남에 다가서기엔 진입장벽이 꽤 높았다. 맛집들에서 흔히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가 짧은 영업시간인데,
이곳도 오전 8시에 문을 열어 11시쯤이면 문을 닫는다고 한다. 나는 본가에서 가는 길이지만, 타지에서 오게 된다면 헛걸음이 될 수도 있는 조건이다. 나 또한 이번 일정은 1박 2일. 일정이라 시도해볼만하다는 판단이 생겼다.
이번 여정의 목적지는 ‘뚱이 한우국밥’이라는 이름의 식당이었다. 위치는 대략적으로 익숙한 동네였다.
‘국밥’이라는 단어가 주는 친숙함은 다른 음식보다 크다. 국과 밥은 오래전부터 한국인의 식탁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왔고, 국밥은 이 식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음식이라 할 수 있다.
국밥은 재료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뉘지만, 대체로 국밥이라고 하면 돼지국밥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오늘은 일반적인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가 들어간 국밥을 먹기로 했다. 국밥의 기원을 살펴보면, 조선시대 양반들이 즐기던 ‘장국’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 장국에는 소고기가 들어갔다.
세월이 흐르며,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돼지고기가 국밥의 주재료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돼지국밥이 국밥의대명사처럼 자리 잡게 되었다.
뚱이 한우국밥은 인기가 많다고 들어 서둘러 출발했다. 오픈 시간인 8시를 20분쯤 지나 매장에 도착했다.
꽤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가게 안은 이미 손님들로 북적였다. 운 좋게 마지막 남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웨이팅 없이 입장했다. 자리에 앉은 지 1분도 되지 않아, 손님들이 하나둘씩 몰려와 대기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매장은 크지 않았고, 메뉴도 단출했다. 소고기국밥과 육전, 딱 두 가지뿐이었다. 주문을 받는 직원들의 표정은 다들 밝고 인상적이었다. 장사가 잘되는 집 특유의 여유가 그들의 미소에 배어 있는 듯했다.
나는 소고기국밥을 주문했다.
잠시 후 밑반찬이 세팅되었고, 그중에서도 계란프라이는 특히 눈길을 끌었다. 집에서 엄마가 구워준 것처럼 정겨운 모습에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졌다. 얼마지나지 않아 모락 모락 김을 머금고 있는 국밥이 식탁위에 마무리
정점으로 세팅되었다. 파가 한가득 올려져있고 새빨간 색감에 군침이 확 돌았다.
일단 수저로 국물 한입을 먹어보았다. 깔끔함과 보기와는 다르게 강렬하기보다는 소고기 국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뒤적 뒤적 내부를 보다보면 잘되는 집에 곳간 인심이 좋구나라는 느낀다.
고기가 엄청나게 푸짐하게 들어가 있어 행복했다. 고기 자체가 살코기라기보다는 씹는 식감이 있는 부위라 그런지 좋았다.
고기외에도 당면이 들어가 있어서 식사를 즐기는 포인트가 더있었다. 고추를 넣어먹을수있어서 썰어져있는 통이 나왔었다. 아무래도 소고기 국밥자체가 기름기가 있다보니 먹다보면 질릴수 있을것 같으니 완충제로 준비된 느낌인것 같아보였다. 한움큼 퍼서 넣어주고 후추도 함께 첨가해주었다. 본격적인 식사를 위해 밥공기를 말아주었다.
고기에 비해 밥공기는 적어보였지만 먹다보면 고기가 그리 많으니 적절한 배분이라 생각이 들었다. 수저로 고기와 밥을 한움큼 퍼서 반찬들과 함께 먹었다. 깻잎장아찌가 생각보다 별미였다.
그리고 드디어 계란후라이를 먹어보았다. 익숙하고 아는 맛이기는했지만 만족스러웠다.
국물에적셔 먹어보았는데 그것도 괜찮은 접근 방식 중 하나같았다. 돼지국밥처럼 비슷한결인듯 다른느낌으로 해장에도 괜찮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 포만감은 수저의 모터가 방전될 쯤 생겨났다. 고기도 한우이고 맛도 좋고 간도 알맞은 음식을 만원에 맛볼 수 있다는게 너무나 가성비가 좋았다. 거기다 나름 회전율도 빠른편이라 극악의 웨이팅 느낌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좋은거는 다들 기가막히게 알기에 사람들은 몰리는 것 같다. 타지사는 나의 처지에는 기회가 클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다시 오고싶은 공간이었다. 매장에 식사가않된다면 포장이라도 시도해보고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도 맛난 한끼였다. 곳간에 인심이 좋은 곳에서 행복한 식사였다.
장점으로는
고기의 양이 정말 넉넉해서 한 그릇에 만족감이 크고,
국밥 속 당면이나 곁들임 반찬이 다채롭고 정성스럽다는 점,
직원들의 응대도 밝고 친절해서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계란프라이는 단순하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요소였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영업시간이 너무 짧아 늦잠을 자면 먹기 힘들고,
타지인 입장에선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
매장이 크지 않아서 웨이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메뉴가 두 가지로 한정적이라는 건 다소 아쉬울 수 있어요.
오픈 시간 8시~11시 사이에 꼭 방문하세요. 늦으면 재료 소진으로 못 먹을 수 있어요.
포장도 가능하니 매장 내 식사가 어려울 경우 포장도 고려해보세요.
깔끔하고 속 편한 국물이라 해장용으로도 추천합니다.
주차는 인근 공용주차장을 이용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