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을수록 왜 자꾸 쪼그라드는 걸까?
나는 좀 멋진 어른이 될 줄 알았다.
사회에서 존경받는 위치에 올라 능숙하게 일하고
나이가 무색하게 잘 관리된 외모에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옷차림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모두를 포용할 만큼 넓은 마음까지 겸비한
중년 같지 않은 중년
내가 꿈꾸던 어른의 모습은 이거였는데
중년이 된 지금의 나는 전혀 딴판이다.
회사에서 멋지게 일하기는커녕
이전보다 헤매는 것 같고,
손도 빠르고 재기 넘치는 이삼십 대 후배들에게
차츰 밀려가는 느낌이다.
한 달이 되지 않아 솟아나는 흰머리와
거울을 보면 깜짝 놀랄 만큼 늘어가는 주름
십 년 넘게 바뀌지 않는 옷 스타일
여기에 싫은 사람들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해보다는 오해와 짜증으로 범벅된 성격까지...
이렇게 점점 꼰대가 되어가는 걸까?
주연에서 조연으로 밀려나는 어느 여배우처럼
현실을 받아들이고
늙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거라 위로하면서,
자연스럽게 내려감을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편안하고 당당해지고 싶은데
그렇게 마음먹을수록 더 작아지는 것 같다.
나이라는 숫자는 쏜살같이 커지는데
마음은 한없이 쪼그라드는 느낌이다.
40대 초반에 벌써 이런 마음인데
50대는 대체 어떻게 회사를 다닌담?
나는 사실 알고 있다.
이 모든 마음의 어려움이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걱정하는 일들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하지만 겪어보지 않은 시간들이라
예측되지 않은 미래라
머리에서 no라고 말하는 것들도
가슴에서는 yes라 말하는 걸 멈출 수가 없다.
부모님 생각이 났다.
바쁜 자식들에 방해가 될까 섣불리 전화도 못하고
놀러 오란 말도 먼저 꺼내지 않으시는 엄마 아빠.
친정에 가면 미뤄뒀던 스마트폰에 대한 질문들을 쏟아내시던 모습들.
혹시 우리 엄마아빠도 매일 작아지는 경험을 해왔던 걸까? 괜히 슬퍼졌다.
우리 부모님은 평범한 분들이시지만
내가 아는 가장 멋진 어른들이신대
혹시 작아졌을 그 두 마음을 위해
이사실을 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마음속 불안이에게 도 신호를 보내야겠다.
쪼그라들 필요 없어
헛된 시간은 하나도 없으니까
지금의 이 고민이 영원하진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