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아이보다 먼저 사과하지 못하는 42살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후
아이와 놀아주는 게 너무 힘들어졌다.
사실 그 이전까지는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고 살아왔다.
주변에 도와줄 가족들도 많았고,
아이도 너무 순했고,
흔한 산후 우울증도 없었다.
작은 아이랑 단둘이 집에서 종일 보낸 휴직 기간 동안 그 작은 존재가 너무 귀엽고 또 귀여워서
매 순간 집중해서 놀아주었던 것 같다.
그 시절 동영상을 보면 하이톤의 절정인 내 목소리가
그 모든 걸 말해준다.
노력이 아니라 저절로 그리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8살이 된 지금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그때보다 더 힘든 느낌이다.
나는 늙었고, 아이는 자랐다.
혼자서 할 줄 아는 게 많아진 아이는 손이 덜 가지만
까꿍만 해도 자지러지던 수준을 넘어
디테일한 방식으로 놀이를 요구한다.
퇴근 후 짧은 시간, 밥도 먹고 집안일도 하고, 숙제도 봐줘야 하는데 놀아달란 요구까지 해오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거나 짜증이 밀려온다.
아이는 사실 잘못한 게 없는데 나는 자꾸 아이에게 큰소리를 내게 된다. 그래서 아이는 삐지고, 괜히 미안해져서 사과하는 패턴의 반복.
이날도 그런 반복적인 일상 중 하루였고,
미안한 마음에 사과의 일기를 써서 보냈는데
아이의 답장을 보고 마음이 시큰해졌다.
애초부터 삐지지 않았던 것만 같은
나를 다 이해해주고 있었던 것만 같은
이 한없이 너그러운 답장은 뭐니 대체 …
이 세상에 자식에 대한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늘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해 주는 아이의 사랑이
나보다 더 크고
마음의 바다도 훨씬 넓고 깊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나는 아이한테 가끔
아니 꽤 자주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