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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40대가 좋아진 이유

그렇게 싫던 내 나이가 어느 날부터 좋아지기 시작했다.

by 칼렛

나는 42살이다.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그러하다.


생각해 보니 37살 정도부터 40대에 대한 불안함이 시작된 것 같다. 이 브런치에도 정확히 5년 전에 불안하다고 썼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시도도 많이 했었는데… 여전히 그때와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걸 보니 그 모든 게 삽질이었나 싶은 생각에 우울해진다.


하지만 올여름부터, 그러니까 42살 하고도 반 정도 지나고 나니, 40대인 내가 슬슬 괜찮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간 괜찮은 척 연기를 했었다면, 이제 진짜 괜찮아지고 말았다.


처음 흰머리가 늘고 머리숱은 줄어듬을 느꼈을 때, 작은 글씨가 잘 안 보여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멀리 보게 되었을 때… 얼마나 마음이 황량해졌었는지 모른다.

탈모 샴푸, 검은콩, 루테인 같은 제품들을 주문하면서 우리 엄마 아빠도 이런 마음으로 나이를 먹었을까 싶은 생각에 괜히 울컥해지기도 헸다.


그러면서 세상만사에 대한 모든 의욕이 사라졌었다.

‘이직 준비는 뭐하러 해 어차피 다 떨어질 텐데 ‘

‘운동? 그냥 동네나 걷지 뭐. 해봤자 몸이 달라지겠어?‘

‘탈색? 파마? 안 어울릴게 뻔한데 새치 염색이나 하자’


하지만 그렇게 나이 많다고 한탄했던 30대가 지금 돌아보면 참 어린 나이듯, 이 40대 또한 돌아보면 참 젊은 나이일 게 분명하다. 우울함과 씁쓸함에 젖어 있기엔 100세 시대에서 아직 인생의 반도 안 오지 않았나?


평생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겠노라 다짐했던 난데,

트렌드의 정점에서 감다살로 오래오래 살고 싶은 난데,

누구보다 꼰대들을 싫어하기에 내가 꼰대가 되기는 죽어도 싫은 난데…

나이라는 숫자에 연연하는 순간, 그때부터 꼰대력은 올라가기 시작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김미경 강사가 말했다. 2025년의 40대는 분명 사계절로 치면 초여름이고 하루로 치면 11시일 뿐인 거라고.. 그러니 이제 본격적으로 밥 먹고 땀 흘리고 집중해서 생산적인 일들을 할 때가 온 것이다.


옛날로 치면 30대나 다름없는 나이라고 생각하고 나니, 이상하게 덜 피곤하고, 하고 싶은 것들의 리스트가 속속 떠올랐다.


연애 빼고 다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초봄 갓 피어난 여린 새싹 같던 우리 아이도 이제 제법 줄기가 단단하고 초록에 가까운 빤빤한 잎으로 거듭났으니, 이제 나도 내 뜨거운 여름 인생에 좀 더 집중해 봐야겠다.

비록 많이 덥고 지치고 불쾌지수 오를 일 투성일지 모르지만, 오직 여름에만 할 수 있는 물놀이처럼 시원하고 짜릿하게 나를 채워줄 것들이 과연 뭐가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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