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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잠자는 아이의 냄새를 맡는 이유

평범한 시간들의 힘은 제법 강하다

by 칼렛

지난 일요일 오후, 8살 아이 그리고 남편과 함께 영화를 봤다.


오래전, 조카와 본 <드래곤 길들이기 1편>의 기억이 강렬했던 남편은 이번에 새로 나온 <드래곤 길들이기 1편 실사>를 아이와 함께 보고 싶다고 며칠간 계속 말해왔었다. 아이는 썩 내켜하지 않아 했지만, 팝콘을 사준다는 꼬드김에 따라나섰다.


영화가 시작되었고, 몰입감 높은 화면과 스토리에 아이는 금세 빠져들었다. 중간중간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때면 아빠에게 기대어 마음을 달래고, 조잘조잘 귓속말로 아빠에게 무언가 계속 말을 건네는 아이였다.


영화가 끝난 후, 감동으로 충만해진 아이와 그런 아이로 인해 덩달아 신난 남편이 누가 봐도 즐거운 발걸음으로 영화관을 나서는 뒷모습을 보며, 문득 참 아름다운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봐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런 일상의 행복과 감사에 대해 갑자기 새롭게 인지한 순간이었다.


매 주말이면 늘 이렇게 세 식구가 시간을 보내는데, 웃는 일보다는 짜증 날 일이 늘 더 많은 게 현실이었다.

왜 어지르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은 따로 있는 건지, 아이는 왜 자꾸 놀아달라 하는지, 남편은 왜 누워만 있는지, 불편한데 왜 한 침대에 셋이 찡겨서 자야 하는 건지… 맘에 안드는 것들 투성인 나였다.


하지만 일상의 감사를 인지하고 나니, 함께 먹는 소박한 비빔밥과 흔한 콩국수도 달게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아이와 이렇게 한 침대에서 살 부대끼며 잠을 잘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싶은 마음에 벌써부터 아쉬움이 들었다.


이런 마음 또한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그래도 반성하고 결심해 본다.

장점이 많은 남편임에도 늘 단점만 보기 급급했던 나.

아이가 잘하는 열개를 칭찬해 주기 앞서 못하는 한두 개에 대한 잔소리가 앞섰던 나. 이제 그러지 말아야지!!

뒤늦은 깨달음이 휘몰아치는 모두 잠든 새벽, 평범한 현실 엄마는 괜스레 잠든 아이의 살결에 코를 킁킁대며깊게 냄새를 맡고 또 맡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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