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탄생 프롤로그

책 ≪유아의 심리적 탄생≫

by 향인

“우리는 한 개인의 심리적 탄생을 분리-개별화 과정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현실세계와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확립하는 것이며, 특히 유아 자신의 신체 경험과 그가 경험하는 세계의 주된 표상, 즉 일차적 애정 대상과 관련되어 확립되는 것이다. 다른 정신 내적 과정과 마찬가지로 이 과정은 삶의 주기를 통하여 반향 된다. 이것은 결코 끝나는 과정이 아니다. ”

≪유아의 심리적 탄생≫ 중에서




심리상담사로 살면서 즐거운 일 가운데 하나는 책을 '보는' 재미다. 고전적인 심리학 관련 도서부터 최신 연구 및 심리 치료 동향을 반영하는 책까지. 평생 읽을 책이 무궁무진하다. 책을 읽는 대신 '보는' 재미라고 표현한 이유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완독 하거나 다독하는 능력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것은 진심이기에 늘 중고 책방이나 서점을 기웃거려 충동적 책 구매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유아의 심리적 탄생≫은 심리상담 대학원 시절 놀이치료 수업을 들었을 때 교수님과 동기들에게 추천받았던 책이다. 대상관계나 애착 이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바이블 같은 책이라고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바로 알라딘에 들어가 책 주문을 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도착한 택배를 서둘러 뜯었는데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디자인의 책이 두둥.

책 표지 <유아의 심리적 탄생 : 공생과 개별화>

허허. 이젠 좀 적응이 될 때도 되었는데 책을 볼 때마다 생경하고 낯설다. 놀라운 디자인이다. 97년도에 쓰인 책이니 이 표지의 아기는 어엿한 성인이 되었겠구나. 이런 쓸데없는 잡생각을 하며 책장을 펴곤 했다. 하지만 대학원 시절과 졸업 이후, 현재까지 나는 여전히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 서론만 재밌게 읽고, 다음 장에 펼쳐진 연구 과정 소개 부분을 읽다가 수차례 졸기를 반복했다. 결국 손에서 놔버렸다. 그냥 연구 소개는 패스하고 본론부터 읽어도 됐는데, 책을 꼭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직역식 영어 번역도 지루함과 이해의 어려움에 한몫을 더했다. 결국 핑계지만.


내가 이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우리 집에 작은 인간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아기가 신생아로 태어나 개월별로 성장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으니 책의 내용이 예전과 달리 훨씬 깊숙이 마음에 와닿았다. 시기별로 달라지는 아이의 변화를 책 속에서 똑같이 발견하니 신기하고, 그것의 심리적인 의미가 담겨 있으니 아이의 엄마이자 심리 상담사로서 매우 흥미진진하게 느껴진다.


그리하여 앞으로 쓰일 글들은 1.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오래도록 내용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것이 일차적 목적으로 2. 주요 내용을 정리함과 동시에 3. 유아의 심리적 탄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나의 경험과 함께 이해해보고자 한다. 4. 또한 이 책뿐만 아니라 "마음의 탄생"이라는 주제와 연관된 다른 책들도 연결 지어 함께 읽어보고 싶다. 5. 관심 있는 분들과도 공부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더욱 기쁘겠다. 이번엔 아주 느린 속도로 가더라도 완주하고 싶다.


"정상적인 분리 개별화가 정체감의 발달과 유지에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 다음 글에서는 분리 개별화의 전체 과정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첫 번째 발달단계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 참고도서 : ≪유아의 심리적 탄생≫, 마가렛 S 말러, 프렛 파인, 애니 버그만 지음. 이재훈 옮김. 한국심리치료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