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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Oct 30. 2019

칸예 웨스트 Jesus Is King 후기

《Kanye West: Jesus Is King》 리뷰

《Kanye West: Jesus Is King》후기·리뷰_길 잃은 랩 천재!

웨스트가 기독교를 그의 음악에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데뷔 앨범을 크게 알린 “Jesus Walks”부터 그는 흑인음악의 고향 같은 가스펠을 전면에 내세웠었다. 많은 흑인 아티스트들이 정식 교육을 받기보다는 교회에서 음악을 배웠던 오랜 역사가 있지 않았나? 그걸 감안하고 후기를 써야겠다. 그리나 많은 평론가들이 지적한 사운드와 믹싱은 일단 평가를 유보하겠다. 솔직히 많은 부분에서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12월 25일에 발매될 후속작 <Jesus Is Born>이 나와 봐야 최종 판결을 내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9집《Jesus Is King》이 과연 얼마나 놀라운 신학적 논쟁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신학과 철학을 분리시키고, 스콜라적 종합을 무너뜨린 ‘보편 논쟁(普遍論爭)’같은 걸 기대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가 일찍이 지적한 대로 칸예의 위대한 점은 ‘상호모순적인 자기애와 사회참여를 공존시킨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그는 점점 그 자신의 예술에 관한 주제는 내면화시켜 나갔다. 2007년 어머니 Donda가 수술 합병증으로 사망하자 <808s & Heartbreak (2008)>로 상처 입은 자아를 그대로 고해성사했으며,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2010)>를 거쳐 <Yeezus (2013)>에서는 자신을 예수와 같이 신성시하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The Life Of Pablo (2016)>에서 사도 바울의 이야기를 통해 내면의 악마와 싸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KIDS SEE GHOSTS (2018)>에서 하느님에게 구원을 청하기에 이르렀다. 9집을 천천히 들어보자!   

 

9집《Jesus Is King》은 11곡의 단출한 구성에 27분 4초에 불과하다.  첫곡 [Every Hour]은 Sunday Service 합창단과 함께 밝은 피아노 건반에 발맞춰 문을 연다. 묵상을 권하는 [Selah]은 심각한 오르간 소리에 발맞춰 우리 모두를 노아의 방주에 태운다. 그리고 예수가 하느님의 강생임을 강조한 요한복음을 인용한다.      

 스트리밍 차트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Follow God]은 상당 부분 홀 트루(Whole Truth)의 1969년 원곡에 기댔다. 타락한 여성 ‘이세벨’을 통해 악마의 유혹을 경계하는 [Closed On Sunday], 피에르 본과 함께한 [On God]은 문제의 ‘미국 수정 헌법 제13조 제1항’을 언급하면서 자신에게 면죄부를 스스로 안긴다. 이 트랙이야 말로 앨범의 주제를 함축했다. 유일신을 찬양하는 [Everything We Need]은 <Ye>의 “All Mine”에 참여했었던 Ant Clemons이 노래하고, Ty Dolla $ign이 피처링을 맡았다. 성수로 자신의 원죄를 씻는 [Water], 기막힌 소울 넘버 [God Is] 등 앨범의 후반부는 기도문으로 일관한다.  이 기도의 목적은 곧 드러난다.  


가장 노골적인 트랙은 [Hands On]이다. 좋게 말하면, 인간적인 칸예의 면모가 드러나지만  나쁘게 말하면, 교리를 방패 삼아 자신에게 가해지는 비판을 방어하는 듯하다. [Use This Gospel] 역시 [POWER]가 절로 연상될 만큼 철벽 디펜스를 펼친다. 물론 다시 뭉친 Thornton형제는 반갑고, 케니 G의 색소폰 솔로가 칸예의 참회를 진정성 있게 들리도록 도와준다.  

   

마지막 곡 [Jesus Is Lord]은  클로드 르 빌리의 'Un Homme Dans La Nuit'을 장대한 후속작 예고편으로 탈바꿈시키며 후속작<JESUS IS BORN>을 예고한다. 



《Jesus Is King》을 듣고서, 그간 우리가 알고 있던 ‘샘플링의 거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원곡에 과하게 기댄다. 특히 [Closed On Sunday], [Water]은 실로 심각하다.      


가사는 더 가관이다. 기독교는 원죄론을 내세우며 구원을 설파하는 건 맞다. 그렇지만, 칸예는 목사가 아니다. 아티스트답게 자신이 겪고 느낀 바에서 얻은 예술적 영감을 창작품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팬들은 작품을 통해 예술가의 고뇌를 함께 공유한다. 그런데 《Jesus Is King》은 어떠한 시사점도 제공하지도 못하며, 통찰력을 담아내지도 못했다. 더욱이 힙합은 MC가 읊조리는 랩 가사와 행동이 일치해야만 스웩(SWAG)이 발휘되는 장르다. 칸예는 자신의 당선되기 위해 미국의 금기(인종문제)를 자극하는 트럼프를 지지하고 우간다의 독재자 요웨리 무세베니에게 자신의 ‘이지 부스트’ 운동화를 선물했다. 그런 행적들이《Jesus Is King》을 참회록으로 전락시킨다.  

 

수차례 미뤄지고 엎어졌던 신보가 정규앨범라기엔 모자라고, 그냥 Skit 모음처럼 들린다. 선데이 서비스 등 과장된 프로모션과 그가 논란을 일으킬 때마다 쌓이는 피로감이 팬들이 기다릴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궁금하다.   

  


★★  (1.9/5.0)     

 

Good : <JESUS IS BORN>도 얼른 듣고 싶다.

Caution :  '천재' 칸예가 평범해졌다.

 

●<YE(2018)>도 미완성본 EP 같았는데, 이번 9집은 SKIT 모음집과 같다. 발매 후에 디지털로 업데이트되던 <The Life Of Pablo (2016)>에서 이제는 후속작 <JESUS IS BORN(2019)>을 예고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건가! 아티스트가 예술적 자유를 완전히 보장받고서 생기는 부작용 중에 대곡병에 걸리며 거대 콘셉트에 목매는데 반해 칸예는 미니멀리즘에 경도된다. 여러모로 칸예는 신기한 아티스트다.   

   

1. Every Hour (Ft. Sunday Service Choir)

2. Selah

3. Follow God

4. Closed On Sunday

5. On God

6. Everything We Need (Ft. Ty Dolla $ign & Ant Clemons)

7. Water (Ft. Ant Clemons)

8. God Is

9. Hands On (Ft. Fred Hammond)

10. Use This Gospel (Ft. Clipse & Kenny G)

11. Jesus Is L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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