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놀면 뭐하니?>에서 마태환 콘서트 못 해서 부채의식 있는 듯한 인터뷰를 봤다. 30주년 기념으로 12집 발표하느라 엄청 바빴을 텐데도 그는 신해철을 위한 작업에 기꺼이 참여했다. 그 마음에 감격해서 태연의 신작 대신에 5년 만에 발표된 《Fall To Fly 後 (2019)》 앨범 후기를 먼저 써본다.
역시 ‘사운드 장인’ 답게 목소리를 포함한 악기 하나하나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K-POP에서 간과되는 코러스가 두텁고 다채롭다. 이승환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 하면서 동시에 대중을 만족시켜주는 곡들을 함께 만든다. 타이틀 곡 ‘그저 다 안녕’은 두말할 필요 없고, 소녀 팬(?)들을 위한 달달한 ‘나는 다 너야’, 적당히 펑키한 미디엄 템포의 ‘너만 들음 돼’은 확실히 후자에 속한다. 특히 ‘생존과 낭만 사이’은 최신 트렌드에 대한 이승환의 대답이랄까? 꽤 힙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5년 전에 발매된 12집의 반쪽 <Fall To Fly 前>과 수미쌍관을 이루면서 자신의 예술관을 확고히 표출한다. 예를 들자면, 재즈 록 'Star Wars'의 속편 ‘Do The Right Thing’과, <Fall To Fly 前>의 오프닝에 배치했던 'Fall To Fly'을 엔딩에 배치했다.
이렇게 통일성을 확보하고서 ‘비상을 위한 추락’은 점차 이승환의 음악적 야심이 얼마나 큰지를 드러낸다. 전작의 '내게만 일어나는 일'과 유사한 아트록 구성을 가진 '10억 광년의 신호'가 대표적이다. 그러면서도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를 건넨다. 또‘돈의 신’은 전직 대통령의 황금만능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특히, <천일동안>의 적통 후계자다운 웅장한 황성제표 발라드 ‘백야’는 얼마나 노가다를 해가며 녹음했을지 그의 집요한 완벽주의가 느껴졌다. 이처럼 《Fall To Fly 後 (2019)》은 이승환 30년 동안 음악생활을 총 정리한다. 이번에도 분명히 여러 악기들을 반복 녹음하면서 트랙들을 수북이 쌓아두며 작업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 풍성한 소리샘이 피와 땀 그리고 열정을 대변한다. 실험을 단행하지 않아도 베테랑다운 여유로 메시지와 형식미를 조율한다. 거장다운 품격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 (4.1/5.0)
Good : 정체되지 않고 용솟음치는 창작욕!
Caution : 파격적인 변신은 없다.
1. 30년
2. 나는 다 너야
3. 너만 들음 돼 (Ft. 스텔라 장)
4. 그저 다 안녕
5. 생존과 낭만 사이
6. Do The Right Thing
7. 10억 광년의 신호
8. 백야
9. 돈의 신
10. Fall To Fly (Ft. 곽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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