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 TOP 10 Albums
2019년 12월 8일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록밴드 U2의 내한 공연이 실현되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소위 모던 록 계열에서 이들의 영향을 받지 않은 밴드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들이 발표한 14장의 정규앨범 중에 10장을 선정해 보겠다.
1집. Boy(1980)
2집. October (1981)
3집. War (1983)
4집. The Unforgettable Fire (1984)
5집. The Joshua Tree (1987)
6집. Rattle and Hum (1988)
7집. Achtung Baby (1991)
8집. Zooropa (1993)
9집. Pop (1997)
10집.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2000)
11집. How to Dismantle an Atomic Bomb (2004)
12집. No Line on the Horizon (2009)
13집. Songs of Innocence (2014)
14집. Songs of Experience (2017)
롤링스톤 선정 500대 앨범 280위,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 2연패, 올해의 노래 등
새천년을 맞아 1990년대 포스트모던 3부작의 부진을 벗고자 U2는 이전의 전통적인 로큰롤 사운드로 회귀하였다. 전성기를 함께 했던 브라이언 이노와 다니엘 라노이스에게 프로듀싱을 맡겼고, 힘을 의도적으로 빼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더했다. 그 결과 동일 앨범 최초로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를 2년 연속 수상하는 등 7관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다.
오늘날 U2는 그들이 비판하고 거부했던 주류의 한복판에 있다. 가사도 밴드 외부의 세계를 비판하기보다는 밴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기 시작했다.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음악보다도 정치적 로비활동에 힘쓰고 있다. 그 증거로 보노가 2번이나 노벨 평화상 후보에 지명될 것이다.
공룡 밴드가 된 그들은 여전히 주류를 비판하는 입장을 견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2010년대 앨범들도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의 방향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집<October>은 인상적인 데뷔작 <Boy>의 못난이 형제와 같이 들린다. "Fire", "Gloria" 및 "I Fall Down"등은 반항적인 소년성이 날 것 그대로 표현했고, 엄숙한 타이틀 트랙 “October”와 보노가 어머니의 죽음에서 영감을 얻은“Tomorrow”는 영적인 사색을 제공한다. 이 극단적인 차이는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형제처럼 겉보기엔 다르면서도 본질적으로 같다. 스트레이트한 로큰롤을 추구했던 <BOY>에다 신앙을 좀 더 강조했을 뿐이다.
제작 과정은 꽤나 험난했다. 1981년 콘서트에서 보노가 그동안 써놓았던 가사를 넣어둔 가방을 잃어버려서 녹음실에서 급하게 다시 써야 했다. 놀랍게도 도난당한 메모가 발견되어 2004년 보노에게 되돌려 받았다.
또한 당시 보노와 에지, 래리 모두 복음주의 단체<Shalom Fellowship>에 가입해 있었는데 기독교 신앙과 로큰롤 라이프스타일 사이에서 방황했다. 특히 에지와 래리는 밴드를 탈퇴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종교의 영향을 받은 <October>은 어두운 분위기의 영적인 주제를 반복한다. 그렇기에 가사가 진부하게 들리고, 보노의 보컬은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있다.
그럼에도 디 에지의 강렬한 기타 연주는 곡을 지탱하는 버팀목이고, 풋풋하지만 활기찬 사운드는 듣는 이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공연할 때 "Scarlet"외에는 잘 연주되지 않지만 이 앨범은 1집<BOY>와 3집<WAR>를 연결하는 중간다리로써 제 소임을 다했다.
그래미상 록 부문 최우수 그룹
세계적인 밴드로 우뚝 선 U2는 그들의 공연실황을 파라마운트와 함께 록 다큐멘터리<Rattle And Hum>로 제작한다. 흥행은 82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이 사운드트랙은 여러 국가에서 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1400만 장 이상이 판매됐다.
라이브 공연을 담았지만, 새로 녹음된 신곡들은 미국의 블루스, 초기 로큰롤, 그리고 가스펠에 경의를 표한다. 첫 싱글 “Desire"는 빌보드 핫 100에서 3위를 차지했고, 영국에서 첫 번째 1위 곡이 되었다. 재즈 싱어 빌리 할리데이에게 바치는 소울 넘버 ”Angel Of Harlem(14위)“, 블루스의 왕 B.B. 킹과 함께한 'When Love Comes To Town(68위)' 영화 <청춘스케치> 주제가 'All I Want Is You (83위)' 등은 미국 대중음악에게 보내는 러브 레터이다.
이같이 밴드의 태도는 역설적이다. 미국에 쓴소리를 날리던 그들이 얼마나 미국을 사랑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렇게 <아메리카 3부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U2는 이 라이브 음반을 전환점으로 삼아 포스트 펑크 전반기를 마감하고, 전자음악 중반기에 접어들게 된다.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사회>와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에서 영향을 받은 "Discoteque"의 뮤직비디오는 당시 록 밴드에 엄격하던 적용되던 고정관념으로 보자면 지나치게 경박하게 비쳤다.
발매 당시에는 대중과 비평 모두에게 실망스러운 망작으로 부당하게 치부됐다. 그러나 일렉트로니카와 록을 결합하려는 <POP>의 방법론은 현재는 보편화됐다. 록이건 팝이건 가리지 않고서 누구나 사용만큼 말이다. 그 기원을 따지고 들면, 데이빗 보위가 베를린에서 제작한 <Low(1977)>와 <Heroes(1977)>가 원조가 맞다.
"Please," "Gone" "If You Wear That Velvet Dress", "Do You Feel Loved"를 지금 들어보면 그들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갔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Mofo"와 ”Miami”은 정말 파격적이다.
당시 래리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계약된 팝 마트 투어 기간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을 재촉한 것이 "The Playboy Mansion"과 “Wake Up Dead Man” 같은 실패작을 낳기도 했지만, ‘포스트모던 3부작’, 특히 <POP>이 U2가 마지막으로 "과감했던 프로젝트“이었다는 사실은 본작의 호불호를 떠나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래미 최우수 얼터너티브 앨범
90년대 ‘포스트모던 3부작’은 기술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성을 상실하는 현대사회를 조망한다. 전자음악을 받아들여 도리어 휴머니즘을 회복하자는 메시지를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앞선 ‘Zoo TV Tour’가 그 역설의 미학을 통해 획기적인 공연으로 평가됐고, 그 후속작 역시 그 연장선에서 제작됐다. 이제 제목에 ‘동물원(Zoo)’이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이유를 알아보자!
가상악기들과 전 자음들이 진짜 악기와 진짜 악기음을 대신하는 <Zooropa>은 복제 기술(시뮬라시옹)이 발전할수록 실재보다 더 생생한 과잉 실재(하이퍼 리얼리티)에 원본(진정한 삶)이 밀려나는 복제 사회(시뮬라크르)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는다.
에지가 랩을 하는 리드 싱글 "Numb"은 <Achtung Baby>보다 더 이상하다. 꽤 대담한 속편<Zooropa>는 전편<Achtung Baby>의 도전정신을 이어받았을 뿐 아니라 전작의 활력을 그대로 유지한다. 더 편리해지고, 부유해졌음에도 가족은 해체되고, 불안은 증식된다. 어쨌거나 U2는 이런 시대의 변화를 정확히 읽었다.
롤링스톤 선정 500대 앨범 417위, 언컷 선정 100대 데뷔앨범 59위
1집을 들어보면 왜 포스트 펑크 장르에서 U2가 가장 큰 승리자가 된 건 당연하다. 열정과 야망으로 똘똘 뭉친 리듬, 풋풋하지만 꽤 유려한 멜로디, 무모할 정도로 정직한 가사를 갖추고 있어 듣는 내내 즐겁다. 10대 소년들이 남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꾹꾹 눌러 담은 "I Will Follow"를 듣는 순간 앨범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고, "Twilight"는 그 기대에 부응할 정도로 음반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Out Of Control”, “Stories For Boys”, “The Electric Co.”도 놀라울 정도로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설레게 만든다.
텔레비전과 조이 디비전과 같은 선배 그룹의 영향은 명백했지만, U2가 4년 동안 스티브 릴리화이트와 함께 만든 데뷔작은 독창적인 그룹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펑크라기엔 너무 반듯하고, 뉴웨이브라기엔 너무 원시적인 야수성이 도드라진다. 그래서 독창적인 것이다. 아버지와 함께 살던 19세의 보노가 쓴 “A Day Without Me”은 그 특유의 계몽적인 가사가 여기서 출발했음을 알려준다.
롤링스톤 선정 500대 앨범 223위
U2가 만든 최초의 걸작, 2집<October>의 영적인 문제를 제쳐두고, 3집 <War>에서 다시 현실로 눈을 돌린다. 1972년 1월 30일, 영국군에 의해 아일랜드인 28명이 사망한 ‘피의 일요일’ 사건을 다룬 "Sunday Bloody Sunday“를 첫 싱글로 발표한다.
핵 확산 위협을 그린 'Seconds', 폴란드 자유 노조운동(Solidarno)의 바웬사의 석방을 요구하는 'New Year's Day'. 높으신 분들의 탐욕으로 인해 전쟁에서 희생된 젊은이들을 위한 'Like A Song', 'Refugee'은 제목대로 난민자 가족이 정치적 이유로 쫓기는 사연을 그렸다.
‘전쟁’을 인간의 탐욕과 갈등에 의해 자행되는 극단적인 폭력이며,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 그리스도의 아가페적인 용서만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명실 상부한 정치 앨범이지만 어느 극단에 치닫지 않도록 균형감 있게 통제했다. 한마디로 <War>은 열정적인 이상주의와 치열한 문제의식은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 정갈하게 정돈된 편곡이 그 증거다.
롤링스톤 선정 500대 앨범 27위, 그래미 올해의 앨범, 최우수 록 공연
1984년부터 본격적인 미국 활동을 시작하며 그렇게 탄생한 <아메리카 3부작>의 2편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으로 항상 거론된다. 이 앨범의 상업적·비평적 성공을 통해 U2를 단숨에 지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 중 하나로 우뚝 선다.
U2가 바라본 미국의 민낯은 청교도적 금욕주의를 배반한 ‘In God's Country’과 중남미에 대한 레이건 외교노선을 비판하는 'Bullet The Blue Sky'에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그러나 보노는 ‘나에게 미국은 '악몽'이면서 동시에 '꿈(희망)'입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이중적 태도는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에서도 더 극명하게 알아챌 수 있다. 화자는 신의 존재를 묻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싶어 한다. 깊이 의심하면서도 한편으로 믿고 싶은 모순된 입장이다.
이렇듯 <The Joshua Tree>를 구성하는 요소요소마다 죄다 모순 덩어리이다. 그럼, 음악적인 면을 살펴보자! U2 특유의 로큰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브라이언 이노의 몽롱한 앰비언트 사운드로 공간감을 추구한다. 이런 중의적 깊이는 팝 역사상 최상의 50분을 선사한다.
4명의 아일랜드 젊은이들은 미국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브라이언 이노와 다니엘 라노이스를 영입하고 다른 방향으로 나가기로 한다. 소위 '아메리카 3부작'은 이렇게 시작됐다.
미국은 대중음악의 발원지이며, 현대 자본주의 모델의 상징이다. 그러나 물질만능주의와 패권을 지키기 위한 무리한 시도로 인해 건국이념(청교도)가 사라진 모순의 땅이다. 신앙과 음악을 놓고 고민했던 U2에게 신앙이 사라진 ‘로큰롤의 고향’은 애증의 대륙이 되고 만다.
희망과 절망, 믿음과 의심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경에 어떻게 음악적으로 표현할까? 그 해결책은 브라이언 이노가 제시했다. 신시사이저를 통한 배경음을 넣음으로써 직선적인 U2 사운드를 상대적이고 추상적으로 변모시켰다.
마틴 루서 킹을 추모하는 "MLK"로 대표되는 양심의 목소리에 모두들 경탄했다. "Pride (In Name Of Love)"와 “Bad"이 영광의 대부분을 가져갔지만, 열혈 팬들은 ”The Unforgettable Fire“와 ”Wire"도 그만큼 훌륭하다는 걸 알고 있다.
<The Unforgettable Fire>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U2가 U2가 된 앨범’과 된 음반이다. 80년대에 U2를 정의했던 모든 요소들, 호소력 높은 사회적 양심, 디 에지의 청아한 리듬기타, 미국에 대한 다층적 이해가 이 앨범 한 장에 담겨있다.
롤링스톤 선정 500대 앨범 63위, 그래미 최우수 록 그룹 보컬
<The Joshua Tree>의 대성공에 짓눌린 U2는 데이빗 보위와 이기 팝이 작업한 베를린에 은거한다. 그들은 1980년대에 했던 모든 것과 정반대되는 앨범을 만들었다. "정말 U2 인가?"라고 싶을 만큼 자신들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했다.
U2는 얼터너티브, 유로 디스코, 크라우트 록에게서 ‘미래의 음악’을 발견했다. 퇴폐적이며 어두운 전자음과 관능적인 댄스 비트, 휘양 찬란한 뮤직비디오, 진솔한 은유가 사라진 냉소적인 어법과 파격적인 <Zoo TV 투어>는 가짜가 판을 치는 대량소비 사회를 비웃는다.
자세히 뜯어보면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기독교적인 용서와 관용을 해결책으로 주장한다. 보드리야르의 철학은 U2가 견지한 실존주의적 물음과 맞닿아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대표되는 공동체적 가치 앞에서 인간소외는 필연적인 문제다. U2는 그 대안을 제시한다. 독일 통일에서 영감을 받은 'One'은 우리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는 다원주의를 노래하고 있다. 그렇기에 <Achtung Baby>가 시대를 앞서간 명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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