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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Nov 06. 2019

<신의 한수 : 귀수편>복수 바보

신의 한수 : 귀수편 후기

<신의 한수 : 귀수편(이하, 귀수편)>은 2014년작 <신의 한 수>의 주인공 ‘태석’(정우성)이 벽을 사이에 두고 바둑을 둔 ‘귀수(권상우)’의 전사(前事)를 다룬다. <귀수편>은 스핀 오프이자 프리퀄인 만큼 전작처럼 만화적이고, 현대판 무협지의 길을 걷는다.


전작이 <타짜: 원 아이드 잭>처럼 범죄조직을 규합한 케이퍼 장르에 가까웠다면 <귀수편>은 누나와 스승을 잃은 주인공이 최고수부터 층위를 다르게 설정한 악역들을 배치해 귀수의 ‘도장깨기’ 여정을 꾸렸다.

                          

■ GOOD 만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판타지!


제작자 황근하는 “<신의 한 수>라는 세계관 안에서 만화적 색채와 무협지 같은 고수들 간의 승부에 초점을 맞췄던 거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극중 귀수는 무협지 주인공 같다. 바둑에 대한 남다른 자질과 비극적 가족사를 지닌 그는 엄격한 스승 아래서 바둑의 고수로 성장한다. 누나와 스승을 잃은 그는 복수에 나선다. 악인들을 하나하나 무찌르고 연이은 도장깨기 끝에 최종 보스와 대결한다. <귀수편>은 정적인 바둑을 동적인 액션으로 승화시키고, 무협지 특유의 복수의 서사를 이식했다.


그래서일까? 리건 감독은 바둑 대결에 굉장히 신경 썼다. 스승인 허일도(김성균)에게 암기로만 두는 맹기 바둑을 사사한 귀수는 브로커 똥선생(김희원)과 함께 장성무당(원현준)과는 투명한 바둑돌 하나로 두는 일색바둑을, 외톨이(우도환)와는 살인 장치가 장착된 바둑판에서 두는 사석바둑, 부산잡초(허성태)와는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보는 속기 바둑 등 상대에 따라서 각기 다른 내기 바둑 신은 흥미롭다. 그래서 도장깨기가 펼쳐지는 순간은 몰입감이 높고, 흥미롭다. 특히 1 대 100 대국은 굉장하다.


그러나 흡사 ‘타짜’ 시리즈처럼 <귀수편>은 ‘내기 바둑’보다는 ‘액션’에 집중했다. <말죽거리 잔혹사>을 연상시키는 권상우가 골목길, 화장실, 주물공장에서 펼치는 액션 시퀀스는 굉장하다.



■ CAUTION 빈약한 서사, 과한 설정, 흐리멍덩한 캐릭터


이 시리즈는 궁극적으로 <무협만화>를 현대로 옮겨왔다고 봐야 한다. 아무리 B급 정서라도 인물의 행동이 이해가 갈 정도의 세계관은 형성되어 있어야 만화적 유희를 즐길 것이 아닌가? 만화적 설정을 감안하더라도 리얼리티는 포기하더라도 개연성까지 잃어서는 안 된다.


첫째, 누나와 스승의 복수를 명분 삼지만, 귀수가 왜 바둑 승부 이후에 꼭 주먹을 휘둘러야 하는가? 전작처럼 바둑의 결과가 어떻든 치고받고 쑤시는데 굳이 ‘바둑’이 왜 필요한 건지 <귀수편>에서도 자신 있게 대답해주지 않는다. <미생>처럼 판세를 읽어줄 ‘바둑’이라는 소재는 액션을 위한 부지깽이로 전락한다.


둘째, 먼치킨 주인공 ‘귀수‘는 동기만 명확할 뿐 그의 여정이 다분히 신화적인데 반해 영화속 배경과 설정은 지극히 현실적인 액션 누아르를 지향한다. 이런 괴리감은 인물과 배경을 유리시킨다. 특히 차별화된 외톨이(우도환)이나 장성무당(원현준)은 살짝 튄다.


셋째, 도장깨기 콘셉트에 맞춰 ‘누나의 원수 황사범(정인겸), 스승의 원수 부산잡초(허성태) 등 여러 악인을 무대위에 올린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튀어나와 각자 얽힌 갈등만 소개할 뿐 서로 간 감정을 쌓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이상의 문제점이 모이는 지점에 이르면, 관객들은 여러 의문점과 더불어 잘 연출된 액션 신을 스타일 과시로 받아들인다.

             

          

■ Conclusion 복수만 보고 무작정 달리는 바보!


<귀수편>은 무협지를 영화화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 전체적으로 개연성 따윈 그냥 무시해버리는 과감한 수를 뒀다. 영화는 오로지 복수만을 보고 직진하는 폭주기관차처럼 내달린다. 다수의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 같은 건 대충 얼버무리고, 4번 정도 대국이 벌어지지만, 죄다 액션을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 패배자들을 처단하는 방식으로 긴장감을 팽팽히 당긴다.


그나마 김희원(똥선생)이 이 복수극에서 유일하게 맘 편히 숨 쉴 유머를 담당한다. 전작보다 유머가 줄었지만, 액션은 1편보다 업그레이드됐다. 과연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나서) 다음 수로 뭘 둘지가 궁금하다.

  

                      

★☆ (1.8/5.0)


Good : 서사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제작진은 볼거리에 모든 연출력을 집중했다.

Caution : 러닝타임 내내 혈흔이 낭자하나 신기하게도 15세 관람가다.


●만약 3편이 제작된다면 '정우성 vs 권상우'가 나오면 재밌을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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