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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Nov 06. 2019

닥터 슬립 후기 '중용의 미덕!'

영화 (Doctor Sleep 2019) 해석

간단하게 영화후기만 읽으시려면 4번부터 보시면 됩니다.

1.스티븐 킹이 뒤늦게 <닥터슬립>을 쓴 까닭은?


스티븐 킹이 무명시절 가졌던 불안함과 폭력적 성향을 담은 자전적인 두 번째 소설 <샤이닝(1977)>을 출간했다. 이 작품은 처녀작<캐리>와 더불어 그가 스타 작가로 발돋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팬들의 성화로 고민에 휩싸인 킹은 그의 가장 큰 히트작의 속편을 집필한다는 것에 큰 부담을 가졌다. 대부분의 속편은 전작에 비해 평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킹도 <톰 소여의 모험>과 <대부2>는 예외라고 밝힌 적 있다.  마침내 ‘성인이 된 대니’를 다룬 속편<닥터 슬립(2013)>을 발표했다.


 <닥터 슬립>은 성인이 된 대니 토랜스와 초능력 소녀 아브라가 교감을 나누고, 샤이닝을 먹는 ‘트루낫’이라는 세력들이 벌이는 죽음의 대결을 그렸다.


킹답게 기본 골격은 평범하지만, 그가 그려내는 등장인물들의 여러 에피소드 하나하나마다 독자들로 하여금 만감이 교차하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러면서 소설의 주제는 자연스레 미쳐버린 아버지를 벗어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대니 토렌스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짐과 동시에, 타고난 초능력을 표출하고픈 십대 소녀 아브라와 그런 그녀를 걱정하는 그녀의 가족들, 샤이닝 능력을 흡수하기 위해 인간사냥에 몰두하는 트루낫이 충돌하기 시작하면서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킹답게 <대니와 아브라 VS 트루낫>의 결전을 다루기 전에 섬세한 심리묘사와 인물들이 그런 행동에 하게되는 당위성을 차분히 풀어간다. 이것만으로 소설을 산 보람이 느껴질 만큼 최종결전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그러나 킹은 더 이상 그 세계에 머물지 않는다. 나이를 먹은 킹은 장르적 공포를 넘어서서 그 근원을 파고든다. 성숙한 작가가 보여주는 그 깊이에 서스펜스가 사라진 공허감도 잠시였다.


그렇게 스티븐 킹이 상당한 압박감을 이겨내고 출간된 속편<닥터 슬립>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브람 스토커상 최고 작품상을 수상한다.




2.대니의 신비한 능력인 ‘샤이닝’이란?


스티븐 킹은 “사람 또는 사물과 영적으로 교감하는 능력 또는 그런 현상”라고 설명한다. 킹은 <샤이닝> <닥터슬립>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활용했다. 예를 들어 <그린마일>에 등장하는 샤이닝 능력자 ‘존 커피’ 대표적이다.


킹은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으며 인간의 영혼 속에서 빛과 같은 상태로 존재한다.“라고해서 <샤이닝>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래서 ‘샤이닝’은 대니처럼 강력한 경우는 드물지만, 약간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드물지 않다는 설정이다.




3.영화 <샤이닝>과 <닥터 슬립>의 줄거리는?


겨울 관리인으로 취직한 전직 교사인 잭 토랜스(잭 니콜슨)는 아내 웬디(셜리 듀발)와 아들 대니(대니 로이드)를 데리고 텅 빈 오버룩 호텔에 머물기 시작한다. 그러나 고립된 생활 속에서 소설을 써야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린 그는 점점 미쳐간다. 마침내 완전히 돌아버린 잭이 웬디와 대니를 죽여려고 하자 무의식 상태에서 ‘샤이닝’을 사용한 대니는 ‘토니’라는 존재를 통해 엄마에게 다가올 살인(REDDUM)을 경고하는 한편 호텔의 셰프이자 자신과 같은 샤이닝 능력자였던 딕 홀로랜(스캣먼 크로더스)에게 도움을 요청해 그가 호텔로 돌아오도록 텔레파시를 보낸다.


덕분에 대니는 웬디와 무사히 오버룩 호텔에서 도망칠 수 있었지만, 호텔에 홀로 남은 잭은 죽음을 맞았다는 내용이 영화 <샤이닝>의 줄거리이다.


오버룩 호텔 사건 이후, 망령들에게 쫓기기 시작한 대니(이완 맥그리거)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남긴 트라우마로 인해 알코올 중독자로 살았다. 그러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신이 가진 샤이닝 능력으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돕게 된다. 그러면서 '닥터 슬립(Dr. SLEEP)'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그렇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샤이닝 능력을 가치 있게 사용하던 대니는 우연히 누구보다 강력한 샤이닝 능력을 지닌 12살 소녀 아브라 스톤(카일리 커란)와 교감을 나누게 된다.


이때 대니는 아브라에게 다른 이의 샤이닝을 빨아먹는 ‘스팀’ 기술로 불로장생중인 트루 낫(TURE KNOT)집단이 노릴 수 있으니 "샤이닝을 숨기라"라고 충고한다. 아브라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샤이닝을 이용해버리는 바람에 트루 낫과 트루 낫의 리더인 로즈 더 햇(레베카 퍼거슨)에게 발각되고 쫓긴다.


대니는 예전에 요리사 딕이 자신을 도와줬던 것처럼 아브라를 돕기로 결심한다. 과연 죽은 자를 보는 능력에 특화되어 있는 대니는 역대급 능력을 지닌 아브라를 도와, 강력한 샤이닝 사냥집단 트루낫과 그 우두머리 ‘로즈 더 햇’을 막아낼 수 있을까?



4. 큐브릭의 샤이닝 VS 킹의 샤이닝, 과연 감독의 선택은?


스티븐 킹 원작으로 스탠리 큐브릭이 연출한 영화 <샤이닝(1980)>은 역사상 최고의 공포 영화 중 한 편으로 평가받는다. <위자: 저주의 시작>, <오큘러스>, <제럴드의 게임>을 연출한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 영화에 깊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그의 영화와 스티븐 킹의 소설을 조율하기 어려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영화 <샤이닝(1980)>은 어떤 영화일까요?’ 그것부터 알아보죠. 스탠리 큐브릭은 잭 토랜스의 광기에 집중하고자 킹의 자전적인 고뇌와 인간적인 불안감 그리고 대니의 초능력 ‘샤이닝’을 과감히 쳐내고, 공포와 폭력의 근원을 비인간적인 오버룩 호텔의 텅 빈 복도나 미로와 같은 기하학적인 공간에서 나오도록 바꿨다. 지극히 인간적인 소설을 무생물처럼 다룬 큐브릭에게 킹은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 <닥터 슬립(2019)>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감독은 ‘캐릭터와 시각적 묘사는 스탠리 큐브릭 작품에서 따왔지만, 영화의 주요 줄거리와 <닥터 슬립>만의 이야기는 스티븐 킹의 소설에서 따왔다‘고 이야기했다. 과연 그럴까요?


마이크 플래너건은 우선적으로 스탠리 큐브릭이 과감히 쳐낸 원작소설 <샤이닝>의 인간적인 면모를 되살린다. 대니의 트라우마를 다루면서 자연스레 샤이닝 능력에 관해 설명한다. 왜냐하면 영화<닥터 슬립>의 설정은 1977년에 발간된 소설<샤이닝>의 연장선에 서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샤이닝>이 40년 전 작품이라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그 때문에 150분이 넘는 긴 상영 시간이 필요했던 듯하다. 이 부분은 필요악이다.


2부는 예고편에서 <엑스맨>처럼 홍보된 능력자들의 대결이다. 원작처럼 대립하는 초능력자 집단끼리 서서히 그 반대쪽을 감지하고서 점차 충돌하는 과정을 플래너건 감독답게 점프스케어(깜놀)을 자제하고, 분위기로 조이는 연출스타일을 보인다. 특히 큐브릭처럼 음향효과로 긴장감을 조성하는 방식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3부에 다다라서는, 결국 이 영화가 ‘팬서비스’임을 고백한다. 염려스러운 건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오버룩 호텔에 대한 오마주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원작소설처럼 영화 역시 대결이 주는 쾌감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렇지만, 촬영과 음향효과가 굉장했고, 연기도 훌륭했다. 카일리 커란은 근래 본 아역연기 중에 최고였고, 레베커 퍼거슨은 이 영화를 집어삼킨다.


                 

5. 엄청난 중압감을 이겨낸 영화<닥터 슬립>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은 킹이 <닥터 슬립>을 집필할 때만큼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앞서 말한대로 <샤이닝>은 호러 장르의 랜드 마크이고, 스티븐 킹은 별명부터가 ‘호러의 제왕’인데다, '스티븐 킹 vs 스탠리 큐브릭‘이라는 떡밥까지 감독이 느꼈을 중압감은 상당했을 것이다.


그래서 감독은 큐브릭의 영상미학을 이어받았으면서 스티븐 킹의 소설에 담긴 트라우마를 더했다. 균형을 맞추느라 어정쩡한 느낌도 주지만, 팬들을 위한 진심이 담겨있다. 이정도면 만족스럽다. 플래너건은 불가능한 미션을 해냈다.



★★★☆ (3.8/5.0)


Good : 스티븐 킹 소설과 스탠리 큐브릭 영화를 절충하는 균형감

Caution : 원초적인 공포감과 화끈한 능력자 배틀 따윈 없다.


● 원작소설이 많이 반영되었지만, 영화 곳곳에 큐브릭의 흔적이 엿보인다. 호텔 주방장 딕 할로건, 237호실의 욕실 유령, 잭의 도끼와 타자기, 핏물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엘리베이터, 호텔 바의 바텐더, 쌍둥이 소녀와 지배인 유령 등을 찾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  스티븐 킹이 최근 인터뷰에서 “자세히 각본을 다 읽고나서 속으로 ‘ 내가 큐브릭의 <샤이닝>에서 싫어했던 모든 응어리를 이번 영화가 풀어줬다'고 말했다.


https://brunch.co.kr/@dies-imperi/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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