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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an 08. 2019

<샤이닝> 해석, 영화언어의 참고서

The Shining(1980) REVIEW

《샤이닝》결말·해설, 카메라, 편집, 사운드 영화언어의 참고서

제1회 골든 라즈베리상 감독상 후보 

개봉 당시 평론은 "영화가 너무 느리고, 원작 소설을 못 살렸다."라고 했으나 "(세월이 지나) 영화가 최면적이다."라고 복권된다. 이제부터 [씨네21]을 참고해서 [샤이닝] 작품해설을 해보겠습니다.



1. 원작자 스티븐 킹이 싫어했다. 

"내 소설은 마지막에 보일러가 터지며 활활 타오른다. 

 그런데 영화는 모든 것이 얼어붙는다. 얼마나 바보 같은 영화인지" -스티븐 킹-


일단 줄거리를 이야기해보기로 하죠. 동절기 동안 호텔 관리를 맡은 잭 토랜스는 아내 웬디와 아들 대니를 데리고 오죠.  그 넓은 호텔에 한가족 단 3명만이 있고, 겨울 내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태죠. 처음엔 세 가족이 단란했으나 가족 중 한 명이 미치기 시작하고, 미친 가장이 도끼를 들고 난동을 부릴 때 어린 아들과 아내가 느끼는 공포를 다뤘죠. 여기서 겨울 관리인으로 취직한 전직 교사인 잭 토렌스는 [캐리]가 히트하기 전 무명작가 스티븐 킹의 자전적 모습이 투영되어있죠. 실제 알코울 중독에 시달렸던 자신의 경험이 녹아있기 때문에 소설[샤이닝]은 지극히 인간적인 작품이 될 수밖에 없죠. 오버룩 호텔에 서려있는 '샤이닝' 영향 때문에 점점 미쳐가던 '잭'이 마지막 부분에서는 아들에게 도망치라고 하는 장면이나 '대니'와 '웬디' 모자가 오버룩 호텔로부터 도망쳐 다시 행복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된다는 소설의 내용은 영화에서 완전히 삭제되거나 뒤바뀌었다. 


그런데 영화 [샤이닝]은 감정 대부분을 지워버리고, 스티븐 킹 말마따나 "마치 개미집 속의 개미를 관찰하는 것처럼  등장인물을 보고 있는 차가움이 느껴진다"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따로 TV 시리즈를 제작하기도 했다. 오버룩 호텔을 (소설 속) 인간적인 결점을 확장시키는 도구가 아닌 (영화 내) 초자연적인 폭력의 결과로 그리게 되죠. 


세상은 냉혹하고, 염세적으로 바라봤고, 성악설을 믿었던 큐 브릭답게 [샤이닝]은 비인간적입니다. 스티븐 킹은 별것 아닌 진부한 소재로도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대단하죠, (소설에서) 독자들을 공포와 연민으로 몰아가는 인간적 드라마 대부분을 이미지화하기란 굉장히 어렵지요. 큐브릭은 억지로 이미지화하는 대신에 자신만의 스타일에 원작을 끼워 넣었죠.




2.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깨다.


공포는 원래 미지에서 오는 구조인데, 모범적인 공포영화는 미지의 존재를 시각적으로 어둡게 처리해서 정체를 숨기죠. 갑자기 무언가 휙 나오면 귀신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게 해서 긴장감을 조성하는데 반해  [샤이닝]은 시종일관 너무 밝아요. 


무슨 공포영화가 피도 많이 쓰이지 않았죠. 그리고, 모범적인 귀신 들린 집이라면, 감정을 들긇어오르게 하기 위해 빈 집이나 침대들도 의인화하죠. 그러나  [샤이닝]은 살아있는 것조차 시체처럼 다루죠. 잭 니콜슨과 셜리 듀발이 연기가 좋은 배우임에도 심리와 내면을 그리지 않죠. 인간드라마가 숨어 들어갈 틈조차 막아놓은 느낌이에요. 그저 인물들은 시종일관 어떤 존재에 의해 조정받는 느낌을 주죠.



더불어, 스탠리 큐브릭의 대표적인 연출법이기도 한 '대칭구조' 또한 영화 <샤이닝>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대니가 자전거를 타며 지나가는 호텔 복도들, 호텔 로비, 화장실 등 영화 속 모든 공간에서 느껴지는 완벽한 대칭구조는 안정적인 느낌을 줌과 동시에 기괴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한다. 스탠리 큐브릭은 이러한 좌우 대칭 연출 기법을 자신의 작품 대부분에 적용시키며 공간감을 살리는 동시에 영화 전체에 통일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3. 역사적인 촬영, 그리고 명장면들


제일 유명한 건 '자전거로 호텔 복도를 도는 장면'이죠. [샤이닝]은 촬영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랍니다. 바로 스테디 캠 (카메라를 들고 찍을 때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고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특수 촬영장비) 때문이에요. [록키]의 계단 장면이 최초이지만, 작품 전체로  본격적으로 도입된 최초의 영화기 때문이죠. , 스테디캠으로 찍은 시점 쇼트는,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복도의 커브를 돌 때 그걸 카메라가 뒤따르며 찍는데, 그게 왜 무섭냐 하면, 원혼 같은 초월적 존재가 뒤에서 쳐다보는 느낌을 시점 쇼트가 부여하죠. 미학적으로는 대니와 잭의 미로 추격씬도 뛰어나죠, 미로에서 대니를 추격하는 잭의 시점을 구현해내는 이 스테디 캠은 특유의 부드러움과 공중에 부유하는 듯한 느낌으로 마치 오버룩 호텔의 유령들이 대니를 쫓고 있는 것과도 같은 느낌을 선 사한 죠. 쌍둥이 소녀의 이미지는 다이안 아버스라는 사진작가의 작품을 차용했는데 자전거 타던 대니가 쌍둥이 소녀를 보게 되고, 짧게 인서트 하고 과거 참극이 나오게 되죠. 이후 소녀는 다가오는 것처럼 점프컷을 쓰게 되는데, [여고괴담]의 복도 장면 같죠. 맞아요. [샤이닝]이 공포영화에서 이런 방식을 선보인 원조랍니다. 


인상적인 장면이 또 있어요, 엄마와 아들이 미로에서 헤매는 장면을 보여주고, 그다음 장면, 잭이 미니어처로 만든 미로 모형을 위에서 쳐다보죠. 그다음 장면에서 까마득히 먼 부감으로 미로 안에서 헤매는 엄마와 아들을 다시 한번 보여주죠. 이렇게 3 쇼트가 연결되면, 실제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로를 부처님 손바닥 안에 올여놓은 것 같죠. 모든 걸 잭이 관장하고, 사로잡고 있을 것 같은 무시무시함을 안겨주죠. 


이상 큐브릭은 영화언어를 새로 발명해다시피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냈죠. 


4. 후대 공포영화에게 공간 활용을 가르쳐주다.


도입부에서 항공촬영으로 호텔이 얼마나 큰지, 얼마나 고립되어 있는지 알려주죠. '귀신 들린 집'답지 않게 청결하고 밝죠. 그런데 이 모든 세팅은 클라이맥스를 위한 눈속임이죠. 뒤로 가면 갈수록 폐쇄공포증을 유발하죠. 지나치게 넓고 텅 빈 호텔에서 점점 완벽한 좌우대칭의 구도는 관객들을 숨 막히게 하죠. 앞서 지나치게 밝았던 조명도 클라이맥스에서 정반대로 쓰이면서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고요. 그 나머지는 공간감을 준 사운드 디자인으로 채우죠. 타자기 소리가 시간일 지날수록 더 선명해지고 가까워지죠.


그리고 칼 소리, 도끼로 문 부수는 소리, 빈 공간을 울리는 테니스 공소리 등에서 이 드넓은 호텔에서 오직 한 사람밖에 없는데 왠지 누군가, 초자연적인 존재가 지켜보는 듯한 공간감을 시청각을 동시에 동원해서 달성해내죠. 그리고 타자기에 쓰인 문구를 읽는 순간, 그동안 숨겨져 왔던 잭의 심리가 딱 한번 드러나죠. 그런 울림이 있을 때 갑자기 공포가 밀려오죠.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어린 아들 밖에 없고, 어머니 입장에서 자식을 지켜줘야 할 것 같은 딜레마마저도 확 밀려들어오죠. 주인공 심리를 꽁꽁 싸매어둔 이유가 여기서 밝혀지죠. 거기서부터 영화의 본격적 공포가 시작되고요.





●주인공 잭이 매일 호텔 로비에서 미친 듯이 써 내려가던 문장 "일만 하고 놀지 않으면 잭은 바보가 된다.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가 담긴 수백 장의 원고들이다. 보통은 첫 페이지만 쓰면 될 텐데 왜냐하면 뒷페이지는 영화에 안 나올 테니까 그런데 큐브릭이 워낙 완벽주의자라서 스태프를 시켜서 수백 페이지를 타이핑, 심지어 중간중간 오타를 내게 지시! 사람이 치는 것이라 오타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Here's Johnny~!"은 잭 니콜슨 애드리브인데, 자니 카슨 쇼 캐치프레이즈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스티븐 킹이 스스로 만들어낸 용어인 ‘샤이닝’은, 인간과 인간 사이 및 사물(작품에서는 건물)과 인간 사이에서 작용하는, 일종의 영적인 교감 능력 또는 그런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 스탠리 큐브릭이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오버룩 호텔'이 백인들에 의해 죽은 인디언의 공동묘지 위에 세워진 건물이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심어놓은 영화적 장치들이다. 호텔 복도의 벽면과 바닥을 가득 채운 인디언 전통 무늬가 그렇고, 그 무늬와 강렬하게 대조되는 지극히 '미국적인 것'(대니가 입은 아폴로 우주선 니트, 대니가 보는 디즈니 만화영화 등)이 그렇다.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샤이닝'이라는 이상한 현상이 자꾸 일어나는 이유를 이러한 장치들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를 관통하는 스탠리 큐브릭의 연출법에는 다른 이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디테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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