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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an 08. 2020

해치지않아 후기 '목표는 휴먼드라마!'  

영화 해치지않아 리뷰

[줄거리] 생계형 수습 변호사 ‘태수’(안재홍)에게 위기의 동물원 ‘동산파크’를 살리라는 미션이 떨어진다. 만약 해결해낸다면 대형 로펌 정직원 전환을 약속받는다. 하지만, 파산 직전의 동산파크은 대부분의 동물들을 팔아버렸다. 결국 태수는 동물원 직원인 소원(강소라), 박원장(박영규), 건욱(김성오), 해경(전여빈)에게  동물탈을 쓰고 동물 행세를 하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기상천외한 사자, 고릴라, 북극곰, 나무늘보, 기린이 탄생한다. 과연 동물원은 회생할 수 있을까?  




1. 원작 웹툰에서 모티브만 가져오다!  


영화 <해치지 않아>는 웹툰 작가 훈(HUN)이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연재한 동명 웹툰을 원작이다.


 <재밌는 영화>, <달콤·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 이후 10년 만에 돌아온 코미디 전문 감독 손재곤은 49화짜리 웹툰을 2시간 한정된 분량 안에 전부 담을 수 없을뿐더러 영화적 재미를 구현하기 위해 많은 각색을 거쳤다고 밝혔다. 손재곤 감독과 이용재, 김대우가 함께 쓴 시나리오는 거의 새로 쓰다시피 했다.잘생긴 사육사 철수가 폐업하려는 사장과 직원들을 설득하는 원작과 달리 신입 원장 태수(안재홍)가 동물원에 애정을 갖고 남아있던 직원들과 함께 하는 걸로 변경되었다. 그 과정에서 웹툰보다 동물의 수가 대폭 줄었다. 


건욱(김성오) ♡ 해경(전여빈)


원작 캐릭터 소원(강소라)은 북극곰 '까만코'을 담당하며, 웹툰보다 비중이 크게 늘었다. 신(新) 캐릭터들 중에 눈길을 끄는 건 ‘사육사 커플’이다. 고릴라 탈을 쓴 건욱(김성오)과 나무늘보 탈을 쓴 해경(전여빈) 커플은 이색적인 동물 로맨스로 선보일 것이라고 제작진은 홍보했다.           






2. 목표는 휴먼 드라마!! 


손재곤 감독답게 아이러니를 뽑아내는 솜씨는 여전했지만, 각색하면서 원작의 설정을 너무 삭제하는 바람에 원작의 에피소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즉, 원작 웹툰이 인물들의 숨겨진 사연이 조명되면서 감동을 줬던 데 반해 영화는 이기적인 주인공이 순수한 주변 인물의 진심에 감화된다는 착한 이야기로 2시간을 채운다. 애초부터 주인공의 의도(정규직 전환)가 순수하지 하지 않아 선뜻 공감 가기 어려운 데다 점점 이기심과 이타심이 상충하고, 동물원 안보다 동물원 밖 사건에 러닝타임이 할애한다. 왜 그랬을까?  


마치 인간이 동물 탈을 쓰는 개그 코너 하나를 2시간으로 늘였다고 할까? '참신한 소재'만으로 러닝 타임을 채우려는 안일한 기획이 첫 번째 문제다. 영화 <해치지않아>가 개인기나 몸개그에 의존하지 않고 상황으로 웃기려는 시도는 좋지만, 이 영화는 코미디 장르가 아니다. 드라마이면서 갈등을 일으키고 봉합하는 과정이 너무 얼렁뚱땅이다.

  

둘째, 웹툰의 과장된 캐릭터를 감독이 새로 쓴 휴먼 드라마에 억지로 끼워 맞추다 보니 배우들도 집중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콩트 연기와 정극 연기는 엄연히 다르지 않은가? 이러니 캐릭터가 살아날 리 없다. 그나마 안재홍이 버텨주고, 박영규 정도가 능청스럽게 역할을 소화한다.

 

셋째, 만화적인 키치함을 포기하고 감동에 집중할 요량이었다면, 티나게 어색한 동물 분장과 CG에 신경 썼어야 한다. 이성적인 관객들에게 어이없게 비춰질 요량이 있기 때문이다. 이 허들을 어떻게 넘느냐에 따라서 빵 터질 수도 있고, 심드렁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지나치게 안전한 <해치지않아>는 웃음을 빵빵 터트리지도 못하고, 황당한 ‘가짜 동물 위장극’ 소재에 어울리는 B급 감성도 보여주지도 못하고, 감동을 극대화한 휴먼드라마도 아닌 어정쩡한 결과를 냈다. 손재곤표 코미디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팬으로써 참으로 안타깝다.



★★ (2.0/5.0)


Good : 박영규의 원맨쇼, 한예리, 박혁권의 지원사격!

Caution : 키치한 소재이 이토록 졸립고 뻔하다니! 


●주인공들보다 박혁권, 한예리 등 조연들이 더 손재곤 감독 영화 속 인물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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