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The Jewels-RTJ4 앨범 후기
런 더 주얼스(Run The Jewels)는 4편마저 성공시켰다. 시리즈 영화들, 어벤저스, 에이리언, 스타워즈, 터미네이터, 매드 맥스를 살펴봐도 4연속으로 성공한 적이 없다. 그렇기에 이들은 아웃 캐스트 이후로 가장 위대한 힙합 그룹이라고 칭할만하다.
조지아 주 애틀랜타 출신 래퍼 킬러 마이크(Killer Mike)와 뉴욕 주 브루클린 출신 프로듀서 엘피(El-P)는 2013년부터 그룹명과 동명의 시리즈 앨범을 꾸준히 발표하며, 트랩 천지인 오늘날의 힙합 세계에 고전주의(올드 스쿨)의 기치를 높이 치켜들었다. 4부작 모두 사운드의 운용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음에도 진부하다거나 응집력을 잃지 않았다. 그만큼 기본기가 탄탄한 음악을 한다는 증거다. 신작<RTJ4>와 #BlackLivesMatter(BLM) 운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다큐를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짧게 설명하겠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국 수정 헌법 제13조(2016)>에서 대량 투옥 체제를 운영하는 범산 집합체의 실체를 폭로한다. 미국의 재소자는 현재 약 220만 명에 달해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높은 재소자 비율을 자랑하며, 그중 아프로-아메리칸 남성이 40%를 차지할 만큼 인종 간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어떤 조사에서는 아프로-아메리칸 남성 5명 중 1명이 감옥에 있다고 한다.
마이크의 랩은 인종차별적인 경찰, 구조적 빈곤, 불공정한 언론, 그리고 공공의 적들을 비판한다. 그러나 이 앨범은 전혀 설교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음악은 전설적인 힙합 듀오 EPMD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말처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벼운 힙합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정치적이고 선동적인 가사의 비중이 늘었지만, <가오갤>, <데드풀> 같은 영화처럼 정의감이 넘치고 유머러스하다. 직설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서슴지 않지만, 그루브에 대한 진중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장난꾸러기와 독설가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
38분의 러닝타임 동안 쉴 없이 달린다. 버디 코미디 “Yankee And The Brave”는 <펄프 픽션>처럼 시종일관 언어유희가 넘실넘실거린다. 동시에 액션 스릴러 영화의 문법을 빌려 무겁게 내려앉은 베이스라인 위에 타이트하게 뱉어내는 랩이 긴장감을 조성한다. 80년대 후반 랩 그룹 Nice & Smooth가 피처링한 갱스터(Gang Starr)의 "DWYCK"을 샘플링한 "Ooh La La"는 원곡자인 그렉 니스와 DJ 프리미어가 직접 참여해서 선후배 간의 붐뱁 사랑을 실천한다. 이들은 탐욕과 분열을 조장하는 범산 복합체에게 빅 엿을 날린다. 2 Chainz이 “Out Of Sight”에서 이 올드 스쿨 파티에 참석한다. “Holy Calamafuck"부터 앨범은 어두워진다. 댄스홀에서 영감을 받은 비트는 분위기를 띄우지만, 두 래퍼의 상반된 랩 스타일을 대조시키며 노골적인 트럼프주의를 반대한다. 그러면서 공포영화의 문법을 차용한다.
2014년 에릭 가너 사망사건을 모티브로 한 "Walking In The Snow"은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저절로 연상된다. 퍼렐과 잭 드 라로차가 가세한 "JU$T"은 부당한 시대에 대한 분노와 조롱이 점철된다. 이렇듯 앨범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엘 피의 음악적 야심 역시 만만치 않다. "Goonies vs. E.T."과 "Never Look Back"은 지금껏 발명된 힙합의 방법론이 응축되어 있다. 전설적인 R&B 가수이자 시민운동가인 마비스 스테이플스와 퀀즈 오브 더 스톤 에이지의 보컬 조시 옴므가 참여한 "Pulling The Pin“와 J. Cole의”Let Nas Down“이 연상되는 색소폰 크레셴도로 시작하는 "A Few Words For The Firing Squad (Radiation)"의 서정성은 자칫 강성으로 치닫는 음반을 적절히 완급 조절해 주고 있다.
트랩 뮤직(TRAP MUSIC) 시대에 붐뱁(Boom Bap)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준다. 소스의 첨가와 배제를 자연스럽게 반복하며 한순간도 지루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비트를 과시하지 않고 랩을 돋보여주는 음향 배경으로 국한한 점도 칭찬할 만하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이 완벽에 가까운 완성도의 음반 4부작 모두 무료로 풀었다는 것이다.
★★★★★ (5.0/5.0)
Good : 의롭고 올곧고 사이다스러운 정의구현 노래들!
Caution : 흠이 있지만, 그간의 공로를 치하하고 싶다.
●< RTJ4 >의 가격을 자율 지불로 설정해 배포하고, 모든 수익을 BLM 관련 단체에 기부했다.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과 합동 투어가 예정되어있었으나 코로나 19 사태로 공연이 무기한 연기되었다.
●멤버 엘피(El-P)는 "우린 할 수 있는 한 최고로 불쾌하고 노골적이며 날 것 같은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야."라고 설명했다. 킬러 마이크(Killer Mike)는 본인 들었던 아티스트의 예를 들었다.이지 이(Eazy E), 엉클 루크(Uncle Luke), 아이스 큐브(Ice Cube), 게토 보이즈(Geto Boys) 등이 그들이다.
1."Yankee And The Brave (Ep. 4)"
2."Ooh La La" (Ft. Greg Nice & DJ Premier)
3."Out Of Sight" (Ft. 2 Chainz)
4."Holy Calamafuck"
5."Goonies vs. E.T."
6."Walking In The Snow"
7."JU$T" (Ft. Pharrell Williams & Zack De La Rocha)
8."Never Look Back"
9."The Ground Below"
10."Pulling The Pin" (Ft. Mavis Staples & Josh Homme)
11."A Few Words For The Firing Squad (Rad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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