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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ug 11. 2020

테일러 스위프트 Folklore, 음악은 거들뿐

<Folklore (2020)> 음반 후기

《테일러 스위프트 (Folklore, 2020)》 후기·리뷰_음악은 거들뿐


테일러 스위프트는 2010년대를 그야말로 지배했다. ‘컨트리 음악의 메시아’에서 ‘테일러 스네이크’까지 다사다난했던 그녀의 삶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스 아메리카나(Miss Americana)’에 잘 드러나 있다. 30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던 7집 <Lover (2019)>가 낙관과 여유로 넘쳐흘렀다면, 8집 <Folklore>는 건조와 우울의 정서로 가득 채웠다. 코로나 19 사태로 격리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겪은 두려움과 고독을 정확히 포착한다.   

  

그렇게 테일러 스위프트는 다시 기타를 집어 들었다. 그러나 하이틴 로맨스 정서가 흘러넘쳤던 2집 <Fearless (2008)>과 3집 <Speak Now (2010)>과 달라졌다. 슈퍼스타로써 짊어져야 했던 무게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외부 작곡가를 기용했다. 미국적인 음악을 하는 밴드 더 내셔널의 아론 데스너를 불러들였다.     


4집 <Red (2012)>이후 점차 가상악기와 신시사이저에 의존도를 높여갔다. 5집 <1989 (2014)>, 6집 <reputation (2017)>, 7집 <Lover (2019)>으로 갈수록 점점 21세기 트렌드를 쫓기도 하고 그녀 스스로 유행을 이끌기도 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그 모든 거추장스럽고 인위적인 소리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인 기타 사운드와 인간들이 직접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에 의지하며 신화, 전설, 우화 같이 누군가가 지어낸 퍼트린 구전설화처럼 들린다. 가사에 영화적인 이미지를 그리며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렇다. 그녀는 수필 문학을 차용한 것이다. 이 음반은 3명의 화자 'Cardigan', 'August', 'Betty'가 등장한다. 지은이는 테일러 한 명이지만, 이야기의 갈래는 3가지 방향으로 모두의 이야기로 확대 재생산된다. 특히 'Seven'은 이러한 구전 형식을 가장 잘 드러낸 곡이다. 이처럼 앨범은 우리의 공감대를 얻어가도록 치밀하게 제작됐다.      


<Folklore>에서 음악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코로나 19 사태로 서로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SNS로 언제 어디서든 소통이 가능하다. 테일러는 영리하게 그녀가 슈퍼스타로 살아오며 겪었던 과거의 영욕을 침묵과 고립, 적막의 시대에 비유한다. 밀실 공포증이 느껴지는 "Epiphany"이 직접적으로 코로나 19 사태의 여파를 담고 있다. 이처럼 분명한 사실은 솔직하고 담백한 필체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The 1"은 말 그대로 이 수필을 여는 첫 페이지를 의미하고, "Cardigan"은 병치를 활용한 과거를 사색하게 만들며, 아름다운 발라드 "August"는 재치 있는 문장으로 그 효과를 더 배가시킨다. 앨범에서 유일하게 희망을 노래한 "Invisible String"을 제외하면 음울한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 든다. 음악적 야심이 느껴지는 "Exile"과 밥 딜런처럼 가사를 쓰려고 노력한 "The Last Great American Dynasty"은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라나 델 레이의 영향이 느껴지는 "Mad Woman"과 "Peace"은 테일러 스네이크로 힘들었던 슈퍼스타의 심경을 생생히 기록했다. 그래서 이 음반이 ‘힐링’이건 ‘면죄부’이건 청자의 입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분석하자면, 그녀는 빌보드 차트에 넘쳐나는 트랩(힙합)과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는 점이다. 현시대의 래퍼들이 과거 록스타의 허세와 자기 과시를 닮고 싶어 했다면, 테일러 스위프트는 과거 로커들의 문학성과 자아성찰을 본받았다는 점이다.    


★★★★ (3.9/5.0)

      

Good : 아티스트 본인과 세상에게 건네는 치유와 위로

Caution : 혁신보다 인디 음악의 방법론을 빌렸다.

  

■ NPR의 앤 파워스는 이 앨범을 다른 아티스트들이 30살 때 발매한 앨범과 비교했는데 다음과 같다. 롤링 스톤즈의 <Exile On Main St. (1972)>, 조니 미첼의 <Court And Spark (1974)>, 스티비 원더스의 Songs In The Key Of Life(1976년), 엘리엇 스미스의 <Either/Or(1997년)>, PJ 하비의 <Stories From The City, Stories From The Sea(2000)> 등이다.

 

1."The 1" 

2."Cardigan" 

3."The Last Great American Dynasty" 

4."Exile" (Ft. Bon Iver) 

5."My Tears Ricochet"

6."Mirrorball" 

7."Seven" 

8."August" 

9."This Is Me Trying" 

10."Illicit Affairs" 

11."Invisible String" 

12."Mad Woman" 

13."Epiphany" 

14."Betty" 

15."Peace" 

16."Ho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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