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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pr 29. 2020

퍼플크립티드<Focus The Current>

Purple Cryptid 앨범후기 

싱어송라이터 신인가수 '퍼플 크립티드(Purple Cryptid)'의 첫 앨범 <Focus The Current]>을 들은 소감을 몇 마디하고 싶네요. 얼터너티브 R&B가 나온 지가 10년이 넘었고, 수민, 서사무엘, 딘, 크러쉬 같은 아티스트들이 이를 한국화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아마 '퍼플크립티드(Purple Cryptid)'의 고민은 이 지점에 있었을 것이다. 그는 신인가수답지 않게 최신 트렌드를 과감히 배격했다. 그 음악적 지향점은 7080년대 소울로 확고하다. 그리고 한국에서 R&B라고 하면 발라드의 일종으로 치부되는 고정관념 역시 컸으리라 짐작해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카페에서 흘러나오면 이 노래가 귀를 쫑긋하게 만들만한 흡입력에 주안을 두고 곡을 쓴거 같다.


이 부분에 있어서 '퍼플크립티드(Purple Cryptid)'는 핵심이 되어야 할 스토리텔링과 이미지 묘사에 신경을 썼다. 단적으로 말해 이별과 상실의 감정에 집중하며 앨범의 통일성에 신경을 썼다. 그는 앨범을 소개하며 "때로는 너무 강한, 때로는 무력했던 연애들은 늘 과거에 얽매이거나 더 나을 미래만을 바라왔던 마음에서 비롯되었고, 때문에 모든 관계는 언제나 큰 상처를 주고받으며 끝을 맺는 굴레에 얽매이게 되었다고 한다."라며 앨범 제목을 ‘현재에 집중하는’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쌓인 이야기들을 떼어내 듯 담았다고 한다. 그래서 단순한 연애이야기로 국한되기 어려운 애환이 서려있다. 특히 멜로디가 한(恨)의 정서를 연상될만큼 처연하고 슬프다.


가장 중요한 점은 차트에 범람하는 스타일을 반복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기성의 문법을 답습하지 않을 수 있던 배경은 치열한 음악적 고민을 읽을 수 있다. 그걸 알아챌 수 있는 단서는 '리듬 파트'에 있다. 베이스 신시사이저에 집중해서 들으면 리듬 편곡에서의 섬세한 심리 묘사를 더해졌음을 확인하기란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다. 그는 수민, 크러쉬, 소금, 예지같이 전자음악에 진착하지 않았고, 빌보드차트를 지배하고 있는 트랩 비트를 고집하지 않았다. 이렇듯 관성적인 태도로 일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의 미래가 너무나 궁금하다.



1.Still

퍼플크립티드(Purple Cryptid)의 타이틀곡 "Still"은 얼터너티브 R&B를 지향하는 자신의 음악관과 대중이 선호하는 음악이 겹치는 교집합을 찾았다. 실제 악기의 아날로그 소리와 미래지향적인 전자음의 묘한 관계 위에 자신의 목소리를 끼얹었다. 프랭크 오션이 90년대 포크 R&B을 해체하고 자기 식대로 재조립하듯 이 곡은 그런 식으로 제작됐다. K-Ballad의 요소를 적절히 수용하면서도 자신의 철학을 고수했다.



2.부메랑 (Boomerang) 

사이키델릭한 PB R&B로 보컬과 훅 메이킹이 일단 귀에 들어온다. 몽환적인 전자음이 적절히 산란되어 마음 이곳저곳을 휘저어놓는다. 더 위켄드처럼 70년대 휭크 리듬, 부분적으로 활용된 힙합 비트, 사이키델릭한 앰비언트 사운드에 자연스럽게 융화시켰다.



3. 한때는 (Move On)

리듬 편곡에 굉장히 공을 들였다. 독특한 질감의 타악기(퍼커션) 소스들과 신시사이저를 전체적으로 흩뿌려 놓았다. 그런데 비트가 트랩이 아니라 지극히 복고적(레트로) 하다. 다시 말해, 80년대풍 팝 사운드를 세련된 방식으로 재현했다.


4.Watching The Rain

앨범 수록곡 중에 제일 힙합적이다.듣는 순간 '80년대 힙합 스타일구나!'라고 느껴졌다. 당시 DJ들이 클래식 재즈나 휭크 소스를 가져와 만들던 그 방식이 떠올랐다. 첨언하자면, 90년대 초중반까지 이런 붐뱁 비트가 유행했었다.


5.늦은 밤, 너를 그리며 Warmth Ft. ¥$₩

이 노래는 앨범에서 유일하게 ¥$₩와 공동으로 곡을 썼다. 그래서 제일 대중적이며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언뜻 듣기에는 ‘발라드 힙합’에 가까워서 더블 타이틀곡으로 정한 듯싶다. 그러나 한 꺼풀 벗겨보면 재즈를 활용한 네오 소울에 가깝다. 그리고 중독성을 대놓고 노리고 곡을 쓴 느낌이다. 간단한 구성, 반복된 구조, 힘을 뺀 보컬로 청각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6.Escape

가장 트렌디한 곡이다. 자글거리는 소리를 뚫고 나오는 가녀린 음색이 포인트다. 공간감이 다소 약하지만, 몇 개의 신시사이저를 겹쳐 몽롱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반복하는 가사와 선율을 인상 깊게 마무리 짓는 마감 처리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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