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후기, 쿨하지 못해 미안해

조제 (Josée 2020) 영화 후기

by TERU

김종관 감독의 <조제>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03)>을 리메이크했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며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조제’(한지민)와 그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 ‘영석’(남주혁)이 서로 가까워지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줄거리는 원작과 동일하다.



1. 원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매력은?

멜로 영화는 기본적으로 판타지에 가깝다. 우리 연애가 그러하듯 남녀관계가 순정만화처럼 예쁘게만 진행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소설은 제인 오스틴이 활동하던 19세기 로맨스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자들과 자유로운 관계를 즐기는 대학생 청년과 프랑스와즈 사강의 소설에 푹 빠져있는 장애인 여성의 로맨스 구도부터가 그러하다. 그런데 영화는 신분과 장애를 넘어선 불멸의 사랑을 나가지도 않고, 애초부터 불공평했던 둘의 간극이 몰고 온 비극을 치닫지 않는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쿨'한 태도로 두 사람을 관찰한다.

이케와키 치즈루의 조제 역시 '쿨'하다. 그녀는 인어공주가 되길 거부한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인생을 즐기자는 쾌락주의자다. 지루한 일상에 지겨워하던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가 조제에게 푹 빠져 버렸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한지민의 조제는 쿨하지 못하다. 도무지 30대 여성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그녀의 심리 양식은 미숙하게 그려진다. 등장인물의 연령대를 옮겼다면 그 나이 대에 어울리는 품격을 부여해야 한다.


2. 쿨하지 못해 미안해

<조제>는 아무래도 동화 같은 러브스토리다. 30대 여성과 20대 취준생 남성의 연애라고 하기엔 너무나 순정만화 같이 술술 풀린다. 거기다 인물이 겪고 느끼는 장면들을 의도적으로 제거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일까? 원작의 헤어스타일, 미장센, 이야기 구조, 작은 설정과 대사 일부까지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왔는데 <조제>의 화학작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왜 이누도 잇신은 성적인 에너지를 영화 곳곳에 배치했을까? 김종관 감독은 이를 크게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 원작에서 츠네오가 처음 쿠미코(조제)의 집에 가서 계란말이를 먹고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그다음 장면에 강아지의 교배 장면이 이어 나온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원작이 쿨해질 수 있는 이유는 이성 간의 사랑이 결국 ‘유전자 보존 본능’에서 기인했다고 순순히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나에(우에노 주리)의 대사처럼 조제의 무기는 청순가련형 혹은 연민이 아니다. 이것이 나중에 그녀가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세상을 정면으로 쳐다보는 원동력이 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조제>는 연애 과정을 구체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분위기, 행동, 표정으로 설득한다. 특히 감정을 대사에 싣지 않는 배우 한지민의 연기는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한국화하기 위해 지방대 차별, 취업고민 등을 삽입했다. 감독은 표현주의적인 연출을 통해 개연성을 생략했는데 자꾸만 한국 청년들의 현안을 꺼내 드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같은 리얼리즘과 표현주의 간의 충돌은 원작영화에서 현실 문제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던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그래서 대사, 장면, 구조를 가져왔음에도 똑같은 효과가 나지 않는다.



★☆ (1.6/5.0)

Good : 예쁜 영상화보를 더 빛나게 해주는 남주혁의 미모!

Caution : 원작을 안 보셨다면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힘들다.


■김종관 감독은 영화 속 엔딩 크레디트를 장식한 아이유의 '자장가' OST에 대해 "아이유와 넷플릭스 시리즈 '페르소나-밤을 걷다'라는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는데 그때 '밤을 걷다' 내용 때문에 '자장가'가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엔딩 타이틀을 생각하면서 처음에는 그냥 스크롤을 올리려고 했는데 이 노래가 절묘하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말하면 영화가 다 끝나고 사람들이 가지는 감정, 슬픔들, 상념들이 몰려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에서 '자장가'가 마침표를 찍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유에게 부탁해서 동의를 얻고 사용하게 됐다. 아이유 자체도 너무 좋아했다"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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