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콜 리뷰

압도적인 연쇄살인마의 출현!

by TERU

이충현 감독이 푸에르토리코 스릴러<더 콜러, 2011>을 리메이크 했다. 서로 다른 시간에 살고 있는 두 여자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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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반 ★


다짜고짜 서론을 건너뛰고 어머니와의 갈등부터 꺼내든다. 영숙이 엄마 (이엘)로 대표되는 오컬트와 고문 포르노 분위기로 공포를 조성한다. 몇몇 장면은 <화차>, <마더>, <사바하>, <검은 사제들>, <곡성> 속 장면과 유사하지만, 미장센 자체는 훌륭하다.


소재만 따지면 <백투더 퓨처> 시리즈를 비롯한 시간여행 영화들이 숱하게 다뤄왔다. 타임패러독스나 평행우주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충현 감독은 철저히 감성에 투자한다. 서태지의 <울트라맨이야>가 울려퍼지며 <응답하라 90년대>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90년대 CF와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 시절의 향수와 부재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자극한다.


이런 감성적 태도는 종종 관객으로 하여금 크고 작은 물음표를 띄우게 한다. 왜냐하면 초반 어머니와 갈등이 결말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태지 노래는 어느 순간부터 들리지 않는다.


음악도 들쑥날쑥하다. 달파란 음악감독은 금속성 질감을 살리는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로 서태지의 5집 뉴 메탈 음악과 잘 부합한다. 그러다가 중반부터 한스 짐머 이래로 주류 영화음악을 평정한 공간감을 강조한 스코어로 바뀐다. 이러한 전환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 있다. 주인공 김서연 (박신혜 扮)이 강변을 달리는 그 장면은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촬영됐다.


2. 중반 ★★★★


중반부터 성장과 메타포를 버리고 X세대 여성 연쇄살인마 오영숙 (전종서 扮)에게 집중한다. 영숙을 중심으로 서사가 뭉치면서 불균질했던 영화의 동력이 모인다. 그러면서 재미가 수직상승한다. 이제껏 싸이코패스만 나오면 피로감이 느껴질만큼 <추격자>의 지영민(하정우) 캐릭터를 너무 복제해왔다. 영숙은 전종서의 연기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전종서는 <버닝>에서 그랬듯이 다분히 연극적인 과장되어있지만, 한편으로 실제 모습 같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독창적인 슬래셔 연쇄살인마로 분한다. 직접적인 고어 장면이 생략되어 있어 도리어 잔혹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연출 역시 굉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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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후반 ★★


핵심설정을 무한 반복하는 후반부는 다소 신선함이 부족한 인상이 든다. 서스펜스를 오직 과거와 현재의 통화로 현재의 무언가가 바뀐다는 설정에 의존해 두인물이 얽히고설키게 하는 것이 아킬레스건이다. 집의 환경이 바뀌는 것으로 상황이 바뀐다는 것조차 계속 동일한 공간에서 벌어짐으로써 효용이 어느 순간 바닥을 드러낸다.


거기다 시간여행 영화에서 과학적 이론(논리)을 일체 배제해버리는 순간 극의 사실성이 얇아졌다. ‘판타지’로 받아들여야할지를 고민하게 만들만큼 부족한 개연성이 영화적 허용을 훌쩍 초과한다. 결국 이렇게 된 원인은 간단하다. 전종서가 폭주하며 이끌어가던 영화가 모녀관계를 너무 납작하게 조명하면서부터 동력을 상실해가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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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에필로그


이충현 감독의 스토리텔링은 점프 컷(건너뜀)의 연속이다. 부분적으로는 납득가지만, 전체적인 맥락이 끊겼다. 왜냐하면 본론부터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설명이 없다. 미리미리 쌓아 놔야하는 설정 부분을 생략해버리니까 복선으로 역할을 하기에 역부족이다. 그리고 캐릭터들의 백스토리를 제시해주지 않다보니 오정세, 이엘, 이동휘 등의 배우들이 도구적으로 희생당했다. 게다가 교차편집이 자주 등장하면서 구심점 없는 서사가 더 산만하게 비춰진다.


덧붙여 오컬트부터 슬래셔까지 종횡 무진하는 통에 영화의 톤이 통일되지 않은 점도 마지막 반전을 불친절하게 받아들이는데 일조한다.


★★☆ (2.6/5.0)


Good : 보는 순간 전종서에게 입덕할 수밖에 없는 올해의 빌런!

Caution : 필요한 때 나타나고 사라지는 감정과 전개 요소


■원작보다 가족주의를 강조하며 30분정도 러닝타임이 길어졌다. 원작에서의 전종서 캐릭터는 거의 목소리만 등장해서 그녀에 대해 설명할 필요도 없고,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도 더 효율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리메이크판은 전종서 캐릭터가 전면으로 등장해서 배우 보는 재미가 급상승했다. 하지만 이야기에 맥락이 없어서 허술한 원작의 단점이 전혀 커버되지 않는다.


■여성간의 대결을 다뤄서 <런>과 비교되는데, <런>은 맨 처음 심리상담소 장면에서 미리 카드 패를 다 공개하고 영화 내내 라푼젤 이야기를 한다. <콜>은 레시피 없이 낫토와 춘장, 카레, 고추장으로 요리해서 내놨다.에필로그에서 누텔라 잼이 빠졌다며 다시 양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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