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도망쳐 혹은 달아나라는 의미)>은 몸이 불편해 홈스쿨링을 받고 있는 여주인공 클로이가 자신을 과잉보호하는 엄마에게 석연찮을 느끼고 그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의 스릴러다.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전작 <서치, 2018>가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상을 활용한 반면 <런>은 구글링조차 힘겨울 만큼 시대감을 지운 단출한 세팅 안에서 연출력 하나만으로 최적의 긴장을 만들어낸다.
<라푼젤> 이야기에 위기에 빠진 주인공을 쥐락펴락하는 히치콕 스타일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위험한 독신녀>, <요람을 흔드는 손> 등의 레퍼런스를 요소요소에 배치해서 쉬이 납득이 가는 전개를 생성해낸다. 특히 주인공 보정을 없앤 점을 칭찬하고 싶다. 장애를 지닌 주인공을 굳이 정당화하지 않아 보다 객관적 입장을 취하며 속도감을 살렸다. 즉, 군더더기 없이 장르적으로 익숙한 설정으로 정보를 대체하고, 감독은 긴장감 조성에 집중했다.
<런>은 장애인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예상 가능한 스릴러임에도 휠체어에 앉은 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은 비장애인 입장에서는 낯설기 때문에 영화에 더 몰입하게 된다. 엄마(사라 폴슨)의 모호한 태도가 불신과 음모를 낳고, 주인공은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핸디캡을 넣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예를 들어 매뉴얼대로 진행되는 ARS 안내 서비스나 약국에서 차례대로 줄 서있는 웨이팅 줄, 에스컬레이터가 없이 계단을 오를 수 없는 점에서 불편과 지연이 발생한다. 감독은 이를 통해 긴장과 불안을 이어간다.
더욱이 최근 스릴러답지 않게 고전적인 스코어(음악)를 써서 차분하게 분위기를 이끌어가다가 심장 박동음, 알람 소리, 문소리 등 일상적인 소음을 통해 긴장을 쌓아 올리는 연출이 좋았다. 식상한 소재도 연출에 따라 이렇게 근사한 영화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 (3.5/5.0)
Good : 익숙한 것들이 달리 보이는 영리한 연출
Caution : 정형화된 스토리는 호불호의 영역
■클로이 역의 키에라 앨런은 실제로 다리에 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사용한다. 영화 속에서 좁은 공간을 휠체어로 능숙하게 쓱쓱 돌아다니고 방향 전환도 익숙하게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다리를 써야 하는 장면은 대역을 사용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