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은 트라우마로 가득 찬 ‘배트맨’과 달리 무결점이다. 이것이 영화화가 늦어진 궁극적인 이유다. 패티 젠킨스는 <원더우먼, 2017>에서 ‘사랑’을 매개로 이를 풀어냈다. 즉 이성애에서 인류애로 확장하는 식으로 다이애나(원더우먼의 본명)의 단점을 재해석했다.
그리고 패티 젠킨스는 고전적인 연출가다. <원더우먼 1984>는 교차편집 없이 정말 진득할 정도로 다이애나의 일대기를 따라간다. 1편이 노골적으로 리처드 도너 감독의 <슈퍼맨, 1978>를 레퍼런스 했듯이 2편에서도 <슈퍼맨 2, 1980>을 벤치마킹한다. 백악관이 주요 무대로 등장하고, ‘사랑’이 이야기의 동력이며, 클라이맥스가 대결구도가 아닌 점에서 그 영향이 읽힌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원더우먼 1984>는 멜로드라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성적이고 이상주의적이다. 패티 젠킨스는 슈퍼 히어로와 슈퍼 빌런 간의 대결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이타심을 강조할 뿐 사건을 진행시키지 않는다. 젠킨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보여주어야 할 사항들을 모두 체크해서 보여주고자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이 영화를 보는 젊은(어린) 세대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히어로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라고 자신의 의도를 밝혔다. 각본, 감독, 제작자인 그녀는 애초부터 <원더 우먼 1984>를 액션 블록버스터로 만들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 대신에 원작 코믹스에서 영화화가 어렵다고 판단되어왔던 치타(크리스틴 위그)와 투명 비행기를 그럴싸하게 스크린에 옮겼다. 그리고 원작 팬을 위해 70년대 TV시리즈의 느낌을 곳곳에 투영시켜 놓았다.
1. 드라마 전문 감독이 액션 영화를 연출하면 저지르기 쉬운 실수를 범하다.
<원더우먼 1984>는 <킹스맨 2>처럼 1편의 불안요소가 실현된 케이스다. 액션 영화에서 스토리텔링의 호흡은 일반적인 드라마 영화와 다르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똑같이 고전적인 연출을 하지만, 그의 편집은 최첨단을 달린다. 놀란의 액션 연출이 그리 박진감이 넘치지 않지만, 이야기 자체가 촘촘하고 템포가 빨랐다. 그런데 패티 젠킨스는 복고주의를 찬양하면서 호흡이 늘어진다. 그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패티 젠킨스가 쓴 플롯 자체가 지난 할리우드 히어로 무비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타적인 영웅이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포기하고 모두를 위해 희생하며 그에 감동한 시민들은 이기적이었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그러면서 교훈적인 설교로 마무리한다. 크리스토퍼 놀런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죄수의 딜레마’를 어떻게 영화화했는지와 비교해보면 이 영화의 정치적 담론을 너무 직설적이다. 그리고 그녀의 작가주의와 상업성에 대한 배려가 곳곳에서 상충된다. 단적인 예로 IMAX 촬영으로 홍보되었지만, 영화에는 7분만 등장할 뿐이다.
둘째, 그녀가 원작 코믹스를 존중한 것은 맞지만, 동시에 코믹스의 본질을 반영하지 못했다. 슈퍼히어로 장르는 무엇보다 ‘빌런과의 대립’이 핵심이다. 바바라 미네르마(크리스틴 위그)가 ‘치타’로 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편적이고, 그녀가 지닌 초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퇴장한다. 그리고 맥스웰 로드(페드로 파스칼)가 관객을 설득하는 힘은 페드로 파스칼의 연기 덕택이지 감독의 연출이 아니다. 쉽게 풀려버리는 갈등에서 패티 젠킨스는 1편의 실수를 명백히 반복하고 있다. 또, 원더 우먼의 러브스토리는 <백 투 더 퓨처>이래로 많이 봐왔던 광경이 수시로 목격된다. 70년 만에 다시 눈을 뜬 남자가 세상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은 경쟁사의 미국대장이 이미 했었다.
셋째, 영화의 톤이 불균질 하다. 원더우먼의 모티브는 '그리스 신화'다. 그래서 영화는 신화적인 분위기를 유지해야 함에도 냉전 스릴러의 정치적인 메시지를 부각하며 균질함을 해친다. 특히 <알라딘>이 연상되는 장면에서 이런 불균형이 두드러진다. 또 코믹스의 투명 비행기나 치타도 나름 합리적인 선택을 했지만, 현실적인 맥락과 충돌한다. 이 같은 급작스러운 분위기(톤) 전환은 개연성을 해칠 뿐 아니라 영화 전체를 촌스럽게 만든다.
셋째, 영화의 톤이 불균질 하다. 원더우먼의 모티브는 그리스 신화다. 그래서 영화는 신화적인 분위기를 유지해야 함에도 레이건과 트럼프를 결부지으며 정치적인 메시지를 부각하며 균질함을 해친다. 더욱이 <알라딘>이 연상되는 장면에서 이런 불균형이 두드러진다. 또 코믹스의 투명 비행기나 치타도 나름 합리적인 선택을 했지만, 현실적인 맥락과 충돌한다. 이 같은 급작스러운 분위기(톤) 전환은 개연성을 해칠 뿐 아니라 영화 전체를 촌스럽게 만든다.
이상은 전부 1편에서 내포하고 있던 단점들이다. 패티 젠킨스의 섬세한 감정 묘사는 캐릭터를 소개하는 차원에서는 효과적이나 본격적인 영웅의 활약상을 다루는 속편에서는 그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망작은 아니다. 액션 블록버스터에 드라마 전문 감독을 앉혀놓으면 스토리가 탄탄해질 것이라는 헛된 믿음이 이런 호불호를 낳았을 뿐이다.
★★ (2.0/5.0)
Good : 페드로 파스칼과 크리스 파인의 연기!
Caution : 블록버스터로서의 본분을 망각하다.
■패티 젠킨스는 "원래 1편 후반부는 스케일이 더 작았는데 제작 막바지에 스튜디오가 갑자기 바꾸라고 지시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1편에 대해 얘기할 때 항상 그 부분을 지적하는 게 조금 실망스러웠죠. 왜냐면 저도 거기에 동의하고 스튜디오한테 이제 와서 바꿀 시간이 없다고 얘기했었거든요.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됐네요. 결과적으로는 바꾼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제가 의도했던 엔딩은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영화에서 제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아세요? 엔딩에 두 가지 측면이 모두 포함돼있다는 거예요. 시각효과가 들어간 거대한 전투가 나오는데 아주 훌륭하게 뽑혔어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엔딩 부분이 1편보다 훨씬 간소화됐다는 게 중요해요. 그 부분이 정말 재밌었어요. 영화 막판에 온갖 종류의 사건이 벌어지는데 1편과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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