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마치다 하지메’(호소다 카나타)는 타인의 곤란함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부탁받은 일을 절대 못하는 강박증을 갖고 있다. ‘예수님’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타인을 배려하는 그의 인류애는 심각하게 중증이다. 그의 기독교적인 아가페적인 사랑은 겸애(兼愛)를 주창했던 묵자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 같다. 왜냐하면 마치다는 만인을 평등하게 사랑하기 때문이다.
진시황이 묵가 사상을 수용했지만, 통일하자 나서는 묵가 사상을 강하게 탄압했듯이 마치다의 겸애는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그것은 여주인공 ‘이노하라 나나’(세키미즈 나기사)와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마치다가 만인을 평등하게 배려하는 것이 이노하라에게 큰 상처를 줬다. 이성애(異性愛, Heterosexuality)는 상대방에 대한 독점적인 사랑이다. 이타적인 인류애와 이기적인 이성애가 충돌하면서 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활력을 띈다.
그런데 영화는 두 사람의 연애를 집중하기보다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다루고자 애쓴다. 옐로우 페이퍼 기자 요헤이(이케마츠 소스케)와 고교 모델 히무로 유’(이와타 타카모리)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등장한다. 소설 지망생이었던 요헤이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자극적인 뉴스에 반응하는 독자들을 위해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 악인이 어디 자기 혼자뿐이냐며 자신의 악행을 합리화시키지만, 아내 아오이(토다 에리카)는 남편의 기자 생활을 탐탁지 않아 한다. 이 요헤이 캐릭터는 이기심을 조장하는 자본주의의 맹점을 짚고 있다. 경제학자 이전에 도덕철학자였던 애덤 스미스는 시장에서 경쟁하며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이기심을 긍정했지만, 나머지 이기심들은 부정했다. 특히 자본가의 탐욕을 경고했지만, 그의 사상은 높으신 분들에 의해 규제 철폐로만 쓰였다. 그렇기 때문에 요헤이 캐릭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지켜봄으로써 마치다의 겸애가 자본주의의 단점을 고치는 백신임을 단숨에 눈치챌 수 있다.
그리고 히무로 유를 살펴보자! 그는 겉으로는 셀럽 흉내를 내고 있지만, 모델로써 입지는 탄탄하지 못하다. 그런 괴리감이 자신감 상실로 이어졌다. 우리는 경쟁 사회에서 자칫 잘못하면 단숨에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다양한 정신질환과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마치다가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마치다의 겸애사상은 연애전선을 위협했지만, 염세에 찌든 현대사회를 정화시킨다. <마치다군의 세계>는 단순한 만화적인 상상력을 보여주는 병맛 코미디도 아니고 학원 로맨스물에 머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 나면 가슴 한 쪽이 따뜻해진다.
★★★ (3.3/5.0)
Good : 맑고 투명한 그 선한 마음에 무조건 한표!
Caution : 이야기를 좌우로 넓게 펼치는 병렬식 전개!
●이 영화를 심리학적으로 뜯어봐도 재밌다. 하인츠 딜레마의 3단계 [좋은 사람원리]가 있다. 우리 청소년들은 타인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성실하고 훌륭한 사람으로 인정받기 원하며, 대인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화를 피하려고 한다. 청소년기에 역할 모델을 본받아 개인의 내재적인 발달의 힘에 의해 도덕적 사고력과 판단력을 증가하려는 자율성을 보인다.
●후반부 판타지적인 상상력은 초반 풍선 장면에서 복선으로 슬쩍 제시되었다. 원작 자체가 제20회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을 수상한 안도 유키의 동명 만화라서 크게 이상하진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35mm 필름으로 촬영되어서 화면 질감이 디지털과 달랐다. 그리고 주인공이 연기 경험이 없는 신인을 기용해서 영화 자체가 풋풋하다. 아마 감독의 의도된 바일 것이다.
●침체된 일본 영화계에 이시이 유아 감독은 주목해 볼 만한 신진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