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 VS. 콩 (Godzilla vs. Kong)

괴수물의 딜레마

by TERU

1. 괴수물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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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영화란 관객과 감독 간의 모종의 합의를 한 것과 같다. 괴수물은 웅장한 화면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지불해야 품삯이 있다. 그에 앞서 이 질문부터 답해야 할 것 같다. 누군가가 ‘고지라가 뭐냐?’고 묻는다면 아래와 같이 대답할 것 같다. ‘WWE 타이틀 매치’나 ‘UFC 메인이벤트‘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고지라 시리즈 혹은 카이주(괴수) 장르는 ’괴수 대 괴수‘의 대결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극중 등장하는 인간들은 ’WWE 해설‘ 혹은 ’UFC 관중‘이다. ’미스 트롯‘, ’복면가왕‘, ’불후의 명곡‘ 같은 음악 프로그램에서 가창을 보여주다가 진행자와 관중을 카메라로 잡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러므로 괴수물에서 인간은 '해설자' 혹은 '관중'에 불과하다.


고질라가 괴수왕을 차지한 것은 인류가 어찌해볼 수 없는 인격신이기 때문이다. 1954년 원작에서 수소폭탄에도 살아남는 맷집부터 16편<고질라 1985>에서 방사능을 먹이로 삼는 ‘살아있는 원자로’로 승격되었다. 또 19편<고지라 대 모스라 (1992)>에서 지구 내부 멘틀의 마그마를 유유히 헤엄치는 설정이 붙었다. 이렇기 때문에 고질라는 먹이인 ‘핵폭탄’을 구하기 위해 본능대로 행동했을 뿐인데 인류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라돈, 킹 기도라 등 다른 괴수들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인간이 무기력해야만 고지라 시리즈가 갖고 있는 과학만능주의를 경고하는 메시지나 환경보호의 주제를 부각시킬 수 있다. 그런데 괴수물 마니아가 아닌 일반 관객 입장에서는 이런 카이주 장르의 규칙을 모르기 때문에 오해할 소지가 크다. 관객들이 오래된 장르의 암묵적인 매뉴얼에 따라 만든 스토리와 인간 캐릭터를 양해해 준다면 제작진은 눈을 호강시켜주는 엄청난 파괴본능의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앞서 말했듯이 두 타이탄은 그리스·로마 신처럼 ‘인격신’으로 그려진다. 격투를 벌이기 때문에 프로 레슬러처럼 일종의 기믹을 갖고 있다. 수소폭탄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고질라와 불굴의 의지를 가진 콩이 각자의 장기를 십분 활용해 원 없이 치고받는다. 이런 점도 너그러이 이해해 준다면 이 영화를 아무 생각 없이 팝콘을 먹으며 즐길 수 있다.




2. 전설의 격돌

<고질라 VS. 콩>을 굳이 분석하자면, 지구 공동설(지구 내부에 지상과 유사한, 생물이 살 수 있는 세계가 똑같이 존재한다)을 근거로 원작인 <킹콩 대 고지라 (1962)>와 80년대 액션 영화들을 참조했다. 개인적으로 ‘강제 채식주의자' 짤로 유명한 원작의 밈을 오마주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고질라 VS. 콩>는 영리한 액션 시퀀스와 장엄한 스펙터클을 위해 나머지를 희생했다. 스토리는 두 타이탄을 어떻게 대결시키느냐에 초점이 맞춰있을 뿐 이것이 논리적인지 개연성을 갖췄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슈퍼히어로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거대 괴수 자체가 상상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대인이 보기에 유치한 60년대 쇼와 시리즈 감성이라 영화 자체가 좀 멍청해 보이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 단점을 안고서 애덤 윈가드 감독은 역사적인 1:1 매치에 집중한다. 전설의 격돌이 굉장히 지능적이고 전략적으로 싸운다. 특히 콩이 영장류이니만큼 프로레슬링, 이종격투기, 무기를 활용하는 것은 디폴트 값이다. 거대 괴수다운 묵직한 타격감에 현란한 카메라 워킹이 곁들여져 치열한 공방전을 펼친다. 괴수물답게 괴수들의 몸싸움에 무너지는 건축물들까지 좋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마치 종합격투기(혹은 프로레슬링)를 특등석에서 관람하는 기분을 들게 한다.


★★★ (3.2/5.0)


Good : 그래.. 이런 걸 보고 싶었어!

Caution : 무매력의 세 얼간이 Ft. 세리자와 렌



■<킹콩 대 고지라 (1962)>에서 두 타이탄이 왜 싸우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 윙가드 감독은 Variety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에서는 스나이더컷 같은 건 없다. 이번이 완결편이다. 만약 1시간 더 추가로 붙인다면 인간 캐릭터들이 몬스터에 대해 말하는 장면들로 채워질 것이다. 원래 각본에는 콩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내용들이 더 있었는데 잘랐다. 콩에게 너무 가혹한 거 같았다. 내가 보기에 고질라가 더 강한 몬스터이기 때문에 콩보다는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라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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