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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pr 29. 2022

무술영화 추천 TOP 100 (3)

Martial Arts Movies : ~41위

무술(武術)이란, 한자 그대로 '싸우는 기술'을 의미한다. 인간과 인간의 백병근접전투를 전제로 인간의 몸(주먹, 다리, 팔꿈치, 무릎 등)이나 무기(검, 도, 창, 롱소드, 매서, 세이버, 총)를 활용하여 상대방의 위협을 방어하고 제압하는 기술들을 총칭하는 단어이다. 싸우는 기술 자체가 살상을 전제로 성립한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무술이 고대부터 정립되어 있어 왔다. 심지어 펜싱, 권투, 양궁, 레슬링, 유도, 태권도 같은 투기종목은 올림픽 경기로 지정되어 있다.      


동북아 3국에 국한하면, 조선에서는 무술을 천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중국처럼 가치중립적인 기술 ‘무술(武術)’로도 일본처럼 인격수양의 도구 ‘무도(武道)’로도 보지 않았고, 더 큰 폭력을 막기 위한 필요악 혹은 재주인 ‘무예(武藝)’를 취급했다.     




#60 : 블레이드 2 (Blade II·2002) 기예르모 델 토로

웨슬리 스나입스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볼피컵(연기상)을 받을 정도로 연기력이 뛰어나지만, 극진공수도 5단과 합기도 2단의 유단자다. 그런 연유로 철권 시리즈의 레이븐의 모티브이기도 하다.      


<블레이드2>는 뱀파이어영화의 공포와 액션영화의 스릴을 충실하게, 풍성하게 제공한다. 무술감독에 견자단을 초빙한 델 토로는 플롯과 캐릭터 개발보다 창의적인 무기 활용과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얻은 화려한 액션 시퀀스로 가슴을 뻥 뚫릴 만큼 시원시원하다. 전편의 컨셉을 따르면서도 <매트릭스>의 액션과 <에이리언>의 괴물, <무사 쥬베이>의 닌자 등 여기저기서 빌려온 아이디어가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59 : 짝패 (The City Of Violence·2006) 류승완  

복수극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류승완 감독은 정두홍 무술감독과 함께 벌이는 ‘액션활극’의 쾌감에 좀 더 방점을 찍는다. 60년대 한국 액션 영화나 홍콩 무술 영화의 정석을 따라가며 캐릭터와 드라마 보다 (와이어 없는) 맨몸 액션에 공을 들인다. 


스토리의 빈틈은 악역 ‘필호(이범수)’의 존재감으로 다소 심심한 내러티브에 긴장이 선다. 힙합과 야구방망이로 무장한 100명의 10대 양아치부터 운당정에서 승급별로 나눠진 실력의 상대와의 겨루는 토너먼트 방식이 실제 싸움판에 뛰어든 것 같은 생생함을 증폭시킨다. 판이 깔리자 류승완, 정두홍 두 사람을 물론 서울액션스쿨 출신 무술연기자들이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기량과 솜씨를 뽐낸다.        




#58 : 무사 쥬베이 (Ninja Scroll·1993) 카와지리 요시아키

원제는 <수병위인풍첩(獣兵衛忍風帖 - 쥬베이 닌자활동 두루마리)>으로 성인용 찬바라 애니메이션이다. 오사카 전투 이후 17세기 일본을 배경으로 떠돌이 닌자 쥬베이가 정체불명의 쿠노이치 카게로와 엮이는 과정에서 개성 넘치는 실력자들로 구성된 기인 집단 '귀문 8인조'와 맞닥뜨려 이를 격파해 나가는 줄거리다.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와 카와지리 요시아키의 하드코어한 유혈 미학이 절정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그렇게 이 애니메이션은 일본보다 미국에서 더 큰 성공을 거뒀다. 제임스 맥테이크 감독은 이 영화가 정지훈 주연의 <닌자 어썌신(2009)>의 영감의 원천이었다고 밝혔다. 




#57 : 바람의 검심 시리즈 (るろうに剣心·2012-2021) 오오토모 케이시

무술감독 타니가키 겐지는 ‘홍콩 와이어 액션’을 독특하게 재해석한다. 홍콩(특히 성룡)이 공간감에 초점을 둔다면 그는 속도감에 집중한다. 재현하기 힘든 빠른 칼놀림과 비현실적인 필살기도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다.    

  

심지어 총기 액션이 등장할 때마다 켄신은 피하기 위해 열심히 달린다. 그런 방식으로 검술 액션이 반복되는 것을 피하면서도 극의 스피드를 잃지 않는다. 그러면서 근접전 위주의 액션 합을 세분화하여 정교하게 배치한다. 이를 통해 타격감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인물의 대립을 선명하게 한다.      

    

교차편집을 통해 다른 캐릭터들의 활약상을 짚어줄 뿐 아니라 템포를 조절하는 데서 혀를 내둘렀다. 액션에서 ‘리듬’은 타격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겐지 무술감독의 액션 코디네이팅은 약점이 있다. 노가다 액션, 배우가 몸소 열심히 소화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캐스팅이 만족스럽다. 브레이킹 댄스를 능숙하게 소화하는 사토 타케루 만한 적격이 없기 때문이다.




#56 : 대보살 고개 (The Sword Of Doom·1966) 오카모토 키하치 

피로 쓴 서예, 나카자토 카이잔의 세계 최장 무협소설을 3부작 영화로 기획되었다. 오카모토 감독의 극단적이지만 양식화된 폭력은 샘 페킨파, 세르조 레오네와 같은 거장들에게 깊은 영향을 줬다. 예를 들어 스파게티 웨스턴과 같이 영웅적 전통과의 단절로 나타났다고 추측한다.     


주인공 ‘츠쿠에 류노스케(나카다이 타츠야)’는 일본 사극의 피카레스크식 주인공의 원조로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서슴없이 벤다. 소설이 집필되던 1913년에 도쿠가와막부가 무너지고 근대국가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다. 이미 막부 평화기에 더 이상 검술이 무용해진 데다 폐도령으로 칼조차 압수당했다. 이러니 본업인 살육을 하면서도 정신수양과 해탈이 가능하다는 무도(無道) 개념이 성행할 수밖에 없다. 류노스케는 영웅이자 악당, 악귀이자 잠재적인 보살이며, 나카다이 타츠야는 능숙하게 역설의 화신을 연기한다. 악의에 물든 무사는 결코 평온치 못하다는 주제로 대승불교적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검술은 마음을 갈고닦는 것이므로 마음이 불안정한 류노스케는 끊임없이 원한을 먹고 산다. 그 업이 쌓이고 싸여 그의 무음 검법이 악귀처럼 인간의 마음을 홀려 잡아먹는다. 종국에 처음 악행을 시작한 ‘대보살고개’를 떠올린다. 처음과 끝 사이에 쌓이고 쌓인 원한이 유령이 되어 그를 괴롭힌다. 물이 아래로 흘러들어 가듯 대보살고개에서 시작된 악행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자기 자신마저 완전한 악으로 물들게 된다. 검귀가 된 그는 마치 해탈하기 위해 살육을 멈추지 못한다. <대보살고개>의 무궁무진한 시각적 창의력은 ‘악의 순환’에 초점을 맞춘다. 엄격한 와이드스크린에 웅장한 대결을 장엄하게 담아낸다. 3부작을 기획했던 탓인지 갑자기 중단되는 결말마저 인상적이다. 




#55 : 죽음의 다섯 손가락 (Five Fingers Of Death·1972) 정창화

한국감독이 만든 홍콩영화가 북미 박스오피스를 처음으로 강타하며 파란을 일으킨다. 불굴의 의지로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복수를 행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통쾌하기 그지없다. 잘 짜인 무술 안무와 더불어 결정적 순간이면 어김없이 배경에 흐르는 퀸시 존스의 <Ironside (1971)>을 무단 사용했으나 사뭇 강렬하다. 

     

이 당시 새로운 액션영화에 대한 도전은 홍콩에서 계속됐는데, 아마도 그 결정판은 <죽음의 다섯 손가락>일 것이다. 왕우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용호투(1970)>가 기존 무협영화의 판타지에서 ‘맨손 대결’의 쾌감으로 옮겨간 권격영화(장철의 《복수(1970)》도 이때 나왔다)의 효시라면 <죽음의 다섯 손가락>은 그 완성이라 할 수 있다. 당시 무협영화의 긴 호흡과 유려한 율동보다 선 굵은 파괴력의 액션이 인상적이었다. 




#54 : 맹룡과강 (Way Of The Dragon·1972) 이소룡

절권도의 창시자, 이소룡은 ‘아뵤!’하는 기합소리를 처음 들으면 조금 웃길지 모르나, 3단 날라치기나 퀘스트 펀치(10초 동안 펀치하는 횟수)가 101회라고 하고, 삶이 무술이었고 무술이 삶이었던 그는 언제나 실전을 강조했다. 이소룡은 제자들에게 도복이 아니라 평상복을 입고 수련하도록 했다. 이렇듯 절권도의 핵심은 에둘러가지 않고 핵심을 공략하는 것이다. 기존의 전통무술이 정해진 틀 안에 안주하며 그 속에서의 경쟁만을 시도했다면 이소룡의 절권도는 과감한 개방성을 통해서 다양한 무술을 받아들이고 그 안의 핵심을 찾으려고 했다. 절권도로 명명된 자신의 무슬을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 무술에 관한 자료는 물론 심리학, 생리학, 철학에 관한 책들까지 가리지 않고 읽었다.     

 

그는 영춘권의 대가 엽문에게 무술을 지도받은 이후 쿵후의 근간 위에 다양한 무술과 교류하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나갔다. 이건 쉬운 것 같지만 어려운 일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안정을 스스로 버린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소룡은 그 불안을 어떠한 형태로든 억누를 수 있는 사람이었다. 태권도의 발차기, 복싱의 스텝 그리고 주짓수의 암바까지 섭렵했다.     


이소룡이 항상 이야기했던 것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빠른 반응속도와 직선공격으로 상대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것이었다. 이것이 중국영화 특유의 과장된 몸짓과 할리우드의 굼뜬 격투 모두를 혁신하며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다. <맹룡과강>은 할리우드로 돌아온 이소룡이 주연, 각본, 감독, 제작, 심지어 음악에서 타악기를 연주한 온전히 이소룡의, 이소룡에 의한, 이소룡을 위한 영화였다. 당시 미국 격투기 챔피언이었던 척 노리스와 콜로세움에서 벌이는 일대일 액션은 전설이 되었다. 준비 자세부터 이소룡과 척 노리스는 미묘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척 노리스는 정권과 발차기를 하지만, 이소룡은 스트레칭에 주력한다. 격투 이전에 몸을 가볍게 풀며 긴장과 이완으로 상대를 교란시키며 격투를 6초 안에 끝낸다는 신념을 예고한다. 실제 그는 실전에서 가라테 유단자를 11초 만에, 중국 무술인은 30초 만에 쓰러뜨렸다. 종합하자면 싸우는 과정 그 자체가 스토리텔링이라는 지금은 상식이 된 혁신이 이때 단행됐다. 




#53 : 슈라유키히메 (Lady Snowblood·1973) 후지타 도시야 

조금 과장하자면 <킬 빌>은 가지 메이코가 출연했던 영화들에 대한 헌정이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핑키 바이올런스’로 불리는 B급 액션영화의 여왕 ‘가지 메이코’의 또 다른 대표작 <여죄수 사소리 701호>(1972)의 주제곡 <여자의 원념> 역시 <킬 빌>의 엔딩곡으로 활용되었다.     


고이케 가즈오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지금 보기엔 팽팽하지 못한 구간이 더러 있지만, 가히 20세기 최고의 복수극이라 할 만큼 굉장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가지 메이코는 남성의 부속물처럼 여성 캐릭터를 배치되던 분위기를 정면에서 거부한 여전사의 1.5세대라 할 수 있다.   




#52 : 생사결 (Duel To The Death·1983) 이형표, 정소동

한중 합작영화로 한국과 일본 무술의 대조, 무(武)를 대하는 태도에서 빚어진 도덕적 논쟁을 탐구한다. 고려와 왜국의 가장 위대한 검객들이 10년에 한 번씩 시합을 갖는 관례에 따라 죽을 때까지 격돌한다. 왜국의 하시모토는 무술에 대한 명예와 경직된 신념을 추구하는데 반해 고려의 강검성은 훨씬 더 인간적이고 분별력 있게 그려진다.     


닌자들이 땅을 뚫고 솟아오르고 하늘을 나는 인간연 편대 같은 상상력이 돋보이는 액션 장면들이 가득하다. 특히 부산 태종대의 자살바위에서 펼쳐지는 하이라이트는 단연 백미다.     




#51 : 자토이치 (座頭市·2003) 기타노 타케시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감독)상

기타노 다케시는 도쿄 아사쿠사에서 코미디쇼를 하던 젊은 시절부터 스승이었던 사이토 치에코의 부탁으로 이 영화에 참여했다. 비록 원해서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맹인검객 ‘자토이치’을 로빈 후드나 홍길동 같은 다크 히어로로 재해석한다. 국민개그맨 비트 타케시다운 코미디 쇼가 펼쳐진다. 이것은 ‘예술영화’가 대중에게 손을 건네고 말을 거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가쓰 신타로의 자토이치는 차별받는 약자의 편이었다면, 기타노 타케시의 자토이치는 유랑하는 자유민으로 역사적 캐릭터를 해체한다. 야쿠자 영화와 가부키, 탭댄스를 도입하여 초현실적인 유머와 악랄한 폭력을 이물감 없이 결합한다. 유쾌하고 즐거운 오락을 제공한다.




#50 : 드래곤볼 슈퍼: 브로리 (Dragon Ball Super: Broly·2018) 나가미네 타츠야 

소년만화의 바이블, <드래곤볼>이라는 걸작을 이야기하고 싶어 최고 흥행작 <슈퍼 브로리>를 빌었다. 일련의 소년만화들 마블코믹스, DC코믹스,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귀멸의 칼날> 모두 무술영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원작자 토리야마 아카라는 영상물의 스턴트 액션에 기초한 시원하고 정교하게 동작의 연속성과 공간감을 매우 잘 살린다. 서유기에 기반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국 무협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철권 시리즈의 제작자인 하라다 카츠히로는 드래곤볼은 '기(氣)'를 시각적으로 묘사한 최초의 작품 중 하나이라며 극찬한 바 있다.




#49 : 유성호접검 (Killer Clan·1976) 초원  

1970년대 무협영화의 집대성, 고룡이 <대부>를 근간으로 쓴 무협추리소설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탄탄한 스토리가 몰입을 높인다. 배신과 배신으로 얽힌 복잡한 세력 구도가 끊임없이 흥미를 자아낸다. 종화, 악화, 곡봉, 정리, 나열, 이수현, 서소강, 능운, 임청하 등 당대 최고의 올스타 배우가 총출동했고, 몽환적 분위기로 미스터리를 강화한다. 참고로 초원 감독은 훗날 <폴리스스토리>의 악당 역을 맡게 된다.   

  



#48 : 쿵푸 팬더 (Kung Fu Panda·2008) 마크 오스본, 존 스티븐슨 

북미는 홍콩 못지않은 무술영화 강국이다. 그러나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무술영화의 문제점은 ‘무(武)’에 대한 이해도가 현격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문화와 정서적 차이가 양키센스 혹은 오리엔탈리즘으로 변질되기 일쑤였다.     


극히 드문 케이스인 <쿵푸팬더>는 할리우드에서 제대로 된 쿵푸영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무예의 단련과정과 선악의 대결구도, 사제지간의 정(情)에 대한 이해는 놀라운 수준이다. 호금전부터 주성치까지 쇼브라더스 쿵푸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대단히 높다. 학권, 당랑권, 호권, 후권, 사권의 동작을 역동적으로 계산했으며,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생동감이 넘친다. 그리고 팬더인 주인공이 만만치 않은 인생사의 고민들 앞에서 스스로가 노력하고 배우는 수련과정에서 유머와 위트가 생성된다. 이 영화가 성인관객에게도 그다지 유치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만화 특유의 과장 속에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재능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를 따뜻하게 보듬아준다.  




#47 : 킥 애스: 영웅의 탄생 (Kick-Ass·2010) 매튜 본 

<킥애스>는 마블 코믹스답지 않게 더 거칠고, 잔인하고, 때로는 지저분하게 달려간다. 선혈이 낭자한 액션을 거침없이 묘사하며, 장철, 쿠엔틴 타란티노, <스파이더맨>, <배트맨>, <스카이 하이>의 결을 가져오는 것을 괘념치 않는다.       


마크 밀러는 '평범한 사람이 돌연 이상한 의상을 입고 범죄에 맞서기로 한다면'는 가정에서 평범한 소년소녀가 영웅이 되는 과정을 코믹스에 담았다. 너드인 데이브(에런 테일러존슨)를 일약 유튜브 스타로 만든 슈퍼히어로 소동의 심리적 여파나 데이먼(니콜라스 케이지)이 아내를 잃은 복수를 하기 위해 딸 민디(클로이 모레츠)를 살인병기로 훈련시키는 장면은 쇼브라더스 쿵푸영화랑 판박이다.




#46 : 엽문 (葉問·2008) 엽위신

1930년대를 배경으로 이소룡의 사부로 유명한 영춘권의 고수 엽문이 중일전쟁으로 고초를 겪는다. 영화 중반부터 항일의식을 내비치기 시작하면서 <정무문>이나 임권택의 <장군의 아들>과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공수도장에서 벌이는 10대 1 대련 장면은 격투 시퀀스 역사상 기념비적인 장면이다.   

  

미우라와의 최종 결전은 견자단의 무술 솜씨가 극한으로 발휘된다. 기관총 속사처럼 얼굴과 가슴에 날아드는 펀치 세례와 다리를 상대의 허점에 꽂히는 킥은 A학점짜리다. 그런데 음악감독 가와이 겐지가 참여한 점이 역설적이다. 무술감독 홍금보는 거칠고 압도적인 타격감의 근거리 권법에 주안점을 두고 액션을 짰다.

   



#45 : 시대극 3부작 (Samurai Trilogy·2002-6) 야마다 요지

황혼의 사무라이》, 《숨겨진 검 오니노츠메》, 《무사의 체통》을 완성한 야마다 요지는 “사무라이가 아침에 일어나서 어떻게 세수하는지, 뭘 먹고, 뭘 입는지 하는 그런 것들. 사무라이의 진짜 생활을 그리고 싶었다.”라고 한다. 무사도(武士道)라는 거창한 명예를 벗어던지고 하급 사무라이의 생활상을 있는 그대로 전시한다. 검술 고증도 과장된 액션 없이 표현해서 가장 인간적인 사무라이 영화라는 평을 들었다.




#44 : 심야의 결투 (Golden Swallow·1968) 장철 

<심야의 결투>는 장철영화에서 보이는 극단적인 폭력 묘사와 비장미가 최초로 확인되는 작품으로 의미가 깊다. 원래 〈심야의 결투〉는 호금전의 <대취협>을 모태로 한 연작이다. 호금전이 쇼브라더스를 떠나게 되자 프로젝트는 장철에게 넘어왔다. 주인공인 ‘금연자(정패패)’를 사모하는 ‘소붕(왕우)’를 중심으로 각색이 이뤄져 두 배우는 촬영장에서 으르렁되기 일쑤였다.

     

장철은 일본 로케이션을 통해 협곡, 벌판을 배경으로 말을 타고 달리는 냉혹한 반영웅을 카메라에 담는다. 들고 찍기와 다양한 앵글, 사이즈로 연출된 액션 장면은 관객들을 액션이 벌어지는 현장으로 초대한다. 소봉은 1950년대 이후 서부극에서 발견되는 복수심에 불타는 현상금사냥꾼의 풍모와 닮았다. 또 <심야의 결투>는 일본영화 〈할복〉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했다. 




#43 : 대취협 (Come Drink With Me·1966) 호금전

<대취협>은 호금전의 공이 크지만, ‘여전사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금연자’ 역의 정패패도 빼놓을 수 없다. 왜소한 체격의 그녀는 갈대처럼 휘어지는 우아한 몸짓으로 적들을 제압하는 그 모습이 탄성을 자아낸다. 그녀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두 자루의 단검은, 장검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를 위해 호금전이 직접 고안한 것이다. 


어릴 적부터 발레는 배웠지만, 무술을 따로 익힌 적이 없던 그녀를 캐스팅한 것은 그 특유의 우아함과 유연함 때문이었다. 이 결정은 머지않아 액션 영화를 바꾼 분기점이 되었다. 




#42 : 도화선 (Flash Point·2007)/살파랑 (Kill Zone – SPL·2005) 엽위신  

견자단은 이소룡-성룡-이연걸의 계보를 잇는 중화권 액션 영화계의 최후의 보루이다. 두 작품에서 ‘마형사’로 분한 견자단은 인터뷰대로 무협사극보다 현대 경찰영화에 애착을 드러낸다.   

    

실전을 중시했던 이소룡의 철학대로 견자단은 액션의 난이도와 강도는 물론 창의적 동작 설계에서 ‘종합 격투기’ MMA(Mixed Martial Arts) 스타일을 지향한다. <도화선>에서 그래플링 기술 예를 들면 락 업을 취하는데서 확인할 수 있다. <살파랑>에서 접을 수 있는 지휘봉으로 칼을 든 오경을 제압하는 장면은 현대 홍콩액션이 보여줄 수 최대치일 것이다. 




#41 : 영웅 : 천하의 시작 (Hero·2002) 장예모 

베를린 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 상

장예모는 <와호장룡>이 이룬 영화사적 쾌거에 고무되었다. 이안이 호금전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낸 반면에 장예모는 <라쇼몽>이나 <시민 케인>적인 장치를 취했다. ‘무명(이연걸)’의 무용담과 그 이야기 속에 숨겨진 거짓을 논파하는 ‘영정(진도명)’의 서로 다른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액자식 구성이 중요하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동양화의 화론(畵論)을 통해 그 의미를 부여받는다. 무명이 들려주는 격렬한 질투는 온통 붉은색으로 뒤덮여 있으며 영정이 상상하는 희생의 테마는 푸른색으로, 파검과 비설이 옛이야기를 회상하는 것은 녹색으로, 진실된 사랑은 흰색으로, 그리고 패권을 거머쥔 진나라는 온통 검은빛으로 통일했다. 과장된 양식화를 통해 심리적 현실을 시각적으로 표출하려고 한다.      


그런데 차이나(China)의 어원이 진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영웅>의 진정한 주인공이 ‘파검(양조위)‘라는 감독의 말에서 영화의 메시지가 귄위적이고 공격적인 이데올로기로 연결된다. 영화는 파검의 입을 빌려 진시황이 침략자에다 나라를 무너뜨린 원수일망정 그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설득한다. 만백성을 위해 난세를 안정시키려면 진왕이 통일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중화주의에 대한 나르시시즘일 수도 있고, 중국공산당이 통합, 진보라는 명분 아래에 인권을 유린하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하늘을 찌르는 자국 정신문명에 대한 자부심은 오늘날 오만방자한 행보를 거듭하는 중국인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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