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Series Ranked
월터 힐이 제작을 맡고 리들리 스콧이 연출한 〈에이리언〉은 SF 장르의 혁명을 일으켰고, 우주 공포 프랜차이즈를 열였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영화사상 가장 성공적인 SF호러 시리즈로 손꼽힌다. 속편들 역시 전편의 틀을 벗어나 각기 독특한 스타일과 비주얼을 선보여 팬들을 열광시켰다.
시리즈 넘버링이 특이한 프랜차이즈인데, 1편은 《Alien》, 2편은 복수형으로 《Aliens》, 3편은 최초로 숫자를 (그것도 세제곱 형식으로) 붙여서 《Alien3》, 4편은 숫자를 다시 떼버리고 부제를 붙여서 《Alien: Resurrection》, 프리퀄 시리즈는 《Prometheus》와 《Alien: Covenant》, 《Alien: Romulus》 로 종교적 모티브를 붙였다.
100분 내에 팬들이 보고 싶은 것을 제공하려면 〈에이리언 vs. 프레데터〉는 애초에 호러극이 아닌 황당무계한 액션 활극이 될 수밖에 없었다. 1편이 참패하자 제작진은 〈에이리언〉과 〈프레데터〉를 그토록 유명하게 만든 것은 치밀한 심리 호러적 요소와 그로 인해 파생된 다양한 상징성이라는 점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스트로즈 형제는 아예 슬래셔 호러로 방향을 잡고, 임산부와 어린이마저 무참히 도륙하며 클리셰를 깼다면 흡족해한다.
두 종족의 생태학적 특성을 반영하는 노력 외에 존재하지 않는 줄거리, 제대로 고안되지 않은 2차원 캐릭터를 제공하며, 조명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추측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만든다. 괴수의 신비로운 공포감을 강조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단순히 예산을 절약하고 형편없는 화면은 숨기기 위해서인지 그 의도가 불분명하다.
고질라의 유산 덕분에〈에이리언 vs. 프레데터〉를 다룬 다크호스 코믹스가 1989년에 출간된다. 이를 바탕으로 한 게임이 인기를 끌자 20세기 폭스는 PG-13 크로스오버를 승인했다. 드림 매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인간 캐릭터를 등장시키지만, 이들은 ‘리플리’나 ‘더치(아놀드 슈워제네거)’같은 확고한 개성이 부여되지 않았다. 얄팍한 인간캐릭터들을 영웅으로 만들려고 시도하는 순간 〈에이리언〉과 〈프레데터〉를 그토록 유명하게 만든 특별함은 증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사들의 성인식, 1904년 남극 포경기지 혹은 아즈텍, 이집트, 캄보디아 고대 문명과 연결 지은 아이디어는 〈프레이〉가 탄생하는 데 일조했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비평이 분열되어 잇을 뿐 아니라 영화 자체가 어떤 영화가 되고 싶은지조차 결정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커버넌트〉는 인지 부조화에 시달린다. 스타일적으로는 여러모로 1편의 외양과 호러, 구조를 따르고자 노력했다. 액션은 2편에서 가져왔지만, 만듦새는 거장답게 탄탄하다. 반면 내적으로는 에이리언의 탄생이라기보다는 인공지능 ‘데이비드 8’의 내면에 집중한다. 창조자와 피조물의 화두는 웅장하게 던지지만, 그 답변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제노모프 탄생에 관련된 비밀이 밝혀질수록 밋밋해지지는 이유는, 스콧이 그토록 분명히 탐구하고 싶어 하는 철학적 창조 신화와 〈프로메테우스〉 이후 요구했던 공포로의 복귀 사이에서 엉거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피에르 주네가 추구해온 ‘이종교배’의 모티브를 프랜차이즈에 이식한다. 전편에서 장렬하게 전사했던 리플리를 유전자 배양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녀는 웨이랜드 유타니의 물신주의 덕택에 제노모프와 재대결하게 된다. 인간의 DNA로 자궁으로 뉴본 에이리언을 낳는다.
주네 특유의 갑작스러운 달리 샷, 광각 앵글, 몽환적인 색감과 음울한 화면 명암으로 대표되는 그로테스크한 비주얼, 변종에 대한 괴이한 연민, 극의 전개를 위해 포기한 핍진성과 개연성 등 감독의 스타일에의 고집이 너무 강해 시리즈의 정통성을 훼손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시리즈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이지만, 4번째 에이리언 영화는 건강한 진보성을 갖고 앞으로 나아간다. 창조신화에 비유한 ‘리플리와 제노모프의 이종교배’가 가져온 육종학(育種學)적 호러는 매우 혁신적이고 매혹적이다.
안타깝게도 스튜디오의 간섭과 제한된 예산으로 3편은 궤도에서 벗어났다. 핀처는 촬영장에서 제대로 된 대본도 없이 촉박한 제작기한을 맞춰야했다. 촬영감독은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후 해고되었고, 기껏 완성해놓은 결말은 폐기됐다. 이 영화가 말이 되는 것이 기적인 셈이다. 개봉 후 묵시록적 비전과 신선한 패쇄 공포증을 관객에게 선사했으나 모두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는 아니었다.
〈에이리언3〉는 시리즈의 정신을 위배한 이단(異端)으로 여겨졌으나, 세월이 흘러 에이리언 형식에 대한 색다른 해석으로 받아들여졌다. 2012년 Assembly Cut이 공개되면서부터였다. 유배지 행성은 프랜차이즈가 지향하던 최첨단의 기술사회를 탈피해 원시 공동체로 회귀한다. 이곳 죄수들에게 제노모프는 지옥에서 온 악마 같은 존재이며, 유일하게 에이리언의 정체를 알고 있는 리플리는 그들은 구원하러온 메시아로써 죄수들을 인도한다. 신은 무고한 인간에게 왜 고통을 주는지에 대한 핀처의 물음은 에일리언 신화를 더욱 새로운 단계로 진입시켰다.
〈로물루스〉는 한마디로 시리즈에서 최고의 요소들을 가져온 모음집이다. 〈에이리언 1〉의 호러와 〈에이리언 2〉의 액션을 가져와 작정하고 만든 팬무비다. 프랜차이즈의 전통에 충실하지만 상투적이지 않았다. 우주라는 공간을 섬세하게 다뤘다. '르네상스 우주정거장'에 도킹과 해제, 그리고 충돌, 인공 중력의 발생 등을 상세하게 다뤄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각인시킨다. 또 大를 위해 小를 희생하는 트롤리 딜레마를 통해 악덕기업 웨이랜드 유타니의 착취를 구체화한다.
기생체인 '페이스허거'에서 '제노모프'로 성장하는 생태 묘사가 그럴싸하다. 로몰루스와 레무스 이야기를 남매로 치환해서 그 신화를 뒤집는다. 하지만 지나친 추억팔이와 심히 빈약한 논리에 종종 발목이 잡힌다. 특히 3막의 바디 호러는 팬들 사이에 갑론을박을 벌어질 것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역사상 〈프로메테우스〉만큼 설왕설래가 오갔던 영화도 드물 것이다. 에일리언 유니버스의 프리퀄을 넘어선 인류의 기원을 다룬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는 소식에 많은 기대케 했다.
'도대체 Lv-426에 있던 우주선과 그 안에 있던 스페이스 자키의 정체는 무엇인가'로 출발한 영화는 에리히 폰 데니켄의 외계인 문명 전파설으로 귀결된다. 〈프로메테우스〉의 창조신화는 신의 부재와 인생의 목적에 대한 진지하고도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장인이 세공한 시각적 경이로움은 우주가 쏟아져 들어오는 듯한 기분을 즐길 수 있다.
〈에이리언〉의 DNA에서 진화한 대담하고 철학적인 사유이지만, 그 존재의 의미에 대한 해설은 없고 자신의 발명품에 의해 제거된 창조자의 유골만 덩그러니 전시되어 있다.
아카데미 시각효과·음향편집상
모든 에이리언 영화를 좋아하지만 처음 두 작품은 어나 더 레벨이다. 프랜차이즈 최고작이 1편이냐 2편이냐는 많은 논쟁이 있으며, 양측 모두 각자의 담론을 갖고 있다. 궁극적으로, 그것은 선호의 문제다.
제임스 카메론은 1편의 분위기를 계승하면서도 동시에 전혀 다른 스타일을 지닌 속편을 만들기 위해, 여성주의(페미니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H.R. 기거의 상징적인 디자인’을 상속받는다. 제작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고니 위버를 다시 복귀시켰다. 전편과 차별화된 작품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로 베트남 전쟁에서 착안한 밀리터리 SF 액션으로 장르노선을 갈아탄다.
〈에이리언 2〉의 유일한 오점은 인간의 병기로 대처가 가능해지면서 SF호러에서 절대적인 위용을 자랑하던 궁극의 유기체는 단번에 일개의 괴수로 그 지위가 추락시킨 점이다. 즉, 제노모프의 행동반경을 관객이 계산할 수 있는 범위로 몰아넣었다. 데이비드 핀처와 장 피에르 주네의 속편은 더 이상 호기심을 자아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시리즈를 놓을 수 없었던 20세기 폭스는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제작을 결정하자 5편을 준비 중이던 카메론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프로젝트에서 하차했다.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프랑켄슈타인〉을 제외하고는 〈에이리언〉이 등장하기 전에 아무도 SF 공포 장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각본가이자 제작자인 로널드 슈셋이 내놓은 ‘괴물이 인간의 몸 안에 알을 낳고 부화한 새끼가 배에서 튀어 나온다’는 의견을 내놓자 댄 오배넌이 이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각본을 새로 쓴 뒤 제목을 〈에이리언〉으로 바꿨다.
리들리 스콧이 스위스의 초현실주의 화가 H. R. 기거의 화집 〈네크로노미콘〉을 본 순간 ‘바로 이 괴물이야!’라고 외쳤고, 그렇게 완성된 제노모프가 스크린에 데뷔했다. 논리가 철저히 배제된 황량한 드라마는 유기적인 방식으로 변신을 거듭하다.
〈에이리언〉은 악몽처럼 점점 변화하지만, 현실 감각을 잃지 않는다. 캐릭터가 한 세트피스에서 다음 세트피스로 이동할 때, 조명과 질감의 변형을 통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공지한다. 승무원을 하나씩 제거할 때마다 괴물은 페이스 허거에서 성체로 더욱 무서운 형태로 진화해나간다. 평범한 조연 캐릭터로 출발한 앨런 리플리(시고니 위버) 역시 제노모프와 대적하며 여전사로 각성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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