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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n 18. 2024

몽키맨*힌두트바에 정조준

《Monkey Man·2024》노 스포 리뷰

[줄거리] 잔혹한 과거의 잔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키드’(데브 파텔)는 자신의 가족을 몰살한 경찰청장 ‘라나 싱’(시칸다르 케르)에 복수하기 위해 인생을 바친 복수를 계획하지만, 순간의 실수로 물거품이 된다. 복수에 실패해 경찰에 쫓기는 신세된 ‘키드’는 치명상을 입고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지만, 비밀스러운 조력자 ‘히즈라’들의 도움으로, 힘의 신 ‘몽키맨’으로 다시 태어난다.


데브 파텔의 데뷔작은 가족의 복수를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이 간단한 줄거리에 기업가, 종교인, 정치인이 결탁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서 정치적 서브텍스트가 많이 발견된다. 그중 상당 부분은 트랜스젠더 집단인 히즈라(hijras)와 관련된 서브플롯에서 비롯된다. 카스트제도가 존재하는 인도 사회에서 가장 핍박받는 계층을 조력자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 매우 특별하다.


왜냐하면 《몽키맨》은 힌두 신앙에서 가장 신실한 신자를 대표하는 하누만의 이미지를 빌려왔기 때문이다. 종교가 인도인의 삶 그 자체인 나라에서 주인공을 힌두교 제1신자로 설정한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만약 무슬림으로 설정했다면 종교 분쟁으로 번지고, 무교는 인도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힌두교도가 같은 힌두교 근본주의자를 처벌하는 복수극은 인도에 뿌리 깊은 빈부격차와 불평등한 카스트제도, 소수 종교 탄압, 민주주의의 후퇴를 바로 잡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크고, 존경받는 영적 지도자인 ‘바바 샤크티(마카란드 데쉬판데)’가 최종 빌런인 것에서 힌두교 보수·우파세력이 인도의 민족 및 종교 갈등을 심화시켜 선거에서 유리한 정치적 지형을 만드는 것을 겨냥하고 있다. 《몽키맨》은 모디 정부에 반대하는 실제 정치 시위 영상을 사용해서 ‘힌두트바(힌두교 근본주의)’를 내세우는 현 정권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의 인도 인민당은 힌두트바를 내세우며, ‘소 자경단’ 같은 단체가 다른 종교인들을 탄압하는 것을 묵인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액션의 측면에서 존 윅과는 결이 다르다. 조명이나 총격전에서 아이디어를 모방했지만, 촬영과 편집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존 윅은 픽스 샷인데 이 작품은 쉐이키 캠이 주를 이룬다. 오히려 이소룡의 〈당산대형〉, 인도네시아 영화 〈레이드〉, 한국영화 〈악녀〉, 〈아저씨〉, 〈올드보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주인공이 부상을 입고, 조력자에 의해 회복하고 훈련을 통해 더욱 강해지는 것은 무협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훈련과정에서 촘촘한 전사(백스토리)가 펼쳐지고 앞서 말했던 정치적 텍스트가 짙게 배어온다. 


★★★ (3.2/5.0) 


Good : 힌두트바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

Caution : 인도 사회에 해박할수록 흥미진진함

 

●모디 정권이 들어선 이래로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심지어는 공개행사에선 무슬림을 죽이자라는 선동적 발언까지 나왔다.


■하누만은 인도 신화에서 등장하는 원숭이 영웅. 힌두교의 대서사시 《라마야나(라마의 모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라마야나에서 보인 맹활약과 비슈누의 화신 라마에게 바친 충성 덕분에 모범적인 신자, 즉 라마(신)에 대한 헌신의 표상으로 여겨진다. 힌두 문화권에서 신에 대한 헌신을 강조하던 박티(Bhakti) 운동이 성행하던 시절 하누만은 박티를 실천하는 이에게 인기가 많았다. 물론 현재도 대중적이다. 박티란 제례를 하지 않거나 높은 신분이 아니어도 신에게 사랑과 헌신을 바치기만 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는 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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