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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n 26. 2024

핸섬가이즈*한국형 스플래터 코미디

《Handsome Guys·2024》노 스포 후기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의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가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 온 날, 지하실에 봉인됐던 악령이 깨어나며 벌어지는 공포 코미디 영화다. 


2010년에 개봉한 캐나다 영화 〈터커 & 데일 vs 이블〉의 리메이크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블 데드〉가 연상되는 작품이다. 살해 장면에서 어이가 없을 정도로 피와 살이 과장되게 팍팍 튀어서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는 점에서 《핸섬가이즈》은 스플래터로 분류해야 될 듯 싶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 것”

잘생긴(?) 덕분에 미나(공승연), 최 소장(박지환), 남 순경(이규형) 등으로부터 오해와 의심받는 모습에서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한 한국 사회를 비판한다. 캐릭터 설계도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겉모습은 상남자이지만, 내면은 소녀소녀한 상구와 청순한 여대생이지만 걸쭉한 육두문자를 내뿜는 미나(공승연) 간의 썸은 재필의 질투를 불러일으킨다. 


외모에서 비롯된 오해가 재앙으로 이어지는, 간단하면서도 극단적인 설정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하는 데에는 배우들의 공이 컸다. 이성민과 이희준, 공승연, 박지환, 이규형 그리고 우현의 앙상블이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생 무리(장동주, 김도훈, 빈찬욱, 박정화, 강기둥)는 더는 설명하지 않겠다.


용감한(?) 후반부의 각색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며 든 생각은, NEW가 이런 비주류 장르에 투자하고, 신인 감독이 자신의 관(觀)을 밀어붙이는 뚝심에 반했다. 재필과 상구의 새집 지하실에 악령이 봉인됐다는 설정을 통해 원작의 그늘에서 벗어난다. 악령이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중반부터 의도치 않게 ‘사고사’가 점층적으로 일어난다.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우스꽝스럽고 익살스럽게 연출되어서 등장인물이 퇴장한다. 원작보다 잔인함의 수위를 낮췄다.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내는 입장이지만, 아쉬운 대목도 있다. 오컬트가 등장하면서 재필과 상구가 ‘저게 뭐꼬’를 내뱉으며 당혹감만 표출하는 방식으로 일관한다. 인물도 연출도 상황도 조금 더 냉철하게 가져갔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진지한 캐릭터들이 어찌해 볼 수 없는 불가해한 상황으로 몰아넣어 웃음과 공포를 주는 방식도 고려해봤다면 영화의 호불호를 줄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신선한 스플래터 묘사가 많았지만, 〈13일의 금요일〉, 〈나홀로 집에〉, 〈킹스맨〉, 〈텍사스 전기톱학살〉에서 가져온 힌트들이 눈에 띄어서 《핸섬가이즈》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궁리하게 한다. 


해외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경우, 한국적 배경과 특성을 고려하는 현지화(localization)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다. 코미디 장르의 경우, 각 나라마다의 웃음 코드가 다르기 때문에 문화적 특성을 더더욱 중요하다. 오컬트도 ‘전설의 고향’ 같은 민간 설화나 지역 전설을 섞었다면 더욱 한국적인 작품이 완성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거나 실험정신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남동협 감독과 제작사 NEW의 과감한 선택이 좋은 결과가 있기를 응원한다.


★★★ (3.1/5.0) 


Good :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 것

Caution : 원작보다 순한 맛이지만 잔인함 


●한국은 공포 코미디의 불모지로 〈조용한 가족〉, 〈시실리2km〉, 〈오싹한 연애〉 정도가 성공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도 이 대열에 합류했으면 좋겠다.


■NEW는 리메이크 작품인 〈내 아내의 모든 것〉, 〈감시자들〉, 〈독전〉로 흥했는데, 올해는 〈소울메이트〉, 〈설계자〉로 망테크를 탔었다. 이 작품이 반전을 일으켜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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