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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Oct 16. 2024

구룡성채:무법지대*현대판 무협지

Twilight Of The Warriors: Walled In 후기

열두도, AV, 신이, 진락군 (좌측부터)

《구룡성채:무법지대》는 유얼의 소설 《九龙城寨》 및 앤디 세토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1980년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 된 홍콩에 수많은 화교들이 해외로부터 흘러들어와 사회 경제적으로 혼란해졌다. 난민신세의 ‘진락군(임봉)’은 미스터 빅(홍금보)과 킹(오윤룡)이 주최하는 무술시합에서 승리하지만, 상금을 받지 못해 그의 아지트에서 보따리를 훔쳐 구룡성채로 달아난다.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사이클론’(고천락)의 비호 아래 신이(유준겸), AV(장명요), 열두도(호자동)와 동고동락하며 친해진다. 한편 구룡성채의 소유주인 딕 차우(임현제)와 악연이 밝혀지며 악당들의 위협은 점점 거세진다. 


고천락, 곽부성 모두 무술을 못하지만, 안무와 촬영이 정교해서 티가 안 난다.

정 바오루이 감독은 홍콩을 상징하는 고층 슬럼가이자 홍콩 양대 마굴(충킹맨션) 중 하나를 무대로 골랐다. 1993년에 철거되어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이곳이 철거된 배경은 영국이 중국에 반환하기로 결정되면서 체제선전에 빌미가 될까봐서 얼른 주민들에게 보상하고 공원으로 조성됐다. 역사적 배경에서 알 수 있듯이 영국을 통해 세계를 호령하던 80년대 홍콩영화를 그리워하는 향수가 짙게 배어있다. 당시 경제발전이 상당했고, 본토와 동남아시아 화교들이 홍콩으로 불법 입국하는 장면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구룡성채의 외관은 CG로 재현했지만, 그 내부는 영화인의 수공업 장인정신이 배어있다. 배선, 하수구, 배수구, 빨래줄, 노점상점이 모두 노출된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최대 높이 14층의 고층 슬럼 풍경은 세계 어디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정취를 풍긴다. 영화의 1막은 주인공이 구룡성채에 정착하며 주민들과 친해지는 과정을 그린다. 2막에서 인물 간의 인연이 밝혀지며 갈등이 심화되고, 3막에서 무협지다운 대혈투가 벌어진다. 엔딩 크레딧에 오래전에 사라진 구룡성채의 생활방식에 작별 인사를 건넨다.


싸움이 벌어지며, 생활도구들이 전부 무기가 된다. 대걸레, 주방 기구가 병장기처럼 활용되며, 장철 영화처럼 도검술, 창술, 봉술이 펼쳐진다. 빼곡한 건물과 옆 건물 사이의 좁은 틈바구니에서 아찔하게 대적하다가 잘못하면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아슬아슬하다. 성룡영화만큼 지형지물을 잘 활용하지 않지만, 좁은 구룡성채의 구조 때문에 배우들의 파쿠르 동작이 아찔함을 자아낸다. 선명하게 액션의 인과관계가 보이고, 박진감 넘치면서도 가시성이 좋아 보기 편하다.


할리우드나 한국영화에서 무술동작이 엉성한 것을 가리기 위해 카메라트릭을 많이 구사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넓게 동작 하나하나 어떻게 행해지고, 어떤 식으로 치고받는 지를 자세히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속도감을 잃지 않는다. 빠른데 정확도도 놓치지 않는다. MMA(종합격투기)의 실전성도 가미하면서 전통 무협의 과장된 와이어액션도 빼먹지 않는다. 쿵푸, 영춘권 외에 태권도와 가라데의 발차기, 유도의 테이크다운, 칼리의 쌍검술 등 다양한 무술을 활용해 서 볼거리도 풍성하다. 스턴트 코디네이터인 타니가키 켄지는 《블레이드 II》때부터 세계적인 무술감독이었지만, 홍가반(홍금보 스턴트팀)과 함께한 이번 영화에서도 수준 높은 격투장면을 완성했다. 72세의 홍금보도 그 연세에 아직도 무술을 하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한가지 유의할 점은 무협액션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에 허풍과 과장이 심하다는 점이다.


영화가 반가웠던 점은 홍콩영화의 전통을 잘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원류에는 '장철'을 거론해야겠다. 계단 장면과 병장기의 활용에서 장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오토바이를 이용해 발차기처럼 구사할 때는 그 창의적인 계승이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사나이끼리의 진한 의리와 우정이 4인방이 최종보스를 상대할 때 진한 감동을 준다. 액션을 하기 이전에 드라마가 잘 축조된 덕분이다. 인물들의 다양한 사연과 관계가 시대적 배경과 절묘하게 포개져서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목에 ‘황혼’이 들어간 것 같다.


★★★★ (3.9/5.0) 


Good : 오랜만에 볼만한 홍콩 영화

Caution : 현대판 무협지라서 과장이 심하다.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성공했다. 역대 홍콩영화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고, 제77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었으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영화" 부문에 홍콩을 대표하여 출품되었다.


●원래 오우삼과 두기봉이 공동으로 감독을 맡아 2000년부터 제작이 진행되던 프로젝트였다. 주윤발, 유덕화, 양조위, 원영의, 유청운, 황추생, 손홍뢰, 장징추가 주요 배역을 맡고, 니콜라스 케이지, 제임스 맥어보이, 장동건, 리빙빙, 이보전, 장풍의가 특별출연하기로 논의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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