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Arirang 후기*앨범형 아티스트로 전환

by TERU

군 복무와 솔로 활동으로 4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 《Arirang》으로 국위선양과 외화벌이에 나선다. 2010년대부터 대중화된 얼터너티브 팝 'Swim'을 첫 싱글를 선정한 까닭부터 궁금하다. 민요 '아리랑'로 대표되는 한국적 정서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유행한 트랩(남부 힙합에 기반한 랩 장르)과 얼터너티브 팝을 음반의 뿌리로 삼았다. 일단 수록곡부터 가볍게 살펴보자!


디플로와 라이언 테더가 프로듀싱한 "Body to Body"는 한국 문화사적 의미를 가장 함유했다. 코다 부분에 '아리랑' 민요 후렴구를 주선율 뒤에 배치함으로써 공간감을 더욱 풍성하고 한국적으로 처리했다. 우렁찬 "Hooligan"은 요즘 유행하는 현악과 808 베이스의 충돌 아래 랩 라인(제이홉, 슈가, RM)이 마음껏 뛰어노는 랩 송이다. 마이크 윌 메이드 잇(Mike WiLL Made-It)이 맡은 싱잉 랩 "Aliens"는 가장 침울한 분위기로 몰아넣고 이방인 취급하는 트럼피즘을 경계한다. 가사에 김구 선생님이 살짝 언급된다.


디플로(Diplo)와 플룸(Flume), 래퍼 제이펙마피아(JPEGMAFIA)가 주조한 "FYA"은 앨범에서 가장 클럽친화적이다. K팝의 클리셰가 완전히 탈색된 저지 클럽 곡이다. "2.0"은 마이크 윌 메이드 잇(Mike WiLL Made-It)의 장기(변칙적인 트랩 비트)가 잘 발휘된 곡으로 미국 팝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두 곡은 제이홉의 솔로 활동의 연장선같이 들린다.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트랙인 'No. 29'는 앨범 제목'Arirang'에 가장 부합하는 한국적인 순간을 재차 환기시킨다. 자연스럽게 미디엄 템포의 'SWIM'로 전환되며, 그 밋밋한 벌스를 넘어 라이언 테더가 매만진 탑 라인에서 앨범의 후반부를 예견한다. 케빈 파커(테임 임팔라의 리더)가 만든 "Merry Go Round"는 테임 임펠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퀄리티를 선사한다. "NORMAL"도 앞선 곡처럼 고통을 이야기하며 멜랑콜리한 정서의 앨범 정체성을 또 한번 강조한다. 그리고 디플로(Diplo)가 주도한 후반부는 노스탤지어로 가득하다. 샌프란시스코의 음악적 전통을 계승한 "Like Animals"에서 우리 가요에서 찾기 힘든 몽환적인 화성학의 운동을 벌인다. 트랩 비트의 "They don'm 'know about us"는 자신들에 대한 시기와 질투에 현명하게 답한다. 90년대 하우스 "One More Night"는 오르간 사용이 반전처럼 귀에 꽂힌다. 싱잉 랩이 많은 앨범에서 가장 90년대 R&B를 표방하는 "Please"는 신스와 기타(Mk.gee) 편곡만 요즘 스타일로 연주되었다. 팬 송인 "Into the Sun"은 프랭크 오션이 개척한 방법론을 BTS식으로 재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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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하자면 앨범의 아이디어는 깔끔하게 정리가 되지 않았다. 앨범의 초반부는 우리나라 문화유산이 살짝 언급되는 수준이지, 중반부부터는 얼터너티브 팝과 싱잉 랩의 유산을 충실히 계승하고, 후반부에는 그들이 즐겨들었던 음악(특히 90년대)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을 드러낸다. "Body to Body" 외에는 서부 힙합과 히피 록에 대한 동경이 짙게 드러난다. 로스엔젤레스에서 녹음된 것도 연관이 있을 듯 싶다.


㉠앨범형 아티스트로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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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rang》은 ‘Dynamite’와 ‘Butter’ 같은 싱글 히트에 큰 관심이 없다. 히트곡 양산보다 앨범형 아티스트, 궁극적으로 공연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선택을 한 거다. 전통 문화를 이야기하지만 수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팝에 대한 동경과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그리고 서구의 인정을 갈구하는 모순된 느낌을 준다.


RM의 2집 〈Right Place, Wrong Person〉 혹은 제니의 〈Ruby〉의 제작 방식과 유사하다. 디플로가 참여한 것에서 그러하다. 비한국인 프로듀서와 작곡가가 담당한 부분이 많았다는 점도 닮았다. 탑라인(멜로디)조차 가요적 특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테일러 스위프트나 비욘세처럼 송캠프에서 곡을 구매한 방식을 사용했다. 아티스트들이 창작에 열을 쏟기보다는 더 많이 더 자주 공연을 하는 것이 더 금전적으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학교〉, 〈화양연화〉, 〈Love Your Self〉, 〈Map Of The Soul〉처럼 자유롭게 음악을 하던 활기를 잃어버렸다. 특히 가사 측면에서 그 어떠한 번뜩임도 없다. 성숙하게 보이고 싶지만 공허한 우울함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보컬 하모니가 전혀 멤버들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만들어지다 보니까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


어쨌건 《Arirang》은 보편적 문법과 정교한 프로덕션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한다는 하이브의 전략 상품이다. 배드 버니, 로살리나, 나이지리아, 남아공 아티스트들의 연이은 성공(케데헌도 포함)을 보고 ‘정체성 기반 콘텐츠’로 나아가고 싶어 한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문학성으로 바이럴 마케팅을 세련되게 포장했고, 켄드릭 라마가 게토 문화, 역사, 지역색을 인종문제 같은 화두를 던지며 자신만의 서사로 활용한 예가 있지 않은가 말이다. K팝의 AR(음반 기획)에서 인문학적 해석이 중요하게 된 시대를 전환했다. 《Arirang》의 성과라면 그것 하나다.


냉정하게 앨범은 투어를 돌기 위한 명분이며, 새로운 굿즈를 출시하기 위한 구실일 따름이다. 블랙핑크처럼 멤버별로 각자 기획사를 차리고 독립한 상태에서 투어만 함께 도는 사업 모델을 벌써 구상했을지도 모른다. 10년 넘게 아미로 살아온 팬의 한사람으로써 완전체로 꾸준히 활동해주길 염원한다.


★★★ (3.0/5.0)


Good : 팝 앨범으로는 별 셋

Caution : K팝 음반으로는 별 둘


■'BTS, 세상에서 가장 혹사당하는 백만장자'- 더 타임스 (2022)


방탄소년단이 수백만 장을 파는 가수라는 기사는 봤지만, 그들의 노래조차 모르는 대중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왜냐하면 실물 음반 시장이 줄어들어 리패키지, 랜덤 포토카드, 팬사인회 응모권 등을 동봉하여 팬덤만 소비하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물을 내놓아도 퀄리티와 상관없이 사주는 충성 팬덤으로 인해 질적인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덕질 즉 위버스, 버블 같은 소통 플랫폼을 통한 구독 서비스, 4만원짜리 응원봉을 구매하는 거는 10대의 용돈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회사와 부모는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진출을 노리기 위해 영어 가사와 해외 작곡가를 택했다. 그 결과가 차트에 한국 노래도 아니고 미국 노래도 아닌 상품들이 계속 출시되는 것이다.


모름지기 아이돌은 학업을 포기하고 연습생 트레이닝에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뜬다는 보장은 없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빠르게 투자대비 비용을 보전하고자 아티스트의 장기적 성장을 도모하지 않는다. 바이럴 마케팅이 집중해서 음원을 차트인시키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뿐 국민가요는 탄생하지 않는다. 팬덤 장사를 할 수 있는 5-7년 정도만 계약하고 살인적인 스케줄을 돌린다. 블랙핑크,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같이 해외 투어를 할 수준이 되지 않으면 미련없이 해체시킨다. 그것이 더 타임스가 본 K팝 산업의 현실이다. 한국 기획사들이 해외 레이블들에게 K팝 시스템의 수익성을 홍보했으나 피프티 피프티, 민희진, 뉴진스 사태를 지켜보면서 리스크를 깨닫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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