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ICA Evaluation: Field Research
2023년에 들어서 석사를 졸업하고, 평가보조원으로서의 업무가 시작되었습니다. 대학원을 들어오면서 가장 참여하고 싶었던 사업 중 하나가 평가사업이었습니다. 코이카 지역개발 종료평가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댓값이 무너졌을 재작년 때의 설움을 올해 와서 드디어 풀었습니다. 그 당시 평가팀 구성으로는 그 과업을 절대 수행 못했을 거라는 것을 알지만 그때 꿈에 그리던 개발협력 평가에 발이라도 담가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아쉬움이 더더욱 컸었습니다.
금번 평가팀은 굉장히 잘 구성된 팀입니다. 실무진 대부분이 KOICA 3-4급 전문가이고, 대부분이 현장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문역할로 와주신 박사님들, 교수님들 역시 개발협력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셨습니다. 제 경험이 부족한 점이 많은 와중에 금번 평가 경험은 우리 평가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이뤄졌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많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연구원으로 전환하여 해당 종료평가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평가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저와 같은 개발협력 7년 이하의 경력을 가진 코이카 5급 전문가는 접하기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를 제외하고는 코디네이터, PM, FM 등을 경험하고 들어온 분들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종료평가에 발을 담가볼 수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인 것은 확실합니다. 이 기회를 제안해 준 현재 사수 형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이 글의 목적은 KOICA 평가를 경험하지 못한 5급 전문가들에게 제가 경험한 평가사업 현장조사를 소개하고 중간관리자의 디렉팅 부족으로 헤매고 있을 누군가를 위한 안내를 하고자 적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평가보조원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으며, 저와는 다른 경험을 하였을 많은 다른 평가보조원 혹은 5급 전문가들이 있을 것을 알기에 조심스럽습니다. 이에 '언제나 피드백은 환영입니다.'라는 말을 남깁니다.
현장조사에서의 평가보조원의 역할은 크게 5가지로 나뉜다고 봅니다. 행정업무보조, 사진촬영, 참석자리스트 수집, 방문결과 및 회의록 작성, 정산. 사실 평가보조원이 개발협력사업 평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지는 않습니다. 흔히 말하는 잡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반드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기도 합니다. 아래는 그 역할과 이에 따른 조언에 대한 세부 설명입니다. 조언들은 저의 맞사수 형님 코멘트와 개인적 경험을 포괄해서 적었습니다.
1. 행정업무 보조
평가보조원은 현지 출장에 앞서 인건비, 현지 컨설턴트고용비, 여비, 체재비, 전문가 등록 등 연구팀 내부에서 결재올리고 승인 나는 다양한 업무들을 수행해야 합니다.
행정처리는 되도록 출장 전에 마무리짓자: 이번 출장의 경우 선결제를 진행하고, 나머지 정산을 후청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문제는 그렇다 보니 현지에 출장 나가있는데 여비정산관련해서 요청사항들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현지의 느린 인터넷, 공간이 확보가 안 되는 등의 문제로 여비 처리에 있어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물론, 어딜 가던 밤을 새워서 일하면 해결이 됩니다.
체재비는 정해준 금액으로 빠르게 받자: 이번에 출장 기간 동안 일비, 식비, 숙박비를 포함하여 정산을 하였습니다. 기본으로 주어지는 금액으로 받다 보니 출장 다녀온 뒤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국내 평가팀의 도움으로 빠른 체제비 정산처리 덕분에 전문가님들의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빠른 일처리는 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습니다.
2. 사진촬영
평가보조원은 평가전문가들을 위해서 면담을 하는 중간중간 사진자료를 찍어야 합니다. 해당 사진 자료들은 이후에 최종 보고서에 참고자료로 포함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DSLR 카메라를 가지고 찍으러 돌아다녔고, 스마트폰은 영상 촬영 용도로 사용하였는데, 기존 사업과 달리 이번 평가팀에서 제안한 영상 제작 업무가 따로 있어서였습니다. 만약 이런 영상 제작 업무가 없다면, 스마트폰으로 찍고 다녔을 것입니다. 일단 가볍기도 하고, 현지의 경우 무음모드가 지원이 되어서 사람들의 카메라 앞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현장을 가든 간에 사람들 찍어라: 이유는 간단합니다. 해당 사진이 회의비 정산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도있고, 실제 참석자 리스트와 대조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간에 찍어라: 현장 조사를 나가면, 자금이 투입되어서 만들어진 산출물(Outpt)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산출물들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사업의 효과성을 입증할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자료가 보인다면 반드시 찍어라: 최근 들어 증거기반법칙(Evidence-based approach)이 평가의 주류흐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평가가 대부분 수혜자의 말을 통해 이뤄졌다면 이제는 이를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반자료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 접할 수 있는 자료들은 기회가 된다면 무조건 찍어야 합니다.
백업용 USB 혹은 SD카드를 챙겨가라: 실제 현장에서 영상도 찍고, 사진도 찍다 보니 조사 일주일 차에 카메라와 휴대폰 모두 용량이 바닥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백업용 USB가 아니었다면, 조사 중간에 촬영을 못한다고 얘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뻔했습니다. 비상시를 대비하는 자세는 언제나 중요합니다.
보조배터리, 여분의 배터리는 필수다: 현지는 일단 나가면 충전할 곳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보조배터리가 없다면 하루 절반은 촬영을 못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책임은 평가보조원이 오롯이 감당하게 됩니다.
3. 참석자 리스트 수집
현장조사를 가게되면 면담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들의 이름을 평가보조원이 다 일일히 적고, 번호를 구하기 힘드니 리스트 기록용을 사전에 인쇄하여 면담 시작전에 적어달라고 요청하면 됩니다. 해당 리스트 역시 평가보고서에서 증빙자료로 활용됩니다.
최대한 다 적어야 한다: 실제 조사 현장을 나아가니 정말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존재합니다. 중요한 인물인 줄 알았던 사람이 한국인 구경 나온 사람이라던지, 매우 평범해 보이는 인물이 알고 보니 그 지역을 총괄하는 지역정부 관계자라든지 등의 돌발상황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일단 다 적어야 합니다.
아저씨, 아줌마 부대에게 부탁 안 해도 된다: 이 말은 불필요하게 모든 사람들을 다 적을 이유는 없다는 뜻입니다. 이미 나를 제외하고 모든 평가팀이 질문을 다한뒤에 철수하고 있는데, 끝까지 남아서 참석자 리스트를 적겠다고 수혜자들에게 이름 뭐냐고 물어보고 있으면,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에 적당히 눈치껏.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참석자 리스트를 적는 게 필요합니다.
현지직원에게 받아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평가보조원은 절대 현지의 이름을 영어로 다 적을 수 없습니다. 아마 평가팀을 구성하는 사람이 현지 컨설턴트를 잘 구했다면, 그쪽 보조인력에게 부탁하던지 안된다면 출장에 동행하는 현지 PMC사 직원에게 정중하게 요청하면 됩니다. PMC 측 현지직원은 좋은 평가를 위해 평가 보조원의 요청에 긍정적으로 응답해 줍니다. 다만, 글씨가 알아보기 힘드니 추후에 해당직원에게 문서로 타이핑해 달라고 말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현지직원을 얼마나 잘 챙겨줬냐에 따라 마지막 부분은 해줄 수도 있고, 안 해줄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마지막 요청은 평가보조원의 네트워킹 역량에 따라 결정됩니다.
높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기록해야 한다: 참석자 리스트를 작성하다 보면 현지 정부 이해관계자들과 면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참석자 명부에 절대 이름을 안 적는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이름을 받아내는 방법은 아랫직급에서 비서역할을 수행하는 분에게 부탁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못 받는 상황이 오는데, 그렇더라도 얘기해서 받아내 적어야 합니다. 높은 사람들의 이름이 사실상 평가보고서에 기재가 되기 때문에 이름 못 적어서 생기는 불상사는 보조원의 책임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끝나고 회의록에 적자: 모든 참석자를 다 적으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회의록을 참고하는 전문가님들의 편의를 위해 해당 참석자가 누구인지 적어주면 차후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4. 방문결과 및 회의록 작성
현장조사에서 평가보조원의 핵심업무입니다. 저의 경우 녹음을 해놓고 회의록 작성에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클로바노트나 다글로를 활용하여 백업해 놓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다만, 그렇다 보니 정확도나 구체성은 올라가지만 핵심결과 요약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속도가 느리다 보니 저의 사수형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매일 저녁에 피드백 회의를 진행했는데 똑같은 사건이라도 전문가님들의 시각이 달랐습니다. 그러므로 피드백 회의 내용도 적어야했습니다.
영어로 작성 안 해도 된다: 한국어로 키워드만 추출해서 적어도 됩니다. 보통 방문결과의 경우 한 명만 적기는 무리가 있으므로 추가 인력이 붙었습니다. 특히 현지어로 진행되는 면담의 경우 현지 컨설턴트 쪽의 인력이 보조로 참여해 줍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되고, 방문 중에도 내부 논의의 경우 한국어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으니 상황에 맞추어 기록해야 합니다. 즉, 서로 보완한다는 의미에서 방문결과를 작성해야 합니다.
건물 보러 가서 전문가님들이 한 마디씩 한 것도 적자: 자기 분야는 각자가 작성해야 하는데 보통 자기가 한 말을 기억 못합니다. 또한, 전문가님들의 생각을 공유해 주는 차원에서 기술해줘야 합니다. 회의록을 작성하다 보면 전문가님들의 멘트가 곧 본인의 지식이 됩니다. 본인을 위해서라도 전문가님들이 하는 이야기를 적어두는 것을 좋습니다.
스피드가 생명이다: 오늘 했던 말들을 다 적고 최대한 빠르게 공유해야 합니다. 애매한 것도 매끄럽지 않더라도 공유해야 합니다. 글은 그날 공유 혹은 최소한 다음날 아침에 공유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다음 날에 해당 내용을 읽고 전문가님들이 이후 평가에 반영합니다.
5. 정산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출장중의 정산은 그 출장팀의 막내가 하는 편입니다. 우리 평가팀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공금을 걷어서 해당 금액을 관리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여러가지 챙겨야할 부분이 많았고, 관련해서 개인적인 경험에 따른 조언을 적었습니다.
일단 모든 영수증은 다 모아둬라: 상황에 따라 해당 영수증이 무엇을 위한 증빙자료로 쓰일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다 모아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현지 컨설턴트와 회의를 한 이후 그에 따른 회의비 정산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관명을 적어달라고 요청하자: 개인의 이름보다 기관명을 기재하면, 공적인 용도로 지출했다는 것의 증빙이 쉽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회의비가 아닌 개인돈으로 지출하는 경우라도 언제 어떤 용도로 증빙될 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영수증은 평가기관명을 기재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지 상황에 따라 수기 영수증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금액이 제대로 기재가 되는지 기관명을 적었는지 등을 현지 컨설턴트 혹은 PMC사 현지 직원에게 더블체크를 요청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증빙사진을 반드시 찍어둬라: 증빙사진을 찍어두면, 해당 영수증이 언제 지출된 것이고 어디서 지출된 건지 사진과 장소가 동시에 기록됩니다. 이런 점을 생각할 때 증빙사진을 찍어둔 것만으로도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봉투를 많이 챙겨 두자: 현지화폐 및 달러를 분산보관할 용도로 봉투는 매우 유용합니다. 또한 혹시나 모를 공적인 상황에서 서류 전달에 예의를 갖춘 느낌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에 기관명이 적힌 봉투를 많이 챙겨두고 상황에 맞추어 잘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을 적는 중간중간 과연 저 말을 얼마나 잘 지켰나 반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 보조인력으로 참여하는 거보다 보니 부끄러운 게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박사님들, 사수형님의 도움으로 이번 현장조사를 무사히 마무리지을 수 있었습니다. 글이 새롭게 평가보조원으로 참여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