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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른 Oct 12. 2020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올리는 휴재 공지

무슨 휴재 공지가 이렇게 길어 이만큼 쓸 거면 그냥 연재글 한 편을 쓰지



  <우지와 다른의 해피버스데이>를 읽어주는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다른입니다. 높아진 하늘과 선선해진 바람을 보며 ‘가을이 왔구나’ 하던 9월도 지나, 이제 언제고 재빨리 겨울외투 꺼내입을 순발력으로 눈치를 보는 가을 깊은 10월 중순이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극세사 이불로도 모자라 이미 전기장판을 개시했습니다. 집이 산이라 밤이면 춥거든요. 매일 코로나 확진자 수 추이를 지켜보며 생활방역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요즘 우리 모두의 우선순위이지만, 역시 환절기엔 감기부터 조심하는 게 인지상정이잖아요.


  그냥 새삼스럽게 날씨 얘기, 계절 얘기를 꺼내면서 비겁한 ‘날씨 탓’, ‘계절 탓’ 한번 해보려고 그랬습니다. 저희가 길지 않은 가을방학을 한번 가져보려 합니다. 왜? 라고 물으신다면 사실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가을이잖아요. 가을이니까 겨울방학을 할 수는 없...


  사실 그냥 조용히 업로드를 미루다, 적당히 쉴 만큼 쉰 뒤에 아무렇지 않은 척 연재를 이어가도 아무 문제 없지 않을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텐데,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용조용 올라오는 저희의 글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사람까지는 없을지 몰라도(혹시라도 그러시면 절대 안 됩니다), 어느덧 스무 편의 글이 쌓이는 동안 연재하는 저희의 리듬과 비슷한 조용함과 꾸준함으로 나름 재밌게 읽어주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붙이기까지는 너무 거창하고, 대신 저희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라고 해두죠.


  글의 유일한 진리는 오로지 쓸 때만 글이 된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이 글을 쓰는 일이 좋습니다. 그래서 그 즐거움을 빼앗기고 싶지 않습니다. 저희의 분주함이나, 나태나, 어떤 풍파나, 운명이나, 즐거움이나, 사랑에게도요. 글쓰기를 방해하는 그 모든 것들로부터 글쓰기의 기쁨을 지켜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매일 아침 몇 시에 일어나시나요? 왜 그 시간에 일어나시죠? 아마 모종의 이유로, ‘일어나야 하기 때문’인 분들이 대부분일 테지요. 그렇지 않은 경우, 일어나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서 대충 눈이 떠지는 대로 눈을 뜬 뒤 침대에 있을 만큼 있었으나 더 이상 식사나 화장실을 미룰 수 없어 반강제로 몸을 일으키며 시작되는 하루가 그리 즐겁지 못하다는 사실을 저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회사에, 또는 학교에, 또는 다른 어떤 스케줄에 늦지 않기 위해서 맞춰놓은 알람이 나를 깨우게 하는 건, 하루를 시작하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참으로 능동적인 수동성입니다. 저희의 쉼과 이 휴재 공지를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마카롱을 좋아하는데요. 맛있는 마카롱을 먹으면 엄청나게 행복합니다. 심지어 제가 좋아하는 마카롱 가게는 일주일에 문을 사흘밖에 안 여는 데다가 그 중 이틀은 저의 근무시간과 겹쳐서 오로지 일주일 중 하루밖에 그 집에 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벼르고 별러서 그 집 마카롱을 한 번 먹는 날이면 제가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근데 마카롱을 먹든 마카롱 가게 사장 멱살을 잡든 다 그 날 아침에 눈을 떠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알람을 맞추고 잠드는 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희 당분간 쉴 건데,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 그거 말이에요.


  우지는 우지대로, 저는 저대로 글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아니, 각자 어디선가 계속 뭔가를 써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그럼 한번 같이 써보기로 했습니다. ‘해피버스데이’라는 이름은, 글을 낳는 일의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하던 도중 제가 던진 드립에 가까운 아이디어로 정해졌습니다. 글 낳는 일이 참 힘들어, 그러니 우리들의 순산을 위하여, 해피버스데이. 이 이름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근데 아직까지는 아무도 이의제기를 하신 바가 없으니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저희 스스로 뭐가 잘못됐는지를 깨닫게 되면 바꾸든지 하겠습니다. 아무튼 순산은 중요하니까, 몸조리 잘 하고 올게요.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진짜 애를 낳으러 가는 건 아니에요. 그 비슷한 것도 아닙니다. 무엇을 상상하시든, 그것만은 절대 아닙니다.


가을방학답게, 겨울 되기 전에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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