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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석 Dec 13. 2019

대학편입,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2011.01.18 23:41

위의 사진은 내가 재학중인 성균관대학교 편입시험 시험장의 모습이다.
언론에서는 올해 성균관대학교 편입전형에 무려 1만 2297명이 지원하여 28.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며
성균관대학교를 집중 조명했다.
위의 사진에 나온 고사장도 사실은 교실이 아니라 특별한 행사를 치루는 강당인데
저곳에 저렇게 책상을 가져다 놓을 정도면 정말 지원자가 많긴 많았던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성균관대학교를 떠나기 위해 다른 학교의 편입시험을 치루었다.
그러나 결국 며칠전 오랜만에 탈락 메시지를 받았고 내 편입의 희망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사실 나는 안타깝고 슬프긴하지만
내가 지원한 학교에 대해 조금의 미움이 없고 내 노력에 후회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내 적성과 특기에 초점을 맞춘 공부만 하였고
그 학교는 그러한 점을 기준으로 편입학 전형을 치루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학교 외의 전국 모든 대학교에게 많은 미움과 한탄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편입학의 기준을 오직 '영어시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학, 경제학, 사회학을 지망하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프랑스어, 독일어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조차 영어시험을 잘 봐야 통과가 가능했다.
남들은 '영어가 글로벌 시대의 필요한 능력이니까' 그렇다고 넘어가지만
나는 이 사실이 너무 안타깝고 피해의 당사자로서 화가 나기도한다.
또, 나 뿐만 아니라 모든 편입학 지원자들이 화를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학생들이 편입을 하는 이유

1. 학력 업그레이드
학생들이 편입을 시도하는 첫 번째 이유는 학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이다.
즉, 대학입시때의 실수나 실패를 재도전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로 바꾸려는 노력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학벌을 스펙화시켜서 마치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좋아하진 않지만
대입을 크게 실패해봤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를 위하여 1~2년을 투자해 원하는 바를 쟁취하는 도전이라면 그 마음이 공감간다.
2. 전공 교체
학생들이 편입을 시도하는 두 번째 이유는 전공교체이다.
단순히 전공을 바꾸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학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동시에 원하는 전공까지 얻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편입이 3학년때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학생활을 2년 해본 사람이라면 대학교에서 '전공'의 중요성은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단순히 학력을 높이고자 도전했을지라도 편입에서는 전공을 예전보다 훨씬 고려하는 편인것 같다.
또, 대학별로 아주 약간의 비율이라도 전공지식에 대한 테스트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아무대나 경쟁률보고 지원하는 경향도 상대적으로 적다.
학교에서 편입생을 선발하는 이유

일단 학생들의 이유는 그렇다 치고
대학교는 왜 따로 편입학이라는 문을 열어놓는 것일까?
3학년 일반편입학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한마디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함이다.
일반적인 루트로 입학한 학생들의 자퇴, 전과, 편입 등으로 해당 학과에 빈 자리를 편입생으로 채우는 것이다.
때문에 매년 선발하는 인원이 달라지고 대부분 학과별로 1~5명이 모집인원 전부이다. 
운이 없을 경우에는 열심히 1년을 준비했어도 해당 학과에 TO가 없어서 선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교 편입전형 특징

그리고 우리나라 대학교들의 편입학 전형의 특징을 살펴보겠다.
이 부분이 내가 지적하고자 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예로는 고려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만 들었지만 사실상 거의 모든 학교가
같은 형식으로 이루어져있으니 참고바란다.
우선 고려대학교를 살펴보면 편입학 시험이 '영어'로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인문학부터 공학계열까지 모두 공인영어성적이나 고려대학교에서 실시하는 KUET 영어 성적을 제출한 뒤
1차로 5배수가 선발된다.
공인영어성적이 높지 못하면 아예 그 학교에 방문 한번 안해보고 탈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통과해 2단계로 넘어가도 마찬가지이다.
영어 50%, 전적대학성적 20%, 전공필기 25%, 면접 5%로서
영어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해당 전공지식을 요구하는 전공필기, 면접은 합쳐서 30%이다.
사실상 고려대학교 편입학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지원자 중 BEST 1~5에 들 정도로 잘해야 일단 1차라도 통과하고
그 중에서도 BEST 1~2에 들어야 2단계에서 안정적일 수 있다.
그래도 고려대학교는 레벨이 높은 대학교인 만큼 2단계에서
30%라도 전공지식을 테스트하기 때문에 아예 해당 학과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탈락한다.
그나마 2단계에서라도 전공지식으로 합격과 불합격에 영향이 미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성균관대학교를 보자.
성균관대학교는 영어의 비중이 더욱 크다.
1차에서 영어 100%로 일정배수가 선발되고
2차에서 영어 60%, 전적대학성적 30%, 면접 10%로서
지원자의 성향이나 전공에 대한 지식을 묻는 비율은 1차에 통과한다는 가정하에 10%에 불과하다.
이외의 학교들도 뼈대는 다들 비슷하며 비율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모두 '영어'를 잘해야만 합격이 가능하다.
연세대학교 편입학 전형

연세대학교의 편입학 전형은 '파격적'이다.
내가 지원한 곳이 바로 연세대학교인데 나는 이 전형을 알자마자 바로 편입준비에 돌입했다.
이전에는 위에서 설명한 학교들 같이 '영어'로만 결과가 갈리기 때문에 도전할 의지가 없었지만
이 전형은 결코 포기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모집단위별 추가 지원자격을 보면 마찬가지로 '영어'가 있긴하다.
하지만 극히 일부의 학과일 뿐이고 '지원자격'인 만큼 컷트라인도 상당히 낮다.
해당 학과가 아니면 아예 영어성적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물론 시험에서도 '영문과'를 제외하고는 영어문제가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전공시험'을 치룬다.
위의 이미지를 참고하면 1단계에서 전공필기시험으로 5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는 서류평가로 최종선발이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우선 '전공필기시험'은 말 그래도 해당 전공에 관한 문제가 출제됨을 뜻한다.
각 전공별로 '학개론' 책이 시험범위로 정해진다.
나같은 경우 언론홍보영상학부에 지원하여 '신문방송학개론'을 총괄적으로 공부했다.
그리고 2단게 서류평가는 기본적인 서류뿐만 아니라
자신이 해당 학과에 적합한 학생이라는 것을 어필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통해 이루어진다.
전공별로 특성상 차이가 있겠지만 '입학사정관제' 성격이 존재하는 것이다.
종합해서 살펴보면 연세대학교 3학년 일반 편입학에 합격하기 위해서
영어능력평가가 아예 필요없기도하고 필요있다고해도 단순 참고자료에 불과하다.
또, 해당 학과에 대한 높은 공부와 수준이 전제되지 못하면 1차에서 탈락하게되며
이러한 학생들이 1차에 통과해도 진정으로 해당 전공에 적합한 학생이라는 것을 증명할만한
자신만의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즉, 위에서 먼저 설명했던 고려대학교나 성균관대학교의 전형과 완전 다르다는 것이다.
어느쪽이 옳은가?

대학교 일반편입은 고3들의 입시와는 다르게
1학년이 아닌 3학년으로 해당 학교의 특정 학과에 입학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해당 학과 전공지식이 4학기를 재학한 학생의 수준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참고하고 여러분들이 스스로 위의 두 가지 사례 중에서
어떤 전형이 학생이나 학교 모두에게 이로울지 선택해보길 바란다.
'영어'못하면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고
'영어'만 잘하면 이 세상에서 뭘하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전자를 선택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망설임없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왜?
저 방법이 진정으로 해당 학과에 열의와 지식을 갖춘 학생이 정직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방법인 동시에
해당 학교도 실력있고 쉽게 적응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는 독일어를 전공하면서 적성에 맞지않아 너무 힘들어하고 있어서
원하는 '전공'에 대한 열망이 그 누구보다 강하다.
그리고 나는 'PR전문가'라는 1차적인 장래희망을 목표로하여
언론홍보영상학을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어서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 뒤늦게라도
이번 편입시험에 도전했었는데
내가 지원하지 못한 다른 학교에서 영어성적이 높다는 이유로
언론홍보에 대해 지식이 매우 부족할 뿐만아니라
꿈과 적성을 고려하지도 않고 지원한 학생이 언론홍보학부에 합격할 것만 생각하면 너무 화가난다. 
나는 우선 언론홍보분야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쌓아왔으며
무엇보다 진정으로 공부하길 열망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공부한 전공지식이 부족하여 탈락한 연세대학교 측에 대한 나쁜 감정은 하나도 없다.
단지 1차를 통과하지 못하여 내가 쌓아온 포트폴리오를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나 뿐만 아니라 전국에 이런 학생들이 정말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도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리고 설령 나같이 특정 전공으로 가고싶은 마음에 편입에 도전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영어위주'의 전형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중한 시간을 날려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영어시험을 공부하는 것이니까 편입에 실패해도 영어성적이라도 남으니 잃을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찾고 그것을 공부할 기회와 시간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피해를 본 것이다.
꿈과 특정 분야의 실력이 없는 사람에게 영어만 할 줄 안다고해서 과연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러한 편입학전형 때문에
수많은 학생들이 대학교에까지 와서도 초중고학생들처럼
꿈이 아닌 '영어'만 쫓도록 강요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학교측도 마찬가지로 큰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일반편입을 통해 선발되는 학생들은 학과별로 1년에 고작 1~5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소수의 지원자가 몰리기 때문에 정말 진정한 인재평가방식을 도입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금 선진형 입시제도로 각광받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만 하더라도
일반입시에서는 지원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제대로 평가하기에 버겁지만
편입학은 상대적으로 소수의 학생이 지원하기 때문에 충분히 전면도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마 이러한 전형을 실시하면
본인 스스로 적합하지 못하다는 학생들이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므로 더 소수의 인원이 지원하게 될 것이다.
편입학전형 지원료가 현재 10만원 내외인데 그 비용으로
학생들을 심층적으로 테스트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말이다.
연세대학교도 이러한 취지를 살려서 전형을 만들긴 했지만
사실 전공필기시험으로 5배수만 선발하여 심층적으로 학생을 평가하는건 이상적이진 못하다.
개인적으로는 1차 2차 나누지말고
전공필기시험과 심층적인 학생평가를 결합한 전형으로 최종선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학생들에게 전체적으로 평가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들은 이를 알면서도 쉽게 행하지 않을 것이다.
괜히 귀찮게 그렇게 하지 않아도 지원자가 몰려서 쏠쏠한 자금줄이 되기도 하고
학과별로 1~5명을 인재로 채운다고해서 크게 달라질게 없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쓸데없는 학벌주의가 활기를 치고
자신의 꿈과 적성을 찾지도 못한체 학교간판만 달려가는 학생들,
꿈이 명확하고 적성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있어도 
그와 전혀 상관없는 전공에 끌려가는 학생들이 넘치는 것은
작게는 개인의 행복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기도 하고,
크게는 국가의 성장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기도 하다.
꿈을 찾고 적성을 100% 고려한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사람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진정한 글로벌리더가 많이 배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어만 유창하게 할 수 있다고해서 글로벌리더가 마구 배출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일 뿐이다.
우리나라 사회가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이유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잘못도, 정부의 잘못도 있지만
대학교의 잘못이 제일 크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정책이 나온다고하더라도 학교가 안하면 그만이고
학교가 안하면 학부모와 학생은 학교를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대학교들은 오직 신문에 순위매겨지는 '학교 네임밸류'에만 급급하다.
'학문의 요람'이라고 자칭하는 대학교들이 당당하게 제시하고 있는 비전은
'글로벌 XX위 대학교'이다.
그리고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글로벌 대학교가 되기 위해서
외국인을 많이 불러와서 외국인학생의 비율을 높이겠다느니
영어수업을 늘리겠다느니 이런 소리나 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교라는 학교들이 이런것 따위를 비전으로 삼고 있다.
도대체 그런것으로 어떻게 학생들의 잠재력을 발견해서 이를 키워줄 것이며
궁극적으로 사회를 이롭게 발전시킬 수 있는 '인재'를 기를 수 있겠는가?
미국의 진정한 학문교육으로 유명한 '리드대학'과 같은 경우에는
신문사에서 발표하는 대학교 순위 따위에 이름을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진정으로
"연고대가 맞다, 고연대가 맞다."
"서성한이 맞다, 성서한이 맞다."
"Over the SKY"
이런 쓸모없는 자존심 싸움은 끝날 수 없는 것인가?
대학교들은 진정 신문사에서 발표하는 대학 순위에서 몇 칸 밀려날까봐,
정시모집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의 수능성적컷트라인이 내려갈까봐
진정한 교육개혁을 이룰 의지와 생각을 가질 수 없는 것인가?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대답이 더 안타깝게 들려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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