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LOG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인석 Dec 13. 2019

져버린 태양 '로마' 여행기

2011.02.16 22:04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 도착했다.
로마는 거대한 로마제국의 심장인 만큼 유럽여행의 최고 필수코스이다.
하지만 여름에 갔기에 바쁜 여행에 치인 우리들은 로마를 갈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체코 프라하에서 의견이 조금 갈렸었다.
그래도 결국 이왕 온김에 가보자는 쪽에 의견이 실렸고 가게 되었다.

우선 들른 곳은 '스페인 광장'
이탈리아에 뜬금없이 왜 스페인의 이름이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 곳은 거대한 명품의 거리이다.
명품패션의 중심인 이탈리아의 중심인 로마의 명품 거리인 만큼 기대가 컸다.

방학시즌이라 그런지 그곳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지하철역에서 내릴때부터 인파의 열기가 후끈하다.
저 계단 쪽 광장이 스페인 광장이라고 불리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 명동처럼 패션브랜드 샵이 늘어선 거리들이 펼쳐지는데
정말 사람들로 꽉꽉 차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명품 브랜드가 흔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 거리에서 딱히 '고급스러움'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의 명동처럼 고등학생, 중학생들도 많이 보였고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입구부터 구찌 등의 명품 브랜드들이 눈에 들어온다.

루이비통의 샵에서는 한정된 인원만 들여보내기 때문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한다.
우리도 재미삼아 줄을 서서 기다려봤지만
너무 시간이 오래걸리고 그래서 그냥 도중에 포기했다.
친구는 이 거리에서 프라다 지갑을 샀다.
나도 사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갑자기 한국에 있는 돈을 가져올 수 없는지라 포기했다.
이럴때는 바로 현금화 시킬 수 없는 유가증권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 조금 불편하기도 하다.
이탈리아에서는 세금환급이 꾀 많아서 명품을 꾀 싸게 구입이 가능했다.
유럽여행을 올 때 한국의 면세점에서 미리 명품 쇼핑을 하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현지에 오면 훨씬 다양한 컬렉션을 더 싼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
아마 미리 면세점 쇼핑을 한 사람들은 와서 많이 후회를 할 것이다.

사람이 너무 많고 더워서 구석 그늘에 쉬러 왔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멋진 탑.

이제 그 거리를 나와서 트레비 분수를 보기 위해 출발했다.
이번에도 역시 가까운 거리는 '도보로 간다'는 원칙을 적용.
그러나 꾀 긴 거리여서 힘들긴 했다.
특히 쇼핑을 위해 너무 걸어다녔기에.
그래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는 볼 수 없는 다양한 광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가면서 우연히 발견한 도로 상점 위의 새들.
비둘기는 아니고 갈매기와 비슷하게 생겨서 신기했다.

가다가 발견한 어떤 탑.
뭔가 문화재인것 같았고 상당히 무늬가 촘촘하게 많이 새겨져 있었다.
분명 이름이 있는 탑일 텐데 잘은 모르겠다.

반대편에는 거대한 백화점이 있었다.

이탈리아에 가면 유난히 저 SALDI라는 말이 눈에 보인다.
따로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쉽게 'SALE'의 뜻을 가졌음을 유추할 수 있다.
왜냐하면 상점마다 도배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여기도 SALDI, SALDI.
친구들끼리 SALDI를 발견할때마다 '쌀디 쌀디'하면서 웃었다.

트레비 분수를 지도를 보고 따라갔는데 발견하지 못하고 결국 거리의 끝까지 가버리게 되었다.
근데 거리의 끝쪽에 멋진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곳은 바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상당히 거대하고 멋진 외관을 자랑한다.
저런 건물들만 보면 과거 이탈리아가 얼마나 거대한 강국이었는지 몸소 느껴진다.

이곳에 와서 보니 저 멀리 콜로세움도 보였다.
역시 도보로 막무가내 여행을 하다보면 결국 볼건 다 보게된다.

다시 유턴해서 트레비 분수를 찾아 떠났다.

해가 지는 타이밍에 유럽의 거리는 가장 빛나는 것 같다.
서양식 건축물이 그런 분위기로 생긴것도 그렇고
건물들이 높지 않기에 하늘도 더 넓게 보이기 때문일듯 싶다.

드디어 트레비 분수에 찾아왔다.

트레비 분수에는 유명한 전설이 있다.
뒤를 돌아서 동전을 한 번 던지면 로마를 다시 찾게 되고
두 번 던지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세 번 던지면 연인과 이별하게 된다는 전설이다.

그런데 뒤 돌아서 동전을 던지려면 무거운 500원 짜리를 택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그 앞에 엄청 많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시원한 물줄기를 보기위해 모두 앞쪽에 꽉 차있었다.
아무튼 저 분수는 참 웅장했다.
조각상들이 너무 섬세해서 정말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러 가던 중 한 꼬마의 기타 연주를 보게 되었다.
꼬마인데 기타를 꾀 잘쳤다.
너무 귀여워서 동전을 안 던지고 올 수 없었다.
그 옆에는 어떤 남성이 디카로 녹화하고 있었는데
아들을 연예계로 데뷔시키려는 아버지가 스토리를 기획하고 계신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유럽의 거리연주 문화는 부럽다.

이탈리아의 지하철 역 내부.
환경이 너무나도 안좋다.
마치 탄광열차를 타러 들어온 기분이다.

다음날 정말 거대한 성당인 '산피에트로 성당'을 찾았다.
정말 멋지고 거대한 성당인데 도대체 어딜갔는지 이곳에서의 사진이 사라졌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전경을 포스팅하지는 못할 것 같다.

산피에트로 성당에 올라 앞을 보면 이렇게 거대한 산 피에트로 광장이 펼쳐진다.
사실 이곳은 너무나도 거대해서 카메라로 전경을 담기 위해선 헬기를 타야할 것만 같았다.
자세히보면 저 탑 아래에 모두 의자가 깔려있는데
저기서 예배를 드리는 것 같았다.
엄청난 인파가 몰릴 것이 분명하다.
이 성당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의 기술들을 사용해도 엄두가 안날텐데 엄청 오래전에 이런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리고 동시에 종교의 모순과 힘에 대해서도 느꼈다.
종교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었기에 이런 거대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했고
동시에 이 거대한 작품을 만들 자원과 노력과 사람들의 희생을 많은 사람을 돕는 데에 사용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과거의 이탈리아가 얼마나 부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성당의 특이점을 말하자면 '강력한 규제'이다.
의상 규제가 상당히 심했다.
반팔 티셔츠까지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반바지, 치마, 민소매 옷은 절대 용납이 안되었다.
입구에 검사원이 서있는데 통과가 안되면 무조건 쫓겨났다.
그런데 참 우스운 것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몸의 살을 가리면 통과였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엄청나게 머리를 굴렸다.
일단 통과할 만한 사람이 들어가서 벗을 수 있는 옷을 다 벗어서
밖에 있는 친구에게 전해줬다.
그리고 그 친구는 그 옷을 몸에 다 둘러버렸다.
일단 이렇게 우스꽝스럽게 입구 통과.
그런데 들어가서 또 본관 들어갈때 더 강력한 검사가 있었다.
그때는 정말로 내 친구는 티셔츠를 다리에 입었다.
반바지를 입었기 때문에 완전히 가리기 위해서였다.
얼마나 웃겼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하니 통과..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신성한 성당에서 몸을 가리는 걸 중요시 하는건 신성함의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함일텐데
티셔츠를 바지처럼 입고 들어가는게 과연 반바지 입는 것보다 나은 것인지.
티셔츠를 바지처럼 입고 들어가서 추한 모습으로 신을 뵙는게 
더 무례한 짓이 아닐까 싶다.
비현실적인 규제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니 콜로세움의 사진도 없어져버렸다.
콜로세움은 막상 가보니 별거 없었다.
사람들만 엄청 많았고 막상 들어가보니 그냥 황폐한 돌덩어리들 뿐이었다.
문화재를 '그대로' 보존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그대로만 보존해놔서 아쉬웠다.
그냥 막연하게 '옛날에 로마 최고의 검투장이었다.'라고 설명만 해놓았을 뿐인게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적어도 4분의 1정도의 공간만이라도 예전 처럼 복원해놔서 이해를 돕고 체험 공간을 늘리던가
여러가지 활용 방안을 구상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저 옛날 건축물에 출입금지 울타리만 만들어놓고 들어오려면 돈내라는 건 
참 보기 안좋았다.

아무튼 이렇게 여행을 마치고 밀라노를 향해 기차를 타러 왔다.
다음 목적이도 또 이탈리아였다.
지겨웠지만 마지막 이탈리아 여행지이기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런데 로마제국의 심장은 우리에게 웃으며 안녕을 건내주지 않았다.
우리는 저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이탈리아의 고속철도를 탔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KTX이다.
저 기차에 오르려는데 어떤 여성 2명이와서 내 친구가 캐리어를 올리는 것을 도와줬다.
그냥 처음에는 친절한 사람인가보다 하고 아무 생각없이 그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자리로 도착했고 나와 한 친구는 캐리어를 짐칸에 올리고 있었다.
근데 그 사람들이 아직 가지않고 갑자기 우리보고 거기에 짐을 올리지말고 저쪽에 올리라는둥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어로 해서 못알아 들어서 갸우뚱 거리고 있었는데
그렇게 계속 어쩌구저쩌구하더니 옆칸으로 이동했다.
그냥 우리는 뭐지? 하는 생각에 그냥 무시하고 짐을 올렸고 앉았다.
그리고 기차 출발.
잠이 들었는데 한 30분이 지나자 한 친구가 지갑이 없어졌다고 했다.
가방 깊이 지갑을 넣어놓고 없어졌다고 간혹 착각을 하는 친구이기에 더 잘 찾아보라고 했지만
정말로 없었다.
우리는 주변을 살폈지만 있을 리가 없었다.
기차에 탈때 분명히 들고 왔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해보던중
한 친구가 그 여자 두 명을 떠올렸다.
그 순간 1초만에 과거의 장면이 다 스쳐지나갔고
그 사람들이 우리의 주위시선을 다른 곳에 끌려고 헛소리를 했고
그 때 그 친구의 지갑을 훔쳐서 옆칸으로 달아난 것이라고 결론내릴 수 있었다.
당장 그 사람들이 지나간 칸으로 이동해서 열차 끝까지 가봤지만
역시 그들은 없었다.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 소매치기를 완료하고 기차를 내렸으며
우리의 기차는 이미 출발한 것이다.
정말 완벽히 당한 것.
안타깝게도 그 친구는 바로 그저께 스페인 광장에서 프라다 지갑을 산 친구였다.
지갑 50만원, 안의 유로화, 한화 50만 원어치해서
총 100만 원어치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그 사람들이 나한테 다가와서 여러 말을 걸기도 했는데
아마 내것도 훔쳐가려던 속셈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꾀 괜찮은 지갑을 하나 더 가져가서 안에다가
장난감 돈과 필요없는 카드를 넣어놓고 진짜 지갑보다 잘보이는 곳에 놨기 때문에
훔쳐가봤자 상관이 없었고 그것마저 훔쳐가지 못해서 다행이었다.
아무튼 내 친구는 그 일 때문에 완전 속상해 했고
집에서 다시 큰 돈을 송금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탈리아의 사기와 소매치기는 정말 피해갈 수 없는 '예술'적인 관광문화이다.

로마를 여행하면서 멋진 교회인지 성당인지를 발견했다.
그런데 이 멋진 건축물 아래 입구에서 노숙자가 뻗어서 주무시고 계셨다.
나는 위의 사진을 이탈리아에서 찍은 나의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보고 느낀 이탈리아를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사진이기 때문이다.
거대하고 웅장한 과거의 건축물에 누워서 자고 있는 노숙자.
과거의 명성, 과거의 건축물, 과거의 유물로 먹고사는 현재의 이탈리아와 같았다.
정말 이탈리아를 돌아보면 과거의 문화 하나 만큼은 세계 최강이다.
더욱이 건축 스타일이나 문화 스타일이 화려하고 웅장하기 때문에 느낌이 강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 뿐이다.
지금의 이탈리아는 선진국이라는 느낌은 하나도 받을 수 없다.
그저 문화재로 관광객을 끌여들어 그 돈으로 먹고 사는 느낌 뿐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그냥 '와 멋있다! 와 예쁘다! 와 화려하다!'만 외치다가 떠나서
이탈리아가 완전 멋진 나라로 인식되고 전파되고 있는데 
조금만 이성적으로 바라보면 결코 그런 소리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진정한 강한 국가이기 위해서는 과거보다는 미래가 밝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어떤 명성이 있었든 어떤 문화재가 남아있든
앞으로 얼마나 명성을 떨치고 얼마나 멋진 문화재를 오래 남기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독일 같은 경우에는 지금 지어지고 있는 건물들에서 현대적인 느낌이 잘 들어나고
사람들의 인성과 여러가지 구조, 그리고 세계적으로 발휘하는 정치적 영향력을 보면
앞으로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라는 것을 구체적인 수치로 분석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과거'만 화려할 뿐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식어버린 스파게티처럼 말이다.
아무리 훌륭한 요리사가 만든 비싼 스파게티라도
식어버리면 맛없고 불어터진 면발에 불과하다.
과거보다는 지금부터 느낄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많은 대학생들이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이러한 것을 뼈저리게 느꼈으면 한다.
멋진 건축물만 돌아다니면서 '멋지다! 예쁘다!'의 탄성을 지르며 아름다움만 즐기는 것은
나중에 커서 비싼 호텔에서 편하게 자고
리무진버스가 알아서 이동시켜주는 여행사 패키지 여행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우리가 해외의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를 발전시킬 방안을 모색해야하는 시기이다.
이탈리아에 간다면 데이트할때 먹던 고급스러운 이탈리안 음식의 헛된 이미지는 잠시 잊고
냉정하게 관찰해봤음 하는 바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9번째 블로그 추천글 & 시선집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