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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석 Dec 13. 2019

'폐교'를 아름답게 활용한 제주도의 미술관들

2011.02.17 00:50

이번에 다녀온 제주도 여행은 가족끼리 갔던 여행이다.
원래 나는 여행을 할 때 박물관이나 미술관에는 잘 찾아가지 않지만
이번엔 아버지의 영향으로 제주도의 많은 박물관, 미술관을 모두 훑어보고 올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곳들 중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곳은 '폐교'를 활용한 박물관과 미술관이었다.
예전에는 학교였다는 사실이 조금 흥미로웠고
조그만 학교건물 안에 아기자기하게 들어선 작품들 덕분에 더 분위기가 좋게 느껴지기도 했다.
대부분은 제주도에 놀러가면 바닷가에 놀러가고 회를 먹거나
대중성이 큰 테디베어박물관 같은 곳만 들리곤 하는데
한반도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의 예술적 감상을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하는 취지에서
한 번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첫 번째는 김영갑 갤러리이다.
김영갑 갤러리는 요즘에는 많이 알려져서 방문객들도 많고
인터넷에서도 쉽게 리뷰를 찾아볼 수 있다.

입구쪽에서 바라본 김영갑 갤러리.
폐교를 활용했다고는 하는데 이렇게 멋진 정취를 뿜어내는 돌담길이 펼쳐져서 조금 의아하긴하다.
예전에는 운동장이었던 공간이 지금은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며졌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정성이 깃들여져 있는지 직접 보면 느낄 수 있다.

내부에는 깔끔한 공간에 멋진 사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김영갑 작가님의 사진들도 있다.

안에는 이곳이 정말 폐교인가 싶을 정도로 깔끔하다.
그런데 단순히 깔끔한 느낌 뿐만 아니라 뭔가 자연적인 느낌도 느껴진다.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김영갑 갤러리의 많은 친환경적 센스가 돋보인다.
대표적인 것은 바로 '사진과 보는이의 거리'를 지켜주게 만들어주는 '선'이다.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작품에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도록 일정 거리를 두고
'울타리'를 만들어 놓거나 선을 그어 놓는다.
하지만 김영갑 갤러리는 이렇게 제주도의 '돌맹이'로 선이 표시되어 있다.
저 돌을 밟고 서라도 사진에 다가갈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니 실용적인 효과도 좋을 것 같고
무엇보다 정말 자연적인 느낌이 나서 좋다.

이렇게 곳곳에 자리잡은 돌맹이들과 나무들이 전시장 내의 분위기를 살려준다.

작가님의 작업실 모습.

한켠에는 이렇게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도 넓게 마련되어 있다.

밖으로 나와 갤러리를 쳐다보면
'이곳이 학교였구나'라는 느낌을 잘 받을 수 있다.
지금은 운동장도 아름답고 예술적인 정원으로 꾸며져있고
건물도 많이 변해있지만 어김없이 옛날 학교의 건물 스타일이 남아있다.

운동장 정원의 작은 조각들도 갤러리 만큼의 구경거리가 된다.
봄이되면 꽃이 만연하다고 하는데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

화장실.
저곳에서는 특별하게 화장실과 남녀의 구분을 철사로 표현해 놓았다.
정말 특이해서 두 세번 더 눈이가고 예술적이여서 기분이 좋은데
철사인만큼 어린애들이 구부려놓는 걸 즐겨서 화장실을 '회장실'로 만들어 놓는 등
갤러리 측에서는 애를 많이 먹는다고 한다.
미술관, 박물관에서의 에티켓은 정말 중요하니 아이들을 통솔하는 부모님들은 유의해주시길.

학교 뒷편에는 작은 카페가 자리잡고 있다.
뒷편에도 식물들이 많고 분위기가 좋기 때문에
카페 앉아서 밖을 쳐다보며 생각을 하면 정말 좋을 곳이다.
특히 저곳은 사람들과 시끌벅쩍하게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혼자 앉아서 많은 생각을 해봤으면 하는 취지에서
대부분 창밖을 바라보는 좌석 스타일로 만들어져있다.
일행이 있더라도 각자 차 한잔을 하면서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는게 어떨까 싶다.
카페에서의 수다는 집 근처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니.
나는 작품쪽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방문할 때에
'미술관, 박물관' 그 자체에 집중하는 측면이 강한데
이러한 측면에서 김영갑 갤러리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폐교라는 곳이 너무나도 예술적이고 아름다운 분위기가 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작품또한 사진들이기에 부담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었고 말이다.
제주도에 방문한다면 연인끼리든, 가족끼리든, 혼자이든 꼭 한번 방문해보았으면 하는 곳이다.
나도 꽃이 아름답게 피는 봄에 누군가와 다시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
2. 화석 박물관

두 번째는 제주도 화석 박물관이다.
특별히 제주도에서 꼭 가봐야할 곳으로서 소개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폐교를 활용했다는 점과 앞으로의 발전 응원 차원에서 소개를 하고자 한다.
이곳은 폐교를 활용했다는 것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외관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운동장은 거대한 공룡들이 있는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또, 이곳은 말 그대로 '화석'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누구나 한번쯤 화석을 보긴 했겠지만
이렇게 화석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박물관은 세계에 몇 곳이 없다고 한다.
때문에 공룡이나 화석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방문해볼만 하다.
특히 아이들에게 교육적 차원에서.

기본적으로 이렇게 공룡 발자국이 남겨진 화석들도 있고

온갖 종류의 화석들이 다 전시되어 있다.

2억 8백만년 전의 모기.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피를 빨아먹어왔다는게 신기했는데
생김새가 지금이랑 별 차이 없다는 것도 신기하다.
외형은 변하지 않았고 그냥 에프킬라에 잘 안죽는 쪽으로만 진화해왔나보다.

나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강한 인상이 남는 것은 '별똥별' 전시이다.
전시관 한켠에 이렇게 별똥별이 전시되어 있는데 '소원을 빌어보라'고 쓰여져 있다.
옛부터 우리가 믿어오는 별똥별이 하늘에서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그것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때문.
조금 유치하긴 하지만 나도 저곳에 잠시 멈춰서서 나의 소원을 빌었다.
소원이 정말 이루어질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순간 
뭔가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하고 소원이 이루어질까라는 기대감도 생겨서 좋았다.
태어나서 별똥별을 보면서 소원을 빈 적은 처음이기 때문에 왠지 기대감이 더 컸다.
제주도 화석 박물관은 아직 발전이 많이 필요한 곳이다.
하지만 우수한 화석들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장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앞으로 크게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고
관광객들 중에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있다면
서울에서 보여주기 힘든 여러가지 공룡 화석들을 보여주면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으니
지나가는 길에 들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 자연사랑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자연사랑'이다.
자연사랑이라는 이름이 조금 미술관으로서 신기하기도 하다.
나는 처음에 자연사랑으로 간다길래 환경보호단체 그런곳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곳은 제주도의 여러 경관들을 담은 '사진'을 전시하는 '갤러리'이다.
알고보니 자연사랑의 '사'는 '사진 사'자, '랑'은 화랑할 때 '랑'자를 사용해서
제주도의 자연을 담은 사진 갤러리라는 뜻이었다.
이렇게 이름에 담긴 뜻을 듣고보니 오히려 '자연사랑'이라는 이름이
특별하게 느껴져서 더 정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처음 봤을때는 알기 어려우니
자연사랑측에서 잘 홍보해야 그 이름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사랑은 운동장도 그대로 유지되어있고 외관도 거의 그대로 유지되어있어서 
정말 '폐교'를 활용했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특히 갤러리 입구는 누가봐도 옛날 학교의 입구이다.

복도에 전시된 작품들.
괜시리 옛날에 초등학교에 다닐때 미술시간에 만든 작품들을
복도에 전시해놓고 부모님들을 초대했던 시간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일반적인 갤러리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느낌이다.

갤러리 내부는 김영갑 갤러리처럼 매우 정감있는 분위기로 잘 꾸며져 있다.
이곳에는 제주도의 사진들이 전시되어있고
이렇게 가운데에 나무 기둥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갤러리의 '자연사랑'이 느껴지기에 충분하다.
저 나무기둥은 실제 제주도의 나무를 가져온 것이고
방문한 사람들의 명함이나 사진들이 걸려져 있다.

이곳의 작품 앞에 그러져 있는 선 또한 자연적이다.
나무로 울타리가 만들어져 있는데 저 나무들은 모두 제주도의 나무들이라고 한다.

한쪽 공간에서는 대학생들의 졸업 사진전도 펼쳐지고 있었다.

예전의 교무실이었던 공간은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다.
관장님께서는 방문자들이 구경하시느라 다리가 아프실테니
편히 이야기하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저렇게 신발을 벗고 들어가 쉴 수 있는 곳을 만드셨는데
너무 잘 꾸며져서 마치 작가의 작업실 재현 전시같다는 느낌도 나고
실발을 벗고 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들어가면 안되는 곳'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용률이 매우 저조하다고 한다.
자연사랑을 방문하게 되면 부담없이 저곳을 먼저 차지해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갤러리를 느끼는 것도 참 좋을 듯 싶다.

사진 갤러리인 만큼 이곳에는 다양한 카메라들도 전시되어있다.
처음에는 그냥 안쓰는 카메라를 기증받아서 하나 둘 씩 전시해 나갔다고 하셨는데
기증자가 많아지면서 이렇게 카메라가 많아졌다고 한다.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이 카메라들과 나무를 응용한 구조물이었다.
나무에 저렇게 카메라들을 매달아나서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기증된 카메라 중에서는 이렇게 귀여운 초소형 카메라도 있다.
실제로 작동이 된다면 최초의 '몰카'가 아닐까 싶다.
자연사랑은 이렇게 제주도, 사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참 좋은 곳이었다.
서울에 있다면 지하철을 타고 쉽게 방문할 수 있었겠지만
제주도 안에서도 대중교통으로는 방문하기 힘든 곳에 위치했기 때문에
차를 렌트한 여행객들만 방문하기가 쉬울 것이다.
제주도에 차를 렌트했다면 자연사랑을 한번 방문해서 제주도의 자연을 사진과 함께 느껴봤음 한다.
특히 자연사랑 앞에는 돼지고기집이 있는데 지역에서 상당히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구석이라고 보면 구석이라고 할 수도 있는 지역인데
그 고기집에는 차가 꽉꽉 들어서 있을 정도였다.
일주일에 한 번쯤은 바로 잡은 돼지로 갈비를 판매한다고 하는데
그건 동네 주민들도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어서 먹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운이 좋은 방문객이라면 가는날 딱 갈비를 팔아서 맛있게 먹을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사진 갤러리도 방문하고 유명한 제주도 돼지고기도 맛보고 일석이조일테니 강하게 추천한다.
지금까지 제주도의 폐교를 활용한 미술관, 박물관 세 곳을 소개해보았다.
미술관, 박물관의 작품들도 참 중요하지만 그것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도 참 중요하다.
우리 모두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작품들을 더 잘 느끼게 해줄 수 있고 
작품 외적으로도 예술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주어 
일상에서와는 다른 만족감을 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폐교'를 활용했다는 것은 참 매력적이지 않나 싶다.
제주도에 놀러갔다면 저 세 곳중에 한 곳이라도 방문해봐서
도시 근처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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