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했던 지난날을 글로 쓰게 된 사연에 대하여
대체 어쩌자고 나는 글을 쓰겠다고 한 걸까…
책을 내는 것이 오랜 바람이긴 했지만,
해묵은 일기장에 아무도 못 보게 나 혼자만 간직하겠다고 적어 내려간 글을 다시 살펴보며 그것들을 엮어내겠다는 생각은 어쩌다 하게 된 것일까.
두고두고 ‘이불킥’하며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는 그런 어리석은 짓을 대체 왜?
나는 망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다들 화려한 성공담을 늘어놓기에 바쁜 세상에서,
자기가 얼마나 값비싼 물건을 샀는지,
얼마나 휘황찬란한 곳에서 여행을 하고 융숭한 대접을 받았는지,
내가 얼마나 유식하고 엄청난 사회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지 뽐내야만 할 것 같은 세상에서,
‘이렇게 망한 것 같은’ 삶을 살아낸 사람도 있다고 외치고 싶었던 것 같다.
도망치고 싶고, 게임에서 리셋 버튼을 눌러 부활하듯 처음 - 내가 엄마 뱃속에 착상하기 훨씬 이전 - 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그냥 견뎌냈다고. 그렇게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쓰고 싶었다.
하루하루 열심히 (가끔은 적당히 놀아가며) 보낸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나’라는 존재가 지금에 이르렀음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제가 이렇게 엄청나게 노력을 했답니다’ 하며 누군가에게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우연한 기회에 책을 내준다는 제안이 눈에 들어왔고, 그것이 운명처럼 나를 이끌었다는 설명이 제일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유에서든 나를 부정하고 싶었던 모든 시간을 견디고 나서야 내가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버티던 순간들에 조금씩 내가 남겼던 흔적들을 돌아보며 지금과 앞으로의 나도 긍정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 중엔 때로는 숨 쉬는 것조차 힘들게 만들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고맙다’라는 말로는 다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 고마움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만 같다. 이 글은 그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한 기록이기도 하다.
날이 갈수록 불덩이가 되어가는 지구에서 살아가며 해마다 조금씩 미래에 대해 염세적인 인간이 되어가지만,
정신만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어보자고 날마다 다짐한다. 이 책은 그 다짐에 대한 공언이기도 하다.
2025.8.3.
여전히 무더운 여름날에